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50살 헬로키티 생일파티…시나모롤·쿠로미랑 축하하러 갈까
“사과 5개를 쌓은 높이의 키와 사과 3개 정도의 몸무게가 나가는 헬로키티는 밝고 상냥한 여자아이예요. 쿠키를 만들고 피아노 치는 것을 가장 좋아하며, 피아니스트와 시인이 되는 것이 꿈이에요. 특기는 음악과 영어, 좋아하는 음식은 엄마가 만들어준 애플파이. 쌍둥이 동생 미미와 가장 친하답니다.” 부모와 자녀,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 헬로키티(Hello Kitty)를 소개하는 글이에요. 헬로키티는 1974년 탄생하여 올해 50주년을 맞이한 산리오의 대표 캐릭터입니다.
사명인 ‘산리오’는 스페인어로 ‘성스러운 강’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큰 강 근처에서 문명이 발상했던 것처럼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소망이 담겼죠. ‘작은 선물로 큰 웃음을’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그동안 450여 가지가 넘는 캐릭터를 대중에게 선보였어요. 특히 헬로키티는 빨갛고 작은 동전 지갑에서 시작돼 헬로키티라는 이름이 붙여지고 50년에 걸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 중 하나가 됐는데요. 이를 기념해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에서는 ‘헬로키티 50주년 특별전: 산리오캐릭터즈와의 여행’ 전시가 열리고 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헬로키티의 역사를 만나고, 놀라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탄생한 산리오 캐릭터들을 살펴보기 위해 전시장을 찾았습니다. 최예림 도슨트가 “키티 언니의 50주년 생일 파티에 온 걸 환영합니다”라고 반갑게 맞아줬어요. “이번 전시가 더욱 의미가 있는 게 산리오에 매우 많은 캐릭터들이 있지만 헬로키티랑 한교동이 같이 자전거를 타러 가거나 마이멜로디랑 시나모롤이 피크닉을 간다거나 이런 경우 거의 없어요. 세계관이 뚜렷하게 각자의 캐릭터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특별한 행사가 아니면 모이지 않죠. 키티 선배님의 50주년 행사이기 때문에 집합이 돼서 쫙 다 모였다고 봐주시면 됩니다.”
전시의 시작 지점에 전시된 헬로키티의 첫 탄생을 알리는 자그마한 동전 지갑이 눈길을 끌었죠. “50년 전에 제작된 이 지갑이 현재 얼마 정도일 것 같아요.” 김하윤 학생기자가 “20만원”이라고 외쳤어요. “더 비싸요”라는 최 도슨트의 말에 권혜원 학생기자가 “100만원”이라고 외쳤죠. “아니에요. 60억원이에요.” 하윤·혜원 학생기자의 입에서 “헉!” 소리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세계에서 손꼽는 회사에서 헬로키티가 처음 등장했던 동전 지갑입니다. 판매할 시 60억 이상 거래가 될 거라고 산리오에서 밝혔죠.” 이 작은 캐릭터가 헬로키티라는 이름을 갖게 되고 60억 이상의 가치를 가진 동전 지갑이 되기까지 산리오의 역사도 소개되어 있어요.
1960년 쓰지 신타로 명예회장은 산리오의 전신인 야마나시 실크 센터를 설립해 모자·샌들·지갑 등 실용적인 생활용품을 주로 판매했어요. 이후 경제 호황기에 일어난 레저 열풍에 발맞춰 샌들이나 바구니에 꽃·딸기 디자인을 넣는 등 실용성뿐 아니라 시각적 즐거움도 더했고, 이는 ‘귀여움’이라는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섭외해서 캐릭터를 본격적으로 넣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해요. 산리오 첫 오리지널 동물 캐릭터인 ‘코로짱’을 시작으로 1973년부터 사명을 산리오로 개칭함과 동시에 귀여움을 담은 오리지널 캐릭터 창작에 더욱 박차를 가했죠. 1974년 헬로키티에 이어 1975년 ‘마이멜로디’ ‘리틀트윈스타’를 출시하면서 산리오 캐릭터 라인업을 갖춰가기 시작했어요. “지금 전시장에서 흥겨운 음악이 계속 나오죠. 디즈니랜드에 대항하기 위해 산리오의 엔터테인먼트 시설 퓨로랜드가 90년대에 개장해요. 놀이동산의 꽃은 퍼레이드잖아요. 퍼레이드 때 나오는 음악들이 여기서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산리오는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1975년 4월 이치고 신문을 창간했는데, 현재까지도 산리오와 팬들을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죠. 캐릭터 및 새로운 상품 정보, 캐릭터들의 카툰이나 심리테스트, 퀴즈 등 다양한 콘텐트와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요. 특히 잡지를 사면 주는 부록 때문에 많은 팬이 구입을 한다고 했죠. 전시장에는 다양한 이치고 신문과 부록들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이치고 신문 발행 제작 회의에 산리오 회장이 아직도 참여한다는 얘기도 인상적이었죠. 이치고 신문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헬로키티와 산리오 캐릭터들이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입니다.
