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살라-드로그바와 어깨 나란히…'3시즌 10골-10도움' 위업→토트넘 셰필드 3-0 완파, 5위+유로파리그 확정 [PL 리뷰]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이 32년 역사를 자랑하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사상 6번째로 단일 시즌 10골-10도움을 3차례 달성한 선수가 됐다.
소속팀 토트넘도 적지에서 승리를 챙기고 이번 시즌 5위를 확정지으며 다음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본선 무대에 오르게 됐다.
손흥민은 UEFA 클럽대항전에 2년 만에 출전한다.
호주 출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20일(한국시간)부터 영국 셰필드 브라말 레인에서 열린 2023-2024 프리미어리그 최종 38라운드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전반 14분 터진 데얀 쿨루세브스키의 선제골과 후반에 나온 페드로 포로, 쿨루세브스키의 연속골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했다.
토트넘은 이날 경기를 이기면서 20승 6무 12패(승점 66)을 기록, 20개팀 중 5위를 확정지었다. 프리미어리그는 시즌 1~4위가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며 5위와 잉글랜드 FA컵 우승팀이 유로파리그에 나선다. 프리미어리그 6위팀은 UEFA 콘퍼런스리그 티켓을 차지한다.
토트넘은 경기 전까지 6위 첼시(승점 60)와 승점 3점 차여서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이기거나 비겨야 유로파리그 티켓 확보가 가능했는데 무난히 이뤘다.
홈팀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3승 7무 28패(승점 16)을 기록하며 강등됐다. 일찌감치 2부리그 추락이 확정됐던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이날 실점으로 이번 시즌 총 102실점을 기록했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단일 시즌 팀 실점 신기록이다.
이날 경기에 앞서 이번 시즌 17골 9도움을 기록하고 있었던 손흥민은 쿨루세브스키의 골을 도우면서 기어코 시즌 10도움을 일궈냈다. 지난달 8일 노팅엄전 이후 한 달 넘게 어시스트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었던 손흥민은 마침내 10호 도움을 찍으면서 2019-2020시즌(11골 10도움), 2020-2021시즌(17골 10도움)에 이어 개인 통산 3번째 단일 시즌 10골-10도움을 달성했다.
이는 프리미어리그에서 6호다. 앞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공격수 웨인 루니가 5회, 프리미어리그 초창기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에릭 칸토나와 2000년대를 대표하는 '미들라이커' 프랭크 램퍼드가 각각 4차례 10골-10도움을 기록했다. 그리고 현재 리버풀에서 뛰고 있는 모하메드 살라, 첼시의 레전드 디디에 드로그바 등 두 아프리카 선수들이 3차례 10골-10도움을 찍었는데 손흥민도 살라, 램퍼드와 동급이 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쿨루세브스키를 원톱으로 세우고 손흥민을 원톱이 아닌 주포지션인 왼쪽 윙어로 배치했는데 이게 일찌감치 적중했다. 전반 14분 센터백에서 레프트백으로 변신한 토트넘 수비수 미키 판더펜이 전방 압박으로 볼을 탈취한 뒤 페널티지역 근처로 운반했고 제임스 매디슨과 손흥민을 거쳐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있던 쿨루세브스키에게 운반됐다. 쿨루세브스키의 왼발 대각선 슛이 골망을 출렁였다.
손흥민의 도움으로 기록되면서 그가 이번 시즌 10-10 클럽에 가입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굴리에모 비카리오 골키퍼가 나섰으며, 백4는 왼쪽부터 판더펜, 라두 드라구신, 크리스티안 로메로, 페드로 포로로 구성됐다. 미드필더 2명은 로드리고 벤탄쿠르, 파페 사르였다. 2선 공격수 3명은 브레넌 존슨, 매디슨, 손흥민으로 짜여졌으며 쿨루세브스키가 원톱을 섰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작전은 결국 손흥민 극대화였다. 손흥민은 지난해 여름 주포 해리 케인이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뒤 토트넘이 별다른 공격수를 영입하지 않으면서 원톱으로 서는 일이 잦았다. 공격 전방위를 누빌 수 있는 손흥민의 특징을 고려하면 원톱도 괜찮은 포지션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계도 드러났다. 손흥민에게 볼이 배달되지 않으면서 그가 고립된 것이다.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선 스트라이커로 나설 수 있는 브라질 전 국가대표 히샬리송이 부상을 당해 손흥민 원톱 전술이 다시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그가 가장 잘 뛸 수 있는 레프트윙으로 넣고 쿨루세브스키를 사실상 '가짜 9번'으로 배치했는데 이게 적중했다.
