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서 국민연금 살릴 수 있는 획기적 방법 [넥스트브릿지]

이지웅 2024. 5. 2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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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브릿지] 22대 국회가 해야 할 과제와 정책 제안 - 탄소 수입으로 국민연금 구하기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공공정책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이지웅 기자]

지속적으로 정책 칼럼을 연재해 온 공공정책네트워크 넥스트브릿지는 22대 총선과 22대 국회 개원을 맞이해 '22대 국회가 해야 할 과제와 정책제안'을 기획하고 4월부터 6월까지 기획연재를 진행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부경대학교 이지웅 교수가 대변할 수 없는 미래 세대의 '기후위기'와 '연금위기'를 현재 세대가 연대하여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기후변화와 국민연금 모두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간 문제라 다루기 쉽지 않다.
ⓒ 픽사베이
 
별로 관계없어 보이는 기후변화와 국민연금은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간 문제라는, 그래서 지속가능성이 핵심 요소가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래 세대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투표권이 없기에 세대 간 문제는 통상 당대의 문제에 밀려 항상 미루어지게 마련이고, 결국 나빠질 만큼 나빠진 후에야 비로소 진지하게 다루어지게 된다. 그나마 차선의 해결책이 늦게라도 실행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누구나 문제의 심각성에 동의함에도 기후변화와 연금 문제 모두 현재 세대가 꺼릴 수밖에 없는 구조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실현되기가 무척 어렵다. 이 글은 두 세대 간 문제의 타협을 통하여 수용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성긴 제안이다.

이 글의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후변화 대응은 경제 전 부분에 높은 수준의 탄소가격 부과를 요구한다. 이는 현재 세대의 부담을 증가시킨다. 둘째,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보험료 인상 그리고 국고 투입이 필요하다. 이는 미래 세대의 부담을 증가시킨다. 셋째, 탄소가격 부과로 발생하는 수입의 일부를 국민연금 재원으로 투입하자. 이는 탄소가격제 도입과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간 타협이다.
  
기후변화와 탄소가격

잘 알려진 것처럼, 기후변화는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온실가스는 석탄, 석유, 가스의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물질적 번영은 사실 호모 사피엔스 출현 이후 인류 역사에서는 매우 예외적인 현상인데, 이 전례 없는 풍요는 증기기관 발명 이후 인류가 능숙하게 사용하게 된 화석연료 덕택이다. 하지만 이제 화석연료와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는다면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

대다수 경제학자는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탄소가격제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가장 괜찮은 방식이라는 데 동의한다.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은 "오염시킬 권리를 사는 것은 비도덕적이기" 때문에 반대하기도 하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 장 티롤, 윌리엄 노드하우스 등 경제학자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탄소에 가격을 부과하는 전지구적 탄소가격제를 실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전 세계 공통의 탄소가격제라는 경제학자의 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2023년 현재 탄소세는 38개 지역 또는 국가에서, 배출권거래제는 37개 지역 또는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다만 몇 가지 문제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지금의 탄소가격이 낮다는 것이다. 2021년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와 같은 선진경제에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1톤당 75달러(10만 1250원)의 최저 탄소가격 부과가 필요하다고 제안한 바 있는데, 우리나라의 배출권 가격은 2019년 4만 900원의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하락하여 1만 5000원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물론 국제기구의 제안을 그대로 따를 이유는 없고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목표 탄소가격을 설정해야 할 것이지만, 분명한 점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탄소가격이 현재보단 상당히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높은 탄소가격을 도입할 수 있을까. 탄소가격 상승은 에너지 가격 상승, 그리고 대파를 포함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배출권거래제든, 탄소세든, 높은 탄소가격에 대한 시민의 수용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적 근거 외에도 정치·사회적 맥락에 대한 정밀한 고려가 필요하다. 특히, 탄소가격제로 얻어지는 탄소 수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경제적 효율성은 물론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실제 각국의 탄소 수입 활용방식을 보면, 주로 에너지 관련 투자에 활용되고 전력 요금 감면과 저소득층 지원에 일부 투입되고 있다. 또한 소득세 등 기존 세금의 감면에도 이용되기도 한다.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금액을 주는 보편 이전지출은 스위스의 건강보험료 지원 등 일부 사례에서 관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탄소세의 정치적 수용성 증대를 위하여 세수 중립을 공식적으로 명시하기도 한다. 가령,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정부는 세수 중립 미달성 시 재무부 장관 개인 급여 15% 삭감을 명시하기도 하였다.

우리가 탄소중립에 대해 진지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탄소가격을 감당해야 한다. 지갑이 가벼워질 수 있다는, 이 안 좋은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리에게 맞는 탄소 수입 활용방식은 무엇일까.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주호영 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연금개혁안 여야 합의가 최종 불발됐다고 설명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연금 문제를 다음 국회로 넘겼다. 취임 2년 역대 최저 지지율을 보이는 현 정부에 굳이 작은 비판을 얹을 생각은 없다. 필자가 학부생이었던 1990년대 말 대학의 재정학 수업에서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언급되었을 만큼 지속가능성 여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지적되었던 문제였고, 지금까지 여러 명의 대통령이 있었다.