‘헬로키티의 어머니’로 불리는 디자이너 야마구치 유코는 1년에 수십 번의 사인회를 하기도 하는데요. 사인하면서 헬로키티 그림을 그려주죠. 이번 서울 전시를 위해 특별히 그려 보내준 그림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헬로키티가 어떤 친구인지 자세한 프로필도 소개되어 있죠. 헬로키티의 특이한 점이 몇 가지 있는데요. “일본 출신의 고양이가 아니죠.” 최 도슨트의 말이 끝나자마자 최애 캐릭터가 헬로키티라서 헬로키티 옷을 입고 온 하윤 학생기자가 “영국 소녀를 의인화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맞아요. 1970년대는 일본이 영국 문화를 동경하고 있을 때였어요. 옷을 예쁘게 차려입고 그랜드 피아노 치는 영국 부유층의 소녀를 모티브로 했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고요. 가장 특이한 점은 입이 없어요. 왜 없을까요?”
하윤 학생기자가 “일본 사람들이 말이 없잖아요”, 혜원 학생기자는 “서양 캐릭터는 입을 강조하는데 동양에서는 눈을 강조해서 상대적으로 입은 표현 안 한 거 아닐까요”라고 얘기했습니다. “좋은 답변이네요. 산리오 회장이 이야기하기로 키티는 말을 하기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말하기보다 듣는 걸 훨씬 좋아하는 사려 깊은 아이이기 때문에 입을 만들지 않았다고 말하더라고요. 또 입이 없기 때문에 헬로키티의 감정을 잘 알 수 없는데 산리오에서는 보는 사람의 기분에 달려있다고 얘기해요. “기분이 어때 보여요?” 두 학생기자가 “행복해 보여요”라고 말했습니다. “보면 웃고 있지는 않거든요. 근데도 행복해 보이는 건 여러분이 행복하기 때문이에요.”
70년대부터 지금까지 헬로키티의 모습이 쭉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크게 70년대 그려진 클래식 헬로키티와 80년대에 그려진 베이직 헬로키티 두 가지로 구분돼요. 70년대 헬로키티보다 80년대 헬로키티는 얼굴이 더 갸름해졌고, 눈과 눈 사이의 거리가 더 가까워졌으며 눈도 커졌죠. 서로 다른 점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데요. 시대가 변했다고 해서 예전 캐릭터를 안 쓰지는 않는다고 해요. 예전 버전 캐릭터를 더 좋아하는 분들도 있어서 동전 지갑 같은 경우 여전히 70년대 캐릭터가 사용된다고 해요. 시대별 빈티지 상품의 역사도 전시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컵·손수건·지갑·그릇부터 각종 문구용품, 전화기·카메라·인형·가방·게임·신발·피규어 등 없는 상품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죠.
전 세계 1000대만 출시한 TV처럼 희소성 있는 제품들도 눈에 띕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시나모롤·폼폼푸린 등도 헬로키티처럼 오십 살이 될 때까지 버리지 마세요. 저도 어릴 때 가지고 있던 걸 다 버렸는데 그래서 여기에 전시되지 못하고 있죠. 잘 보관하면 우리가 사랑하는 제품들도 나중에 회사의 역사가 되고 전시가 될 수 있어요.” 1996년도에 나왔던 연핑크 색 가방 시리즈도 시선을 사로잡았죠. “약간 명품 브랜드 샤넬 느낌 나지 않나요. 광택이 도는 소재가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어 명품 브랜드를 사지 못하는 10대 소녀들이 산리오 매장에 가서 이걸 다 쓸어 모아 품귀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죠.” 1986년 산리오는 팬들이 산리오 캐릭터들의 인기투표를 진행하는 ‘산리오 캐릭터 대상’을 처음 시작했는데요. 2023년에는 전체 득표수가 4448만 표가 넘을 정도로 전 세계 많은 팬이 참여하죠. “90년대 들어 헬로키티 인기가 밀리기 시작해요. 근데 이 가방 시리즈가 나오면서 갑자기 그 판도가 바뀌고 헬로키티가 10여 년 동안 1위의 자리를 차지할 수가 있었습니다.”
