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의 제왕에서 세계 최고 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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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김기인이 젠지 입단 이후 물만난 고기처럼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로써 김기인은 젠지 입단 이후 약 반년 만에 2개의 우승컵에 입술을 맞췄다.
김기인을 오랫동안 수식해온 표현이었다.
김기인은 MSI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LCK 우승은 내 커리어의 첫 우승이었다. 이룰 수 없던 걸 이뤘단 느낌을 받았다면, 이번 MSI 우승은 내가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겠단 자신감을 얻은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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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김기인이 젠지 입단 이후 물만난 고기처럼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국내에 이어 세계무대까지 평정, 비로소 자신이 가진 실력에 걸맞은 대우와 보상을 받게 됐다.
젠지는 19일(한국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 파이낸셜 시티 공연 예술 센터에서 열린 2024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결승전에서 중국의 비리비리 게이밍(BLG)에 3대 1로 이겨 우승했다. 이로써 김기인은 젠지 입단 이후 약 반년 만에 2개의 우승컵에 입술을 맞췄다.
무관의 제왕. 김기인을 오랫동안 수식해온 표현이었다. 그는 실력이 출중함에도 우승과는 거리가 먼 비운의 선수였다. 2017년 에버8 위너스에서 데뷔한 뒤로 10위부터 2위까지 모든 순위를 경험해봤으나 유일하게 최종 1위, 우승만은 해보지 못한 이였다.
올해 젠지 합류 이후 비로소 우승 복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아픈 몸으로 ‘링거 투혼’을 발휘, 스스로 생애 첫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우승을 이뤄낸 바 있는 그는 이어서 약 1달 만에 첫 국제대회 우승까지도 달성했다.
김기인은 MSI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LCK 우승은 내 커리어의 첫 우승이었다. 이룰 수 없던 걸 이뤘단 느낌을 받았다면, 이번 MSI 우승은 내가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겠단 자신감을 얻은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세체탑(세계 최고 탑라이너)’ 후보들인 TOP e스포츠(TES)의 ‘369’ 바이 자하오, BLG의 ‘빈’ 천 쩌빈을 상대로 힘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매치업에서는 상대를 앞섰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단순한 손기술이 아닌 침착한 판단력에서 드러났다. 가장 치열했던 결승전 4세트 막판, 장로 드래곤이 등장했음에도 젠지는 ‘빈’(카밀)과 ‘나이트’ 줘 딩(트리스타나)을 이용한 BLG의 백도어 공격 가능성 때문에 온전히 정신을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런 와중에 김기인(럼블) 특유의 침착함이 빛났다. 그는 상대의 인원 분배, 라인 푸시 상황을 재빠르게 파악해 장로 드래곤을 사냥하다가 빠르게 본진으로 순간이동, 상대의 백도어를 막아냈다. 유일한 변수를 지워낸 젠지는 드래곤 전투에서 이긴 뒤 그대로 미드로 밀고 들어가 상대 넥서스를 파괴, 우승을 확정지었다.
앞서 아이템 인벤토리가 가득 차자 암흑의 인장을 팔고 제어 와드를 사서 이를 넥서스 앞에 설치한 판단이 만들어낸 기분 좋은 스노우볼이었다. 쌍둥이 포탑이 없는 상황에서 그와 ‘쵸비’ 정지훈(아지르)은 제어 와드를 이용해 순간이동에 성공, 자신들의 억제기 앞에서 ‘빈’과 ‘나이트’를 막아낼 수 있었다.
김기인은 “우리의 본대 전투력이 더 좋다고 봤기 때문에 상대가 백도어를 노릴 거라 생각했다”면서 “본진에 순간이동할 거리를 만들어놓고 오브젝트(장로 드래곤) 싸움을 하러 나가야 했다. 제어 와드를 본진에 설치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빈’의 솔직한 선수 평가가 화제 되기도 했다. ‘빈’은 T1의 ‘제우스’ 최우제를 김기인보다 나은 선수로 평가했다. 젠지에 한 차례 진 뒤에도 그 생각을 철회하지 않았다. 김기인은 결승전에서 그를 2번째로 이긴 뒤 “그런 인터뷰는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오늘 내가 이겼으니까 내가 (‘빈’보다) 더 잘한다고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청두=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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