토트넘은 이날 쿨루세브스키의 골 외에도 대량 득점을 할 수 있었으나 홈팀 골키퍼 웨스 포더링엄의 선방으로 인해 한 골에 그쳤다. 이날 셰필드는 포더링엄을 문지기로 배치한 뒤 백3에 잭 로빈슨, 오스턴 트러스티, 아넬 아메드호지치를 집어넣었다. 미드필더 5명은 제이든 보글, 구스타보 하메르, 올리 아블라스터, 벤 오스본, 막스 로베로였다. 전방 투톱은 캐머런 아처, 벤 브레레턴 디아스로 짜여졌다.
초반엔 홈팀의 기세가 괜찮았다. 셰필드는 전반 3분 드라구신의 헤더 클리어링 실수를 틈타 역습을 감행, 디아스가 왼발 강슛을 날렸으나 크로스바 위로 넘어가 아쉬움을 삼켰다. 이어 전반 10분엔 윙어 보글이 골대 맞히는 슛을 시도하는 등 최근 6경기 1무5패로 부진한 토트넘을 두들겼다. 강등이 되더라도 최종전에서 한 골 선물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전반 14분 손흥민 어시스트에 이은 쿨루세브스키에 선제골을 내준 뒤엔 토트넘이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포더링엄의 선방에 의지하는 상황이 됐다.
전반 29분엔 코너킥 찬스에서 벤탄쿠르가 아크 왼쪽에서 날린 땅볼 슛이 홈팀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나와 추가골에 실패했다. 이어진 공격에서 손흥민이 페널티킥 지점에서 날린 슛이 포더링엄의 다이빙 선방에 막혔다. 포더링엄은 전반 32분 손흥민으로부터 시작된 공격이 이어지면서 페널티지역 외곽 오른쪽에 있던 페드로 포로의 오른발 대포알 슛을 또 쳐내 박수를 받았다.
전반 추가시간엔 손흥민이 아크 정면으로 파고든 뒤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감각적인 침투패스를 연결했으나 매디슨의 오른발 슛이 포더링엄에 막혀 땅을 쳤다. 손쉽게 넣을 수 있는 결정적인 찬스였으나 이번 시즌 후반기 들어 컨디션이 좋지 않은 매디슨이 또 날렸다.
토트넘은 집요하게 상대 골문을 파고든 끝에 후반 14분 추가골로 결실을 맺었다. 페널티지역 왼쪽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든 손흥민으로부터 시작된 공격이 상대 수비 전열을 흐트렸고, 이때 존슨의 어시스트를 페드로 포로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통렬한 중거리포로 쏴 득점에 성공했다.
토트넘은 후반 21분엔 역시 손흥민의 발 끝에서 시작된 공격을 마무리까지 완성했다. 손흥민이 왼쪽 터치라인 부근 중앙선 쪽에서 한 번에 길게 찔러준 패스를 매디슨이 받아 가운데로 지체 없이 올렸고 이를 쿨루세브스키가 오른발로 방향만 바꾸는 슛을 날려 3-0은 만들었다. 승부가 더 이상 뒤집힐 수 없는 순간이었다.
손흥민은 이후에도 그라운드를 다부지게 누볐고 후반 36분 존슨에 기가 막힌 찬스를 올렸으나 존슨이 이를 골로 완성하지 못했다. 손흥민은 후반 43분 16세 신성 마이키 무어와 교체되면서 벤치로 향하고 이번 시즌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시즌 최종전을 마친 토트넘 선수단은 연고지 런던으로 돌아간 뒤 애프터시즌 친선 경기 장소인 호주 멜버른으로 1만7000km 비행기 타고 20시간 가량 날아간다. 이어 22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친선 경기를 한다. 손흥민은 이 경기 뒤 귀국한다.
사진=연합뉴스, 토트넘, 셰필드 유나이티드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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