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숫자가 말하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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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1.3% 증가했다는 한국은행의 성장률 속보치가 나오자 정부는 한껏 고무됐다.
당초 예상보다 0.5% 포인트 안팎 높게 나타난 만큼 수치상으로 올해 전체 성장률도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브리핑에서 이미 "올해 성장률이 당초 예상한 2.2%는 넘어서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우선 전 분기와 비교해 뽑아내는 통계 수치 자체가 갖는 한계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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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1.3% 증가했다는 한국은행의 성장률 속보치가 나오자 정부는 한껏 고무됐다. 기획재정부가 백브리핑을 하더니 대통령실도 브리핑에서 시장 예상치(0.5~0.6%)를 훌쩍 뛰어넘은 ‘서프라이즈’ 수치에 의미를 부여했다. “민간 주도의 역동적인 성장 경로 복귀” “2020~2021(코로나 기간)을 빼곤 4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 등 잔뜩 힘준 표현이 이어졌다. 현 정권 들어 처음 0%대 성장률(분기 기준)을 벗어나고 고물가·고금리에 침체됐다는 평가만 이어지던 내수가 플러스(+)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으니 반가울 만도 했다.
어쨌거나 1분기 성적이 올해 우리 경제 성장 기대치를 높인 건 사실이다. 당초 예상보다 0.5% 포인트 안팎 높게 나타난 만큼 수치상으로 올해 전체 성장률도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외 기관 다수는 올 초 2.1~2.2% 수준으로 내다봤던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5~2.6% 수준으로 높여 잡았다. 정부도 조정에 들어갔다. 대통령실은 지난 브리핑에서 이미 “올해 성장률이 당초 예상한 2.2%는 넘어서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6일 전망치를 2.2%에서 2.6%로 0.4% 포인트 올렸고, 한은도 오는 23일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상향 조정한 전망 수정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수치가 ‘우리 살림살이가 진짜 나아진다’는 체감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우선 전 분기와 비교해 뽑아내는 통계 수치 자체가 갖는 한계점이 있다. 무려 2.6%나 올랐다는 건설투자 지표를 보자. 건설경기 부진으로 곳곳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터져 나오는 와중에 큰 폭 증가한 건설투자 지표를 ‘건설경기 회복’으로 단순 해석하긴 어렵다. 전 분기(지난해 4분기)가 워낙 안 좋았던 기저효과가 컸다. 건설 수주나 착공 면적 등 다른 지표가 안 좋아 다음 분기엔 다시 부진으로 돌아설 수 있다. 증가세로 돌아선 민간소비 지표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한은 내부에서조차 어떤 요인이 있었나 재차 들여다봤다고 한다.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 기조와 관련해 이전지출(실업수당 사회보장기부금 등 개인에게 지급되는 돈) 집행이 1분기에 집중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도 있다. 수치로 나타난 내수 회복세가 ‘1분기 한정’이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숫자는 우리 경제의 성과를 표현할 뿐 개별 주체의 삶을 설명하진 못한다. 성장률보다 당장 점심에 사 먹은 김밥 가격이 주는 부담감이 각 주체에겐 더 크게 와닿는다. 더욱이 모든 부문에서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유형은 다양해지고, 정도는 걷잡을 수 없이 강해졌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개인 단위에서는 넘치는 유동성을 잘 활용해 부동산이나 주식, 코인 등으로 자본을 키운 자와 그 기회를 놓친 이 사이 격차가 좁힐 수 없는 수준이 돼 버렸다. 서비스업에서는 플랫폼을 가진 쪽이 이를 이용해야 하는 쪽을 압도한다. 쓸 수 있는 쪽과 아닌 쪽 사이 양극화는 수출기업이 아무리 성장해도 내수 경제는 침체하는 수출-내수 간 양극화도 극심해지고 있다.
성장하는 수출 기업조차 글로벌 반도체·자동차 등 극소수 기업으로 수렴되는 흐름이다. AI 기술은 지금의 양극화를 극대화할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률 얼마 식의 수치가 설명할 수 있는 건 극히 제한적이다. 반짝 반가운 경제지표가 진짜로 풀어야 하는 문제를 또 미루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양극화 문제 등 구조적 문제는 미룰수록 공고해지고 해결은 어려워진다.
조민영 온라인뉴스부장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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