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문 진심합심] 코치와의 불화를 풀어준 아내, 가족의 힘
안희수 2024. 5. 20. 08:15
5월은 가정의 달. 관련된 기념일과 휴일이 이번 달에 많았죠. 어떻게 보내셨나요.
가정이란 표현이 현대 사회에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오랫동안 소중하게 지켜온 공동체 가치의 하나라는 사실을 여러 기념일을 계기로 돌아보게 됩니다.
야구라는 스포츠도 오월이면 다양한 행사를 통해 이러한 사회적 의미를 되새기는 데 함께합니다. 사실 야구의 클래식한 측면은 오랜 역사, 기록의 축적 같은 요소뿐 아니라 팀이라는 전통, 선수단 내부의 관계와 문화, 지역과 팬과의 결합 같은 부분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어우러졌기 때문에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선수들이 보여주는 가족과의 사랑, 유대감 같은 모습과 스토리도 야구의 이러한 매력을 더해줍니다. 선수의 멘털부터 동료와의 관계 형성, 나아가 비즈니스 차원의 결정에 이르기까지 가족을 빼고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습니다.
과거 NC의 에이스였던 드류 루친스키는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루틴은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고 지키는 철저한 노력파입니다.
인간관계에서도 팀 동료와 코치진, 프런트와도 호흡을 잘 맞췄습니다. 한국식으로 머리 숙여 인사할 정도로 적응력도 갖췄습니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4시즌 동안 빼어난 활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강한 승부욕으로 가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루친스키 선수가 자신의 앞으로 온 땅볼 타구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경기가 있었습니다. 담당 코치가 다음 날 오후, 팀 훈련을 마칠 무렵 그에게 “수비 훈련을 따로 하자”고 말을 꺼냈습니다. 루친스키 선수가 갑자기 발끈했습니다. 짜증스러운 반응과 함께 자리를 떴고, 코치와 통역은 당혹스러워했습니다.
루친스키 선수도 당시 자신의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느끼고 고민합니다. 그는 훈련을 마친 뒤 아내 쉐리단과 통화하며 코치에게 한 행동을 털어놓습니다. 쉐리단은 깜짝 놀라며 “당장 사과해야 한다”고 남편을 나무랍니다. 쉐리단은 그냥 말로 넘길 일이 아니라며 남편에게 잠시 뒤 야구장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20여 분 뒤 나타난 쉐리단의 손에는 와인 한 병이 들려 있습니다. 루친스키는 통역 직원에게 양해를 구해 코치를 함께 만납니다. 그리고 아내가 준비한 와인을 코치에게 전하며 자신이 경솔했음을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담당 코치는 “비슷한 상황에서 공을 처리하는 모습이 계속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 장면이 몇 차례 반복돼 미리 점검하자는 차원에서 말을 꺼냈죠. 발끈하는 모습에 저도 화가 좀 났어요. 조금 뒤 사과하겠다고 선물까지 들고 와 코치실 앞에 공손히 서 있더라고요. 오해를 바로 풀었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그때가 창원 홈경기였고 경기 전이었으니 오후 4시쯤이었을 겁니다. 야구장 건너편 아파트에서 살던 쉐리단은 남편 전화를 받고 곧장 건물 아래 대형 마트로 내려가 와인을 구입해 야구장으로 달려온 것이었습니다. 지내는 동안 종종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녀는 대단히 지혜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코로나 당시 해외 입국자의 격리 이슈가 있어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제법 먼 거리의 교외 펜션을 마련했을 때입니다. 루친스키 선수가 격리 기간에도 훈련이 필요해 마당 넓은 곳을 골라야 했습니다. 음식, 생필품 배달이 여의찮고 여러 불편함이 있었으나 그녀는 전후 사정을 파악한 뒤 “한적한 지역이라 오히려 여유롭다"라며 남편도, 프런트도 안심시키는 멋진 중재자가 돼 주었습니다.
국내외 선수를 가릴 것 없이 대형 계약을 할 때 아내와 가족 이슈는 중요한 판단의 기준입니다. 2020년 12월 어느 대형 자유계약선수(FA)와의 협상도 그랬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데 가족의 반대가 컸던 것이 실패의 한 요인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선 양의지 선수의 FA 계약(2018년 12월) 때는 처가가 부산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연봉 협상 등에서 아내에게 반드시 최종 컨펌을 받는 ‘애처가’ 선수도 기억납니다. 어느 선수의 경우 아들을 구단 행사의 모델로 뽑기도 했습니다. 소외감을 느낀다는 그에게 “우리는 당신 가족까지 챙긴다"라는 진심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선수를 파악하려면 그의 가족을 이해하고 살피는 것부터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가정이란 표현이 현대 사회에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오랫동안 소중하게 지켜온 공동체 가치의 하나라는 사실을 여러 기념일을 계기로 돌아보게 됩니다.
