열흘 만에 음주운전 고백, 김호중의 대단한 거짓말
[김상화 기자]
▲ 가수 김호중 |
ⓒ 생각엔터테인먼트 |
음주운전과 뺑소니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김호중이 결국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사건 발생 열흘 만이자 당초 의혹을 부인한 지 사흘 만이다.
김호중은 지난 19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전국 투어 콘서트를 마친 후 소속사를 통해 "저는 음주운전을 했다"며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또한 "저의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증거인멸 및 수사 방해 의혹이 있는 김호중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역시 "최초 공식 입장에서부터 지금까지 상황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진실되게 행동하지 못한 점 또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전했다.
그간의 사건 전개 과정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 무렵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왕복 2차로에서 반대편 도로에 정차 중인 택시와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사고후 미조치 등)를 받는다. 사고 3시간 뒤 김씨의 매니저인 30대 남성이 경찰서를 찾아가 본인이 운전했다고 자백했지만 이내 허위사실로 드러났다.
사고 17시간 뒤인 다음날 오후 4시 30분께 김씨 본인이 경찰에 출석해 운전을 시인했다. 그러나 운전자 바꿔치기를 하려 했던 시도, 사고 17시간 뒤에야 나타난 점 등은 음주운전을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자아냈다. 또한 김씨 차량 내 블랙박스의 메모리 카드가 이미 제거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증폭되었다.
소속사 측은 당시 술을 마시지 않았으며 음주운전이 아니었다고 강력 부인한 바 있다. 이어 김씨가 당황한 나머지 사후 처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으며 대표의 지시로 매니저가 대신 자수했다고 변명했다. 김씨 역시 유흥주점에 방문해 술잔을 입에 댔을 뿐 술은 마시지 않았다"며 줄곧 음주 사실을 부인해왔다.
변명으로 일관... 때늦은 사과, 너무 늦었다
뒤늦게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하고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데는 음주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커져가는 비난 여론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때늦은 사과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사고 발생 직후부터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및 소속사는 변명, 책임 회피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매니저에게 김씨의 옷을 입혀 경찰에 출석하도록 지시했다는 소속사 대표의 황당한 주장부터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해명, 유흥업소에 들렀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는 발언 등은 대중들이 좀처럼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의 연속이었다.
특히 사고 발생 이후에도 예정된 공연 일정을 강행한 데다 18일 공연 도중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 말한 점 등은 관객 기만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처음부터 사고 정황을 진실되게 이야기하고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더라면 여론은 지금처럼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위약금, 환불은 무서워도... 여론은 안중에도 없었을까?
그간의 사건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진실을 은폐하고 대중을 기만하려 한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 예정된 공연을 강행하기 위해 사건을 은폐하고 거짓 해명만 내놓았다. 어느 누리꾼은 기사 댓글을 통해 이러한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비싼 공연 끝나고 반성? 위약금과 환불은 무섭고 양심은 가벼웠나 봅니다. 나쁜 사람 옆에 또 나쁜 사람."
당장의 콘서트는 강행했지만 향후 스케줄은 더이상 지속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방송사 및 관련 단체 측에서 일정을 취소하거나 출연 가수를 교체하라는 등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예매권 환불 및 보상을 요구하는 집단 소송 움직임도 내비치고 있다.
이번에 발생한 음주 운전 사고는 유명 음악 콩쿠르와 트로트 오디션 입상을 통해 얻게 된 인기와 명성을 하루아침에 모래성처럼 무너뜨리고 말았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옛말이 결코 허튼소리가 아니었음을 김씨 사건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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