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현장.Plus] '게임 체인저' 이승우와 '샤프볼'…극한의 효율로 1위 포항도 격침
[풋볼리스트=수원] 김희준 기자= 수원FC는 '게임 체인저'를 통해 결과를 가져온다.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13라운드를 치른 수원FC가 포항스틸러스를 1-0으로 꺾었다. 수원FC는 승점 3점을 추가하며 리그 4위(승점 21)를 지켰다.
수원FC가 명확한 전략으로 승리를 쟁취했다. 수원FC는 단단한 조직력과 유려한 패스워크로 무장한 포항을 상대로 무리하게 전진하기보다는 수비를 우선시하고 이따금 역습을 전개하는 흐름으로 경기를 끌고 갔다.
김은중 감독의 노림수는 후반이었다. 김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주엽과 강상윤을 빼고 이승우와 정승원을 넣었다. 이승우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정승원이 오른쪽 윙포워드로 뛰는 그림이 나왔다. 정확히 후반 시작 47초 후 득점이 나왔다. 이승우가 침착하게 수비를 자신에게 끌어들인 뒤 왼쪽 뒷공간을 노리는 안데르손에게 패스를 건넸다. 안데르손은 페널티박스 안을 확인한 뒤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정승원이 넘어지는 상황에서도 집중력 있게 밀어넣었다.
이후 대처도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 박태하 감독은 발재간이 장점인 홍윤상 대신 제공권이 좋은 조르지를 투입해 이호재와 투톱 체제를 가동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공격수 정재민을 빼고 센터백 잭슨을 투입해 스리백으로 전환했다. 포항이 크로스 공격을 강화했음에도 수원FC는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1-0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사실 이날 경기 지표만 놓고 보면 수원FC가 우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점유율은 36.4% 대 63.6%로 포항이 2배 가량 앞섰고, 슈팅도 포항이 22회로 수원FC 10회보다 많았다. 패스 횟수는 수원FC가 368회, 포항이 608회로 포항이 훨씬 많았다. 패스 성공률 역시 수원FC가 84.2%로 포항의 90%보다 많이 낮았다. 이는 수원FC가 롱패스를 자주 구사한 데다 걷어내기 형식의 패스가 제법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원FC는 명확한 전략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시즌 내내 비슷한 기조다. 후반에 집중력을 발휘해 극적인 득점으로 승리한다. 수원FC는 올 시즌 총 15골을 집어넣었는데, 이 중 전반에 들어간 득점은 단 1골이다. 그나마 그 골도 전반 추가시간에 나왔다. 전반 정규시간에 나온 득점이 하나도 없다.
반면 후반 추가시간에 나온 득점은 4골이다. 이로 인해 결과를 바꾼 경우도 4번(3승 1무)이다. 또한 이번 시즌 뒤지고 있던 승부를 따라잡거나 역전한 경기는 총 5경기(3승 2무)다. 다른 팀보다 뒷심을 더 발휘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경기 전에는 "포항은 리그에서 마지막에 극장골로 이기는 경우가 많고, 우리도 세 번 정도 있었다. 추가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끝까지 집중하는 팀이 승점을 가져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는 "우리가 전반에 의도한 대로 경기를 잘 이끌어갔고, 후반에 '게임 체인저' 선수들이 들어가면서 들어가면서 해야할 몫을 잘 해줘 득점 찬스를 잘 만들었다"며 후반에 교체된 선수들을 언급했다.
김 감독이 말하는 '게임 체인저'란 단연 이승우다. 이승우는 이번 시즌 선발 3회, 교체 7회로 주로 후반에 투입된다. 그런데 이미 리그에서 6골 2도움을 적립했다. 지난 두 시즌보다 득점 페이스가 좋다.
김 감독의 이승우 '후반 조커' 기용이 적중했다. 김 감독은 이승우를 상대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에 기용해 큰 재미를 보고 있다. 실제로 이승우가 올 시즌 기록한 6골 2도움은 모두 교체였을 때 나왔다. 선발로 나선 경기들에선 침묵했다. 김 감독은 "마음같아서는 90분 기용하고 싶다"고 했지만, 최대 효용을 위해서는 이승우를 후반에 기용할 수밖에 없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이승우는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돼 곧바로 기점 패스를 만들어 수원FC에 승리를 선사했다. 영리하게 경기 템포를 조절해준 덕분에 수원FC는 효율적인 공격을 전개할 수 있었고, 이는 후반 막판까지 포항이 마냥 올라설 수 없었던 요인이 됐다.
박 감독도 이승우의 기량을 인정했다. 경기 전에는 "(이)승우는 항상 경계해야 한다. 팀 득점의 절반을 담당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선수다. '게임 체인저'로서 모든 팀들의 경계 대상"이라며 이승우를 막기 위한 대비를 했다고 말했다.
경기 후에는 이승우와 정승원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집중력 부족이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실점했다"며 "전반에 뛰던 선수와 후반에 들어온 선수는 에너지 측면에서 훨씬 앞선다"고 교체된 두 선수에게 집중력과 에너지 모두 밀렸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명확한 전략적 방향성을 갖고 수원FC를 쉽게 지지 않는 팀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게임 체인저' 이승우가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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