야구라는 스포츠도 오월이면 다양한 행사를 통해 이러한 사회적 의미를 되새기는 데 함께합니다. 사실 야구의 클래식한 측면은 오랜 역사, 기록의 축적 같은 요소뿐 아니라 팀이라는 전통, 선수단 내부의 관계와 문화, 지역과 팬과의 결합 같은 부분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어우러졌기 때문에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선수들이 보여주는 가족과의 사랑, 유대감 같은 모습과 스토리도 야구의 이러한 매력을 더해줍니다. 선수의 멘털부터 동료와의 관계 형성, 나아가 비즈니스 차원의 결정에 이르기까지 가족을 빼고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습니다.
과거 NC의 에이스였던 드류 루친스키는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루틴은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고 지키는 철저한 노력파입니다.
인간관계에서도 팀 동료와 코치진, 프런트와도 호흡을 잘 맞췄습니다. 한국식으로 머리 숙여 인사할 정도로 적응력도 갖췄습니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4시즌 동안 빼어난 활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강한 승부욕으로 가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루친스키 선수가 자신의 앞으로 온 땅볼 타구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경기가 있었습니다. 담당 코치가 다음 날 오후, 팀 훈련을 마칠 무렵 그에게 “수비 훈련을 따로 하자”고 말을 꺼냈습니다. 루친스키 선수가 갑자기 발끈했습니다. 짜증스러운 반응과 함께 자리를 떴고, 코치와 통역은 당혹스러워했습니다.
루친스키 선수도 당시 자신의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느끼고 고민합니다. 그는 훈련을 마친 뒤 아내 쉐리단과 통화하며 코치에게 한 행동을 털어놓습니다. 쉐리단은 깜짝 놀라며 “당장 사과해야 한다”고 남편을 나무랍니다. 쉐리단은 그냥 말로 넘길 일이 아니라며 남편에게 잠시 뒤 야구장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20여 분 뒤 나타난 쉐리단의 손에는 와인 한 병이 들려 있습니다. 루친스키는 통역 직원에게 양해를 구해 코치를 함께 만납니다. 그리고 아내가 준비한 와인을 코치에게 전하며 자신이 경솔했음을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담당 코치는 “비슷한 상황에서 공을 처리하는 모습이 계속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 장면이 몇 차례 반복돼 미리 점검하자는 차원에서 말을 꺼냈죠. 발끈하는 모습에 저도 화가 좀 났어요. 조금 뒤 사과하겠다고 선물까지 들고 와 코치실 앞에 공손히 서 있더라고요. 오해를 바로 풀었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그때가 창원 홈경기였고 경기 전이었으니 오후 4시쯤이었을 겁니다. 야구장 건너편 아파트에서 살던 쉐리단은 남편 전화를 받고 곧장 건물 아래 대형 마트로 내려가 와인을 구입해 야구장으로 달려온 것이었습니다. 지내는 동안 종종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녀는 대단히 지혜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코로나 당시 해외 입국자의 격리 이슈가 있어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제법 먼 거리의 교외 펜션을 마련했을 때입니다. 루친스키 선수가 격리 기간에도 훈련이 필요해 마당 넓은 곳을 골라야 했습니다. 음식, 생필품 배달이 여의찮고 여러 불편함이 있었으나 그녀는 전후 사정을 파악한 뒤 “한적한 지역이라 오히려 여유롭다"라며 남편도, 프런트도 안심시키는 멋진 중재자가 돼 주었습니다.
국내외 선수를 가릴 것 없이 대형 계약을 할 때 아내와 가족 이슈는 중요한 판단의 기준입니다. 2020년 12월 어느 대형 자유계약선수(FA)와의 협상도 그랬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데 가족의 반대가 컸던 것이 실패의 한 요인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선 양의지 선수의 FA 계약(2018년 12월) 때는 처가가 부산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연봉 협상 등에서 아내에게 반드시 최종 컨펌을 받는 ‘애처가’ 선수도 기억납니다. 어느 선수의 경우 아들을 구단 행사의 모델로 뽑기도 했습니다. 소외감을 느낀다는 그에게 “우리는 당신 가족까지 챙긴다"라는 진심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선수를 파악하려면 그의 가족을 이해하고 살피는 것부터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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