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국가와 정보
요즘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문제로 여론이 뜨겁다. 일본의 대표 메신저 플랫폼인 라인은 한국의 네이버에서 개발되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야후와 합병해 출범한 기업이 라인야후다. 지난해 일어난 개인정보 데이터 유출사건을 빌미로 일본 정부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네이버 지분 관계 정리를 요구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우리가 개발한 ‘토종 상품’을 일본에 빼앗긴다는 우려로 시끄럽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한 유일한 사례가 몽땅 일본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두고 일제 강점기에 따르는 집단기억의 트라우마가 되살아온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정부가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도 많아 역사·경제·정치적인 사연이 복잡하게 얽힌 사태로 부상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현재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도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을 놓고 비슷한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하원은 ‘틱톡 금지 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6개월 내 틱톡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1억7000만 명의 사용자를 가진 미국 틱톡 서비스를 비중국 업체에 매각하지 않으면 틱톡 사용을 아예 금지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법안 역시 국가 안보 차원에서 미국 국민의 개인 정보 및 사용 데이터를 ‘적국’인 중국 정부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며 복잡한 정치적인 문제들이 디지털 현실의 가상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판을 치는 우리의 미래는 결국 데이터의 경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봐도 근대국가의 형성은 통계적 데이터를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이것은 바로 통계학 (statistics)의 어원이 국가·정부(state)와 같은 라틴어(status)에서 비롯된 이유다. 정보 시대 정치의 핵심은 이러한 사태를 주체적으로 해결해나가는 데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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