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피해자 "눈 뜨니 침대 위…성폭행범은 웃는 사진 강요"

김지혜 2024. 5. 20. 09: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9년 이른바 '버닝썬 사건'이 일어난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한 남성이 주는 물뽕이 든 술을 마신 뒤 정신을 잃고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 사진 BBC뉴스코리아 유튜브 캡처


2019년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가 발생한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GHB(물뽕)에 취해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 인터뷰가 공개됐다. 이 여성은 당시 가해 남성이 강제로 웃는 사진을 찍게 한 뒤 이를 증거 삼아 성폭행을 부인했다고 주장했다.

BBC의 유튜브 채널 'BBC뉴스코리아'에는 지난 19일 '버닝썬: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1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가 올라왔다. 이 영상에는 버닝썬 단골이었다고 밝힌 여성 A씨가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한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어느 날 클럽에서 한 남성이 주는 술을 한두 잔 마신 뒤 심한 취기를 느꼈다고 한다. 그는 "(아는) 동생이랑 화장실에 갔는데 '나 오늘 이상한 것 같아. 되게 빨리 취하는 느낌이야. 술 마시면 안 될 것 같아'라는 얘기를 나누고 자리로 돌아왔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보니 침대 위였다"고 말했다.

A씨 옆에는 버닝썬에서 자신에게 술을 준 남성이 있었다고 한다. A씨는 "그 사람이 저한테 달려들어 강제로 옷을 벗기고 제 몸 위에 앉아 짓눌렀다"며 "입을 계속 양손으로 틀어막고 심폐소생술 하듯이 막 짓눌렀다. 숨도 못 쉬겠고 입도, 갈비뼈도 너무 아팠다"고 했다.

A씨는 발버둥 쳐도 소용없다고 느꼈다며 "저를 죽일 것 같았다. 제가 고통스러워하는 데도 멈추지 않고 계속 행위를 하려고 했던 사람이니까 무서웠다. 그래서 포기하고 그냥 누워 있었다"고 언급했다.

버닝썬 성폭행 피해자.


A씨에 따르면 강제로 성행위가 이뤄진 후 그는 속이 좋지 않아 구토했다. 이어 무릎을 꿇고 울면서 남성에게 집에 보내달라고 빌었다. 남성은 사진을 찍으면 보내주겠다고 협박했다. 그는 "웃으라는데 웃음이 안 나오고 얼굴도 못 가리게 하니까 브이를 했다"며 "급하게 방에서 나왔는데 기억이 흐릿하다"고 흐느꼈다.

이후 A씨는 성폭행 신고를 위해 경찰서를 찾았다. 하지만 남성은 자신과 찍은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며 합의 하에 성관계가 이뤄졌다고 주장했고, 출국도 허가됐다고 한다.

과거 버닝썬에서 일했다는 한 남성은 "물뽕이라는 마약은 굉장히 많이 사용됐다. 버닝썬에서 물뽕을 먹고 정신이 나간 여자애들을 거의 매일 봤다"며 "보통 물뽕은 룸에서 사용하는데,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룸에서는 무슨 짓을 하든 소리도 안 들린다"고 증언했다.

버닝썬 클럽에서 유통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향정신성의약품 물뽕은 흰색 가루 형태로 보통 술이나 물 등 액체류에 타 복용한다. 이 약물이 인체에 들어가면 10~15분 이내 기분이 좋아지고 술에 취한 듯한 상태가 돼 '데이트 강간 약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