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샛별]⑩'외교통' 위성락 "통일 포기해선 안 돼…현실과 이상 조화시키겠다"
편집자주 - 22대 국회에 입성하는 초선 의원은 131명이다. 2000년 16대 국회 때 112명 이후 최저치다. 국민은 여소야대 구도 속에서 이들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주도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22대 국회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당선인을 소개한다. ①박지혜 ②고동진 ③곽상언 ④박수민 ⑤박충권 ⑥서명옥 ⑦임미애 ⑧최은석 ⑨부승찬 ⑩위성락
"우리나라의 위상에 맞는 외교를 하는 것은 제 필생의 과제입니다."
위성락 비례대표 당선인(69)은 '외교 전문가'로,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 2번을 받아 당선됐다. 남성 후보 중에는 가장 앞순위로, 당선이 확실한 순번이었다. 아시아경제는 17일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 종로구 사무실에서 위 당선인을 만나 50여 분간 인터뷰했다. '한반도평화만들기'는 그가 사무총장으로 재임했던 재단이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국제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생 때는 한국군의 월남전 전황 기사를 모아 스크랩북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고등학교 다닐 때가 70년대 초반인데 당시에 월남전 파병이 있었다"며 "그전에는 (한국이) 식민지가 됐다가 한국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고 지금은 분단돼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명운을 가른 주요한 사건들이 모두 국제 정치와 관계가 있다고 보고, 대학생 때부터 외교학 공부에 힘썼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제13회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미국 몬터레이 군사언어연구소에서 러시아어를 연수하고 주러시아 대사관에서 1등 서기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김영삼 정부 때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외교통상부 본부장·주러시아 대사를 역임하는 등 외교 전문가의 길을 걸었다. 2021년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서 실용외교위원장을 맡으며 정계에 발을 들였다.
22대 총선에 도전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국회에 들어가는 것도 (지향하는 외교 정책을) 실현하는 방법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위 당선인은 지역구 정치 활동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외교라는) 전문성을 가지고 왔기 때문에 전문성의 범위 내에서 기여할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총선에 출마할 당시 가족들은 걱정하고 지지하는 반응을 함께 보였다고 했다. 그의 아내는 서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화가다. 교내 한문 공부 모임에서 만난 게 평생의 연으로 이어졌고, 슬하에 아들 두 명이 있다. 그는 "아내는 정치를 조금 두려워하고 어려워하는 성격"이라며 "크게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걱정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아들들은 제가 국회에 가서 일하는 것을 조금 더 지지했다"며 "정치적인 힘이 있어야 공허하지 않게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균형'과 '조화'를 강조했다. 개인적 삶도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려 노력하고 있고, 한국 외교도 가치와 현실을 접목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왔을 땐 굉장히 이상적인 꿈을 갖고 있던 어린 사람이었다"며 "대학교에서 현실주의적인 국제정치학을 배우면서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하게 됐다"고 말했다. "외교관으로서의 현장 경험, 현실과 실험에 기반한 경험을 토대로 국회에서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각국에 대한 외교도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맹 관계만 가지고 모든 것을 다 운영하려고 하면 안 된다"며 "첨예한 대립 구도 안에서 연동돼있는 글로벌 질서 속에서는 총체적인(holistic) 외교 정책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지정학적인 여건을 고려한다면, 우리가 한 곳하고 잘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미국, 일본과 관계가 강화됨으로써 생겨나는 반작용은 당연히 북한, 중국, 러시아로부터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북한에 대해서도 적절한 압박과 제재를 가하면서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위 당선인은 통일에 대한 강한 의지도 보였다. 그는 "북한이 자꾸만 한국하고는 별개의 나라라고 하는 것은 북한이 중국·러시아와의 연대 속에서 살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한국이 그것을 용인하고 우리는 한국·미국·일본의 진영 속에 살겠다고 하면 완전히 영구분단이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한국이 21세기에 취할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긴 게임을 잘 운영하면 변화의 시작이 북한 내에서 나오거나, 중국의 대북 정책이 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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