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끼리 간 제주여행, 커진 갈등 속 정적을 깬 한 마디

김지혁 2024. 5. 2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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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 통해 깨달은 친구의 의미... "우리 여행 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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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혁 기자]

한 해가 지나고 나이를 먹을수록 각자만의 고민들은 하나씩 늘어간다. 마찬가지로 취업 걱정, 군대 걱정, 성적 걱정 등 여러 고민거리들이 20대인 나를 괴롭혔다.

가장 고민이 많을 시기이기에 생각을 내려놓고 휴식이 필요했던 것 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바쁜 일상에 지쳐있던 순간, 중학교 때 친구에게서 연락 한 통이 왔다.

"우리 그냥 아무 생각 하지말고 여행이나 갈래?"

대학 생활을 이어오면서 '여행'이라는 단어를 잠시 잊고 살았다. 친구들과 만난 지도 오래였다. 하지만 갑작스레 온 이 연락 한 통이 나에게 설렘을 불러왔다.

즉흥적으로 떠난 제주도

우리는 이 한마디를 계기로 일주일 후 제주도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즉흥적으로 결정된 여행이라서 어수선한 느낌은 있었어도, 오랜만에 떠나는 것이라 들뜬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우린 이렇게 다 모이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일부러 4박 5일간의 긴 일정을 잡았다. 제주도의 동남쪽 명소를 모두 다녀오기로 마음먹고 힘차게 출발한 여행, 이른 시간임에도 새벽 5시부터 이동하면서 서로의 입은 한시도 쉬지 않았다.

그렇게 제주도에 도착, 짐을 풀자마자 감귤 체험을 하러 떠났다. 처음 감귤 체험을 하자고 했을 때에는 남자 4명이서 하기에 너무 재미없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체험이 끝난 후, 그런 것은 중요치 않고 그저 좋아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탄하게 이어질 줄만 알았던 친구들과의 여행이었지만 마지막 날 문제가 발생했다. 날씨가 악화된 문제로 원래 일정을 이어갈 수 없던 것이다. 짜놓은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선 짜증이 솟구쳤다.

그 뒤, 일정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를 존중해 주지 못했다. 더구나 그 전날까지의 알찼던 일정으로 인해 몸과 마음도 지친 상태였다. 그때부터 다른 일정으로 변경해서 진행하자는 의견과 그냥 숙소에서 쉬자는 의견이 충돌했다.

추억을 쌓기 위해 온 여행임에도 친구들과의 갈등은 커져만 갔다. 거의 반나절 동안 말없는 상태로 명소를 돌아다니다 오후 3시쯤 숙소에 돌아와서, 친구들 사이 차가운 정적을 이어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주 출발 비행기마저 연착되면서 공항에 발이 묶인 상태로 기다림은 계속되고 말았다. 

그 순간, 친구의 한 마디가 정적을 깼다.

"우리 사진 보면 진짜 재밌게 놀았다."

사소한 의견 충돌로 다투고 말없이 토라져있던 것이 무색해진 순간이었다. 그동안 여행에서 찍은 우리들의 사진을 되돌아보면 걱정은 해본 적도 없는 아이들처럼 환하게 웃고 있다. 어디에서 찍었는 지도 구별하기 어려운 사진들이었지만 환하게 웃는 사진들은 모두 다 함께 찍은 사진들이었다.

심지어 얼굴이 나오지 않은 사진들에서도 즐거움이 드러날 정도였다. 보자마자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여행이라서 즐거웠던 것이 아니라 함께라서 즐거웠던 것이다. 사진을 모두 돌려 본 친구들과 나는 멋쩍은 웃음과 함께 여행의 후일담을 나눴다. 비행기 연착으로 생긴 지루함은 잊어버린지 오래였다.
 
 우도에서 촬영한 단체 사진이다.
ⓒ 김지혁
여행을 간다는 것이 평소와 달라져 귀찮을 수는 있다. 몸도 고되고 힘들어진다. 그렇지만 누구와 떠나는 여행이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일상 속 작은 휴식은 '여행' 그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 함께 떠난 여행에서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친구란 무엇일까. 그저 휴식이 필요해서 떠난 여행에서 친구의 의미를 찾은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웃음이 나고,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것이 바로 친구인데, 너무 바쁘게 살아가면서 친구의 의미를 잊고 있었던 건 아닐까.

언제 어떤 상황이라도 좋은 친구의 의미는 잘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친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나를 비롯한 모두가 힘든 일에 부딪혀도 친구의 의미를 잊지 않고 살아가길 바란다. 나 역시 다른 이들에게 좋은 친구로 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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