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해외 직구' 파고든 한동훈 왜?…전대 출마 카운트다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 37일만에 수면 위 움직임을 재개했다. 지난 18일 페이스북에서 “국민”과 “우리 정부”를 거론하며 정부의 KC 미인증 직구 제한 추진을 정면 비판했다. 4·10 총선 패배 이튿날 여의도를 떠난 이후 현안에 대해 공개 메시지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차기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로 마음을 굳혔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 가운데 한 전 위원장이 직구 이슈를 왜 건드렸는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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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시점=5월 18일
한 전 위원장은 당권 도전설이 불거진 이달 초부터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목격담 형태로 등장했다. 이를 ‘의도적인 여론 떠보기’, ‘목격담 정치’로 보는 시선이 여권 내에 적잖았고, 이런 해석이 확산하자 본인 명의 페이스북 계정을 재가동했다. 그 전까지는 홍준표 대구시장 주장에 반박하는 내용의 글(4월 20일)이 총선 후 SNS 활동의 전부였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퇴 후 지금까지 ‘리액션’만 해 오던 한 전 위원장이 ‘액션’을 시작했다. 이번 글이 정계 복귀 신호탄으로 해석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갓 진용을 갖춘 황우여 비대위는 차기 전대 시기를 오는 7월로 정리해 둔 상태다. 성일종 신임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지난 13일 라디오에서 “7월경이 유력하다”고 밝힌 지 닷새만에 한 전 위원장이 페북글을 썼다. 40일 전 후보 등록을 하도록 돼 있는 당규상, 7월 말 전대의 후보 등록 마감은 6월 20일 전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시간이 많지 않다. 최소 전대 두달 전에는 움직여야 조직 구축 등 출마에 필요한 물리적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②주제=해외직구
총선 후 정치권 주요 이슈는 해병대·김건희 특검과 여소야대 정국 등이었다.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은 정치 현안 대신 실생활과 밀접한 정책을 건드렸다. 그는 KC미인증 직구 규제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면서 “해외직구는 (규모가) 이미 연간 6조7000억원을 넘을 정도로 국민이 애용하고 있고, 나도 가끔 해외직구를 한다”고 적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이견이 부딪히는 정치 이슈에 목소리를 내 봐야 득보다 실이 큰 상황에서, 한 전 위원장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경제 현안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피규어(캐릭터 모형) 수집가로 알려진 한 전 위원장은 글 작성 후 주변에 “피규어 같은 걸 가끔 직구한다”고 알렸다고 한다. 그의 ‘직구 사랑’은 검사 재직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직 검사장은 통화에서 “같이 근무할 때 한 전 위원장이 ‘2300년 전 알렉산더 대왕 시대의 고대 그리스 동전을 해외 사이트에서 어렵게 구했다’고 귀띔했다. 희귀 동전을 수집해 남몰래 목에 걸고 다니는 취미가 있었다”고 전했다.
③입지=반(反)윤 주자?
정부는 19일 KC미인증 직구 제한 추진 방안을 사실상 철회했다. 여론을 의식해 야권 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진 결과였다. 한 전 위원장과 함께 국민의힘 유력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당선인 등이 일제히 SNS에 우려를 표했다. 유 전 의원은 18일 “무식한 정책이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했고, 나 당선인도 17일 “취지는 공감하지만,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처럼 ‘비윤’으로 분류되는 세 주자가 동시에 정부의 정책 혼선을 파고든 건 의대 증원, 검찰 인사 등 최근 일련의 정부 조치에 대한 여권 지지층의 실망감을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에서는 총선 패장인 한 전 위원장이 ‘전대 출마 명분을 어떻게 세우느냐’를 남은 과제로 보는 분위기다. 조정훈 총선백서 특위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공동 책임”을 언급한 뒤, 총선 책임에 대한 당내 논쟁은 다시 커지고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당선인은 17일 매일신문 유튜브에서 “한 전 위원장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거(총선)는 그거고 이거(전대)는 이거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친윤계 의원은 19일 통화에서 “여전히 의원 중 친윤이 다수인데, 원외 지지세가 크더라도 대통령을 등지고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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