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흑인이 미국의 역사" 졸업식 축사…등 돌린 학생들, 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흑인 명문대 모어하우스대 졸업식에서 “흑인의 역사야 말로 미국의 역사”라며 흑인 사회에 대한 구애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등을 돌리고 앉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항의를 표했다.
이날 연설은 반(反)이스라엘 시위가 전국 대학가로 확산된 뒤 처음으로 이뤄진 캠퍼스 연설이다. 모어하우스대는 흑인 인권 운동의 대부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모교다. 젊은층과 흑인 민심을 동시에 달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은 가슴 아프다”며 27분 연설의 상당 부분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즉각적인 휴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특히 “무고한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죽고 고통받는 인도주의의 위기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내가 즉각적인 정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젊은층과 흑인 표심을 잡기 위한 연설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연설 직전엔 졸업생 대표가 팔레스타인 국기를 졸업 모자에 꽂고 연단에 올라 “가자지구에서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것이 모어하우스 사람으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입장”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도중엔 몇몇 학생이 뒤돌아 앉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자 “나는 평화롭고 비폭력적인 시위를 지지하고, 여러분의 목소리가 경청돼야야 한다”며 “그 목소리를 듣겠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에는 미국 역사상 그 어떤 대통령 때보다 법원을 포함한 고위직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더 많다”며 “왜냐하면 나에게는 그들의 의견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묵언의 항의는 연설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지만, 일부 학생들은 “4년 더(four more year)”를 외치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흑인 가족과 공동체에 역대 어느 정부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며 노후 수도관 교체, 초고속 인터넷망 설치, 흑인대학 지원 확대,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 등을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조지아주에서는 투표를 위해 줄을 선 사람들에게 물을 주는 행위도 금지된다”며 “이는 여러분의 투표권에 대한 공격”이라며 공화당의 선거법 개정 시도를 규탄했다. 또 “그들은 이민자들이 우리의 피를 오염시키고 있다며 과거 파시스트와 같은 발언을 한다”며 “그러나 우리의 피는 모두 같은 색이다. 미국에서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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