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서해공무원 피살에 “연락망 끊겨 속수무책”...北 비판은 없었다 [文 회고록]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공개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서해상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을 언급하며 북한 측의 책임을 제기하지 않았다. 탈북 선원 강제 북송 사건은 본문에는 언급되지 않고, 부록에만 짤막하게 등장한다. 회고록 대부분을 남북관계 개선 노력 등에 할애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우리국민 살해에 “답답” 한 단락 언급
해당 사건은 회고록 중 8장 ‘아! 하노이’에서 한 단락 중 일부로 언급됐다. 북한의 개성의 연락사무소 폭파(2020년 6월 16일)와 관련한 내용을 서술하면서다.
문 전 대통령은 “당장 기분이 나빴던 것은 연락사무소 폭파였지만, 실질적으로 오랫동안 어려움을 끼친 건 남북 연락 채널을 단절한 일이었다”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도 그 기간에 발생했다”고 했다. 이어 “사건 당시 북한에 연락할 길이 없으니 국제 상선 통신망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고, 수신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어 참 답답했다. 만약 연락망이 가동되고 있었다면 뭔가 노력해볼 수 있을 텐데 속수무책이었다”고 부연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이씨 사건과 관련한 당시 청와대와 정부의 대처가 “위법하고 부당”했다고 결론 내렸다. 북한에 구조 통지조차 하지 않았고, 이씨가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꾸미기 위해 첩보를 조작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와 관련, 서훈 전 국정원장 등은 사건을 은폐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허위공문서 작성)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는 북한에 대한 비판이나 이씨 사망에 대한 유감과 위로, 정부 조치에 대한 반성 등은 나오지 않는다. 사건에 대한 설명 자체도 없다. 이를 남북 간 연락 채널 단절의 여파가 미친 사례로만 언급한 셈이다. 해당 단락은 “그 후 여러차례 북한에 연락망 복원을 촉구했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았다”는 문장으로 끝났다.
국내외적 비판을 받은 탈북 선원 강제 북송 사건은 대담 형식의 회고록 본문에선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부록인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주요일지’에 ‘흉악 범죄 북한 주민 2명 송환(판문점)’으로 한 줄이 등장할 뿐이다. 이는 2019년 11월 2일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남하한 북측 선원들이 귀순 의사를 표명했으나, 한국 정부가 나흘 만인 11월 5일 북측에 이들의 인계를 통지한 사건이다. 같은 달 7일 이들은 판문점으로 강제 송환됐다. 윤 정부 들어 이뤄진 수사 결과 검찰은 관계기관 공무원들에게 의무없는 일을 시킨(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등) 혐의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을 기소했다.
그런데도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남북 간 군사적 충돌 한 건도 없고 군사적 충돌로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시기가 노무현 정부와 우리 정부 뿐”이라며 9·19 남북군사합의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됐다고 주장했다.
‘사드 합의’는 전 정부에 공 넘겨
2017년 10월 한·중 관계 개선에 합의하며 문 정부는 ▶사드 추가 배치를 고려하지 않는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편입되지 않는다 ▶한·미·일 3국이 군사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3불(不)’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약속’으로 주장하며 한국에 대한 압박을 지속, 정부의 대중 저자세 외교가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 문 정부에서 사드 정식 배치를 늦추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고의로 지연했다는 의혹에 대해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과 한·미·일 3국 동맹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한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고, 박근혜 정부가 사드의 추가 배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이에 따른 3불 입장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드 문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진행된다면 그 과정에서 저절로 해결될 문제라고 (중국에)명확히 했다”면서 이 문제를 “봉합”했다고 표현했다.
MB 회고록 땐 ‘비화 공개’ 맹비난
대담자인 최종건 연세대 교수의 발언으로 사드 관련 협의 때 중국 측이 “시진핑 주석과 지도부가 중국 인민한테 면이 없다”고 했다는 내용도 밝혔다. 고인이 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관련해선 “극우적인 소신 탓이었는지 일본 국내 정치용이었는지” 등 상대국에서 불쾌해 할 소지가 있는 개인적인 평가도 다수 포함됐다.
이는 문 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대통령의 시간』) 발간 당시 강하게 비판한 것과 대조된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던 그는 “물밑에서 있었던 일들을 공개하는 것은 남북관계 발전이나 우리 외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한 이 전 대통령의 해명에 대해서도 “그 당시 국민적 비판을 받았던 것을 호도하는 자화자찬식의 회고록을 낸다면 회고록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혹평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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