5년 임기의 대통령은 그 시절마다 해결하기 벅찬 다른 문제가 충분히 많았을 테고, 그래서 연금 문제의 우선순위는 높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윤석열 대통령은 운이 좋지 않은 폭탄 돌리기의 마지막 선수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집권 초기 연금, 노동, 교육의 3대 개혁에 방점을 찍고 자신의 유산으로 남기려고 했던 것치고는 그 경과나 지금까지의 성과는 인상적이지 않다.

국민연금 시민대표단 공론조사 결과 '소득보장론(보험료율 9→13%, 소득대체율 40→50%)'에 대한 지지가 '재정안정론(보험료율만 9→12%)'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소식이 지난달 발표된 이후, 여야는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으며 결국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성과 없이 마무리되었다.

정치권은 공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옳았다고 믿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설득력 있었던 반대는 천하람 당선인이 페이스북에 썼다는 다음 글이었다. "제 아들이 2016년생이다. 월급의 35%가 넘는 돈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고 추가로 건강보험료, 소득세 내면 어떻게 먹고 살라는 것인가." 나도 2015년생 자식이 있다. 그것도 쌍둥이!

빈 종이상자를 카트에 꾹꾹 눌러 담고 위태하게 차도를 지나가는 어르신들을 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악의 노인빈곤율을 체감하면서도, 다음 세대에 그러한 연금 부담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수치를 어떻게 바꾸든 현재의 연금구조는 지속할 수 있지 않으며, 결국 구조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실 천하람 당선인이 인용한 수치는 현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나온 숫자이고, 현 제도하에서는 '소득보장론'이나 '재정안정론' 둘 다 고갈 시점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국민연금에 대한 견해와 무관하게, 지금의 모수개혁은 시작에 불과하며, 결국 구조개혁이 후속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국민연금을 없애지 않는 한, 어떠한 형태의 구조개혁이든 적정한 소득대체율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과 함께 국고 투입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국고 투입을 위해서는 이를 위한 별도의 재원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미래세대에게 다른 색깔의 청구서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고 투입을 위한 별도의 재원 마련은 국민연금 지속가능성의 필요조건이다.

탄소 수입과 국민연금 재원

그래서 탄소 수입을 국민연금 재원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높은 탄소가격이 필요하지만 현재 세대에게 부담이 되고, 노인빈곤율을 낮추는 데 국민연금이 필요하지만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된다. 그래서 두 제도를 별도로 다루게 되면 정치적 반대는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탄소 수입을 국민연금과 연계시키면 두 제도의 수용성을 같이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높은 탄소가격 도입의 편익은 미래 세대가 누리게 되며, 국민연금의 편익은 노년의 현재 세대가 누리게 된다. 그러니까 현재 세대에게는 노후를 위한 저축이, 미래 세대에게는 덜 나빠진 기후와 가벼워진 연금 보험료 청구서가 된다.

다만, 현재의 탄소 수입으로는 국민연금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3년 배출권 판매수익은 매년 3000억 원 수준으로 1000조 원 규모인 국민연금 적립금에 비교하면 크지 않다. 더군다나 현재 배출권 판매수익은 현재 2.4조 원 규모의 '기후대응기금'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기후변화의 중대성을 생각하면 그 규모는 앞으로 더 커져야 한다.

따라서 탄소 수입이 기후대응기금과 국민연금 모두에 유의미한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탄소가격의 수준을 지금보다 현저히 높여야 하고, 대상 범위도 훨씬 넓혀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높은 탄소가격은 우리의 지갑을 한동안 가볍게 하겠지만, 미래의 국민연금 부담을 낮춰줄 수 있다는 세대 간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면 그 과제를 이행하는 과정은 덜 힘들 수 있다.

우리가 아는 한, 탄소가격과 국민연금은 각각 기후변화,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최선의 정책이다. 향후 10년이 저탄소사회로의 전환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며 탄소가격제는 중요한 동인 중 하나가 될 것이지만 현행 배출권거래제로는 불충분하다. 그리고 국민연금은 그 앙상한 뼈대를 드러낸 채 흔들거리고 있다. 현 정부는 추진 동력을 잃은 듯 보인다. 이 두 가지 골치 아픈 세대 간 문제를 풀어낼 주체는 국회밖에 없다. 새로 출범하는 제22대 국회의 선전을 바란다.

필자 소개: 수학과 경제학을 우리나라, 프랑스, 네덜란드에서 공부하였고 지금은 국립부경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연구, 강의합니다. 야학교사, 언더웨어 모델, 해군장교, 한국은행, 국책연구원 등의 경험이 있습니다(이 중 하나는 사실이 아닙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분야를 주로 공부하고 있으며, 지금보다 조금 젊었을 때 한국기후변화학회에서 주는 신진연구자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요즘은 인공지능이 우리를 기후 위기에서 구해줄 수 있는지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고, 생각이 충분히 익으면 자본주의와 경제성장, 그리고 기후 위기 극복이 양립할 수 있는가에 대한 책을 쓸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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