여러 아티스트들과 컬래버레이션한 것도 볼 수 있는데요. 일본 밴드 엑스 재팬의 요시키와 협업한 헬로키티는 노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보라색 아이라인을 그리고 십자가 목걸이를 차는 등 요시키처럼 꾸몄습니다. 이 헬로키티는 대형 인형 버전으로도 만들어져 콘서트에 참여하기도 했죠. “일본 팬들은 너무 좋아했겠죠. 그들의 우상인 요시키와 헬로키티가 만났으니까요. 우리나라로 치면 BTS와 헬로키티가 콜라보를 했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이번 전시가 특별한 건 헬로키티뿐 아니라 산리오 캐릭터들을 함께 만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기도 하고 필요에 의해 등장하기도 하는 새로운 캐릭터의 출시는 산리오 팬들에게 큰 관심사 중 하나예요. 나쁜 아이 콘셉트의 배드바츠마루나 마이멜로디의 라이벌인 쿠로미와 같은 악동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했고, 한교동처럼 반어인이라는 특이한 콘셉트를 가진 캐릭터도 등장했죠. 또 시대를 반영해 현대인들의 의욕 없음을 대변하는 캐릭터 구데타마도 인기를 끌었어요.
산리오캐릭터즈 공간에서는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12종의 캐릭터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각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스토리와 특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요. 더불어 다양한 캐릭터 아트와 문구·컵·가방 등 실제 판매된 오리지널 제품들을 통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떤 형태로 산리오 캐릭터들이 우리와 함께했는지 알 수 있어요. 포차코를 좋아한다는 혜원 학생기자는 포차코의 프로필을 꼼꼼히 살펴보고 기념촬영도 했죠.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거대한 헬로키티 조형물부터 다양한 산리오 캐릭터들과 함께할 수 있는 포토존까지 덕심을 채우며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공간도 가득하죠.
헬로키티는 자신을 “특별한 존재는 아니지만, 단 한 가지 잘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너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소개합니다. 이처럼 헬로키티는 50년의 긴 역사를 지나며 전 세계 수많은 사람과 우정을 나누고 부모·자녀 세대가 같이 사랑하는, 세대를 아우르는 아이콘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죠. 우리들의 귀여운 친구 헬로키티와 산리오의 캐릭터들을 만나보세요. 헬로키티 굿즈에 열광했던 부모세대부터 시나모롤·쿠로미 등에 열광하는 지금의 아이들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나들이가 될 거예요.
■ ‘헬로키티 50주년 특별전: 산리오캐릭터즈와의 여행’
「 기간 8월 13일(화)까지
장소 서울 중구 을지로 281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 1관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금,토 오후 9시까지)
관람료 성인 2만원, 청소년 1만5000원, 어린이 1만3000원
」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평소 산리오 캐릭터에 푹 빠져 있어서, 너무 설레고 기대가 되었어요. 곳곳에 캐릭터들의 국적이나 매력포인트와 같은 프로필이 자세히 쓰여 있어서 재미있게 전시를 볼 수 있었어요. 도슨트님의 설명을 듣던 중 헬로키티의 얼굴은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이 된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았어요. 저는 평소에 헬로키티를 밝고 행복한 고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헬로키티를 긍정적인 모습으로 해석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헬로키티를 슬프거나 우울하게 느끼는 친구들이 없기를 바랐어요. 이번 전시회를 보고 헬로키티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고, 헬로키티를 앞으로도 오랫동안 좋아할 것 같아요. 소년중앙 친구들도 전시에 와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헬로키티와 함께 즐겁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 김하윤(경기도 덕은한강초 5) 학생기자
평소 산리오 캐릭터를 좋아하지만, 산리오 회사에 관련된 것은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번 헬로키티 50주년 특별전 취재를 통해 산리오의 역사적인 시작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물건들 등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중 산리오가 50년 동안 계속 발매하고 있는 이치고 신문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산리오 회장님이 계속 참여하셨다는 점에서 작은 것에도 힘쓴다고 느꼈기 때문이죠. 앞으로 좋아하는 캐릭터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 권혜원(서울 당서초 6) 학생기자
」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배재준(오픈스튜디오)·지엔씨미디어, 동행취재=김하윤(경기도 덕은한강초 5)·권혜원(서울 당서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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