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혈액암 재발 막는 1차 치료 … 한국은 글로벌 기준에 뒤처져

권선미 2024. 5. 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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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의 월요藥담회

혈액암은 온몸을 흐르는 혈액을 만드는 골수의 조혈계에 생기는 악성종양이다. 암세포가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는 혈액암 특성상 수술적 치료가 어렵다. 그래서 수술로 암 발생 부위를 제거하는 고형암과 달리 여러 약제를 조합한 복합항암화학요법(R-CHOP)으로 치료한다.

그런데 한국의 혈액암 치료 환경은 글로벌 기준에 한참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러스·박테리아 등 외부 감염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혈액세포인 B세포가 암세포로 변해 통제할 수 없이 성장·증식하는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이 그렇다. 낯선 병명이지만, 혈액암 중에서 발생 빈도가 가장 높다. DLBCL는 주로 65세에서 74세 사이에 처음 진단을 받는다. 질병 진행 속도가 빠른 공격적인 혈액암으로 즉각적 치료가 중요하다.

문제는 표준 치료법인 1차 치료로 쓰이는 복합항암화학요법인 R-CHOP 병용 요법이 모든 사람에게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략 10명 중 4명은 기존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을 겪는다. 대부분 2년 이내 재발을 경험하는데, 이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생존 기간이 6개월에 불과하다. 게다가 치료 차수가 늘어날수록 예후가 좋지 않고, 의료 비용도 증가한다. 암 재발에 대한 걱정으로 DLBCL 환자가 느끼는 불안감도 크다. 암 재발 가능성을 낮춘 치료법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국내에도 무려 20년 만에 기존 표준치료법인 R-CHOP 병용 요법보다 암 재발 억제 등 치료 효과를 보인 신약(폴라이비)이 도입됐다. 암 잡는 유도미사일로 불리는 항체약물결합체(ADC) 기전이 적용된 폴라이비는 주요 임상 연구를 통해 질병 악화 혹은 사망 가능성을 24%나 줄였고, 향후 10년 동안 2차 치료가 필요한 환자 수를 27% 낮췄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런 연구결과를 토대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해당 치료법을 DLBCL 환자에 대해 가장 높은 수준(category 1A)으로 권고한다.

기존 표준치료법보다 유의미한 무진행생존율(PFS)을 입증했지만, 국내에서는 DLBCL 치료를 위해 이 약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0년 10월 국내 도입된 이후 건강보험급여 적용을 위한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급여 기준 설정에 또 실패했기 때문이다. 벌써 두 번째 급여 도전 실패다. 임상 현장에서 한국의 DLBCL 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에 이미 미국·영국·독일·이탈리아·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DLBCL은 진단 24개월 동안 암이 진행되지 않도록 치료했을 때 5년 생존율은 94.4%다. DLBCL 1차 치료에 가장 효과적 치료법을 적용할수록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한 혁신적 신약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 혈액암 환자는 20년 전 방식으로 치료받아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더 이상 이들이 기다림 속에서 생을 마감하지 않도록 최신의 혈액암 치료법이 국내에 적용되길 기대한다. 장기적으로 암 재발 등으로 인한 추가 치료로 발생하는 의료비 절감에도 유리하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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