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관리 전문화”…요양병원 운영 나선 외과의사

박선혜 2024. 5. 2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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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다나움요양병원장 인터뷰
대학병원 안 가도 치료·처방 가능
치주과 전문의 상주…암 환자 치주질환 케어
첨단 의료기기로 빠른 치유 지원
“요양병원, 전문적 치료 이뤄져야”
김태형 다나움요양병원장. 다나움요양병원

암 환자나 이식·절제 등 수술을 받은 환자가 대학병원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한정돼 있다. 몸도 마음도 회복되지 않은 환자들은 전문적 관리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이들을 위해 전국 200여곳의 ‘암 전문 요양병원’이 불을 밝히고 있다. 

외과 전문의가 직접 운영하는 서울 송파구의 다나움요양병원도 그 중 한 곳이다. 김태형 다나움요양병원장은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외과 전문의 시절을 보낸 후 요양병원에서 수년간 임상 경험을 쌓았다. 그는 의료서비스가 열악한 요양병원 생태계를 바라보며 ‘휴식’ 수준을 넘어 ‘치료’가 가능한 요양병원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14일 쿠키뉴스와 마주한 김 원장은 “암 환자나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회복기간 동안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받길 원한다”며 “현재 요양병원들은 약물 처방이나 시술 등에 한계가 있어 요양원에 가까운 곳이 많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요양병원은 환자의 회복을 돕기 위해 의료, 환경, 운동, 영양 등 다방면에서 전문적 서비스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다나움요양병원은 원장의 외과 전문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수술 후 처치를 제공하고 있다. 항생제와 영양제, 진통제, 혈소판제제도 고루 구비하고 있어 환자가 기존에 진료 받던 병원을 다시 찾지 않아도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 수술 부위 소독은 물론 복수·흉수 치료, 보톡스·레이저 시술, 인공항문 관리 등을 아우른다. 암 치료 중 화학요법을 수행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인 케모포트(Chemoport)와 말초혈관을 통해 우심방까지 삽입하는 정맥 카테터(PICC)도 다룬다.  

김 원장은 “일부 요양병원은 상태가 나빠진 환자를 대학병원으로 보내곤 하는데,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최대한 할 수 있는 처치를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체성분측정기, 초음파기기 같은 진단 장비도 도입했다. 수술·항암·방사선 치료 후 발생하는 합병증 대응에는 고주파온열암치료기, 고압산소치료기, 림프부종완화치료기, 재활진동운동시스템 등 첨단 설비를 쓴다. 

고주파온열암치료기인 ‘온코써미아 EHY-2030K’의 경우 넓은 신체 부위에 적용이 가능해 암세포 사멸 기능을 높였다. ‘갈릴레오 전신교차진동운동기’는 말초신경병증 완화, 근력 강화 등에 도움을 준다. 또 최근 들여온 1인용 고압산소챔버인 ‘IBEX M2’는 최대 3기압의 가압 성능으로 산소를 공급해 혈액순환 회복을 지원한다.

외과 전문의인 김태형 다나움요양병원장이 환자에게 고주파온열암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다나움요양병원

다나움요양병원엔 치주과, 종양내과 전문의도 상주한다. 치주과를 둔 요양병원으로는 전국에서 유일하다. 김 원장은 “항암 치료 중에는 면역력이 감소해 치주염이 재발할 수 있는데 암 환자는 일반 의원에서 진료를 잘 받아주지 않으며, 대학병원 진료는 수개월까지 걸린다”면서 “병원에 치과 클리닉을 개설해 입원 기간은 물론 퇴원 후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맞춤형 영양 관리를 위해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 위장 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장이 막혀 영양분 흡수가 덜 되는 장폐색이나 음식물이 소화 과정을 거치지 못해 생기는 덤핑증후군이 일어날 수 있다. 암 환자 역시 항암·방사선 치료 이후 소화불량 등으로 인해 섭취량이 줄어든다. 다나움요양병원 측은 종양내과 전문의, 영양사, 요리사 등이 협업해 환자에게 적정 영양분을 제때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 곳곳엔 공기청정기, 가습기, 제습기, 로봇청소기, 헤파 필터, 천연 아로마오일 등이 비치돼 있었다. 옥상엔 작은 공원을 조성해 산책, 휴식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필라테스·헬스 수업을 정기적으로 진행해 환자 만족도를 높였다.

김 원장은 “고령화 시대에는 요양병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요양병원이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전반적인 건강 관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환자가 불필요하게 대학병원 진료를 받는 일이 줄어들 것이고, 치료 골든타임을 놓쳐 여생을 요양원에서 보내야 하는 사례도 감소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더 많은 요양병원이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갖추고, 외래 기능을 강화해 환자에게 ‘토탈 케어’를 제공하는 의료전달체계의 중간 관리자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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