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집쥐, 전선까지 갉아먹어” 쥐약 대신 특수 설계 덫 놓는다

천권필 2024. 5.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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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서 포획된 집쥐. 조영석 대구대 교수 제공

환경 당국이 독도를 점령하고 있는 집쥐 소탕 작전에 나선다.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섬 생태계를 교란할 뿐 아니라 독도경비대 시설물까지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은 내년 5월까지 연구용역을 통해 독도 내 집쥐 서식 현황을 파악하고 제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독도 내 집쥐 유입 요인을 분석해 추가 유입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구환경청은 “특정도서 및 천연보호구역인 독도에 외부에서 유입된 집쥐가 확인됐다”며 “집쥐 서식실태를 고려한 최적 퇴치사업 및 관리대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독도에 설치될 예정인 쥐덫 실험 모습. 조영석 대구대 교수 제공

이달 말에는 대구환경청과 경북경찰청, 울릉도청 등 관계 기관과 생태 전문가가 현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독도를 방문한다. 집쥐 퇴치 효과를 알아보고자 특수 제작한 쥐덫도 설치하기로 했다.

독도 쥐를 연구해 온 조영석 대구대 생물교육과 교수는 “쥐약을 쓰면 다른 생물들에게 이차적인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쥐의 머리에 충격을 줘서 잡는 방식의 덫을 설치하려고 한다”며 “다른 짐승들은 안 들어가고 쥐만 선택적으로 잡을 수 있는지를 실험 중”이라고 말했다.


150마리까지 번식…“바다제비 먹고, 케이블까지 훼손”


밤에 활동하는 독도의 집쥐가 CCTV에 포착됐다. 조영석 대구대 교수 제공
처음부터 독도에 쥐가 살았던 것은 아니다. 2010년 독도 생태계 모니터링 때 서도에서 쥐 사체가 처음 발견됐고, 동도에서도 2015년부터 쥐가 확인됐다.

유전자 확인 결과, 독도에 서식하는 쥐는 국내에서 가장 흔한 집쥐(Rattus norvegicus)로 밝혀졌다. 섬에는 쥐를 위협할 만한 천적이 없었고, 집쥐의 개체 수는 빠르게 증가했다. 2021년 조사에서 독도 내 집쥐 수는 100~150마리로 추산됐다. 집쥐는 독도에 서식하는 사실상 유일한 포유류로 알려졌다. 집쥐의 강한 번식력을 고려했을 때 현재는 개체 수가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급증한 집쥐는 섬에 서식하는 바다제비나 벼과 식물류를 먹어 치우는 등 독도 생태계를 교란했다. 여기에 섬에 설치된 전선까지 갉아먹는 등 시설물 피해까지 일으키면서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은 “쥐가 독도경비대나 등대의 전선 케이블을 훼손해 현장 근무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며 “집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음식·자재 운반선 통해 유입…퇴치 어렵지 않을 것”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로 향하는 배 안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집쥐가 육지(경북 울진군)에서 200여㎞나 떨어진 독도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확실치 않다. 가까운 울릉도에서 독도로 들어오는 배를 따라 침입했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조 교수팀의 유전자 분석 결과에서도 독도의 집쥐는 울릉도 집쥐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독도를 점령한 포유류는 집쥐가 처음이 아니다. 1973년에도 경찰에서 식량 보급용으로 집토끼 40마리를 풀어놨고, 이후 230마리까지 숫자가 늘어나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울릉군에서는 1988년에 토끼 퇴치 사업을 시작했고, 4년 뒤에 토끼를 완전히 섬에서 몰아냈다.

전문가들은 섬의 면적 자체가 넓지 않기 때문에 집쥐 퇴치 역시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 조 교수는 “집쥐는 관광선보다는 독도에 상주하는 사람들의 음식이나 자재 등을 운반하는 배를 통해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며 “일회성 퇴치 이벤트가 아니라 섬에 상주하면서 집쥐를 잡아낸다면 퇴치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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