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의 여왕’은 박현경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인기 스타 박현경(24·사진)이 마침내 ‘매치플레이 퀸’에 등극했다.
박현경은 19일 강원도 춘천시 라데나 골프장에서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 결승전에서 이예원(21)을 꺾고 우승했다. 16번 홀(파3)까지 1홀 차로 뒤졌지만, 파 4의 17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동타를 이룬 뒤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끝내기 버디 퍼트를 떨어뜨려 극적인 재역전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2억2500만원.
이로써 박현경은 통산 5승째를 달성했다. 매치플레이 우승은 2019년 프로 데뷔 후 처음이다. 박현경은 기나긴 승부를 마감한 뒤 캐디로 호흡을 맞춘 아버지 박세수씨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박현경은 “18번 홀 버디 퍼트가 홀로 들어가는 순간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든 하루였다. 마지막에는 수전증이 오는 줄 알았다”면서 “다행히 침착하게 마무리를 잘해서 기쁘다. 무엇보다도 영원한 스승이신 아버지에게 좋은 선물을 드려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현경은 고교 시절부터 국가대표 유망주로 활약했다. 2018년에는 US여자오픈 한국 지역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해 일찌감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를 경험하기도 했다. 실력을 검증받은 박현경은 금세 인기 스타로 발돋움했다. 깜찍한 외모와 타고난 스타성을 앞세워 현재 KLPGA 투어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을 자랑한다. 자신의 별명을 딴 ‘큐티풀(큐티와 뷰티풀의 합성어)’이란 이름의 열혈 팬클럽 회원들은 전국 각지를 따라다니며 박현경을 응원할 정도다.
지난해까지 통산 4승을 거둔 박현경은 올해 들어 더욱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겨울 전지훈련을 통해 비거리를 최대 20야드 정도 늘린 덕분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티샷 거리가 짧은 탓에 세컨드 샷을 가장 먼저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 시즌에는 동료들과 비슷한 위치에 공을 떨어뜨린다. 실제 기록상으로도 드라이브샷 비거리가 지난해 238.04야드(59위)에서 올해 246.90야드(27위)로 늘었다.
자신감을 갖게 된 박현경은 올 시즌 8개 대회에서 톱10을 5차례 기록하며 우승 희망을 키웠다. 그리고 1대1 맞대결 방식의 이번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유효주와 문정민·이소영·이예원을 차례로 물리치면서 ‘매치 퀸’의 자리에 올랐다.
이날 경기는 오전 8시부터 준결승전과 결승전이 차례로 열렸다. 준결승전에선 박현경과 이예원이 각각 이소영과 윤이나를 꺾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1시45분부터 펼쳐진 결승전의 초반 분위기는 박현경 쪽이었다. 1번 홀(파4)과 4번 홀, 5번 홀에서 차례로 승리를 거두면서 한때 3홀 차로 앞서 나갔다. 7번 홀(파4) 버디를 낚은 이예원에게 한 홀을 내주기는 했지만, 경기 중반까지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파5 12번 홀과 파3 13번 홀에서 샷이 흔들린 탓에 잇달아 홀을 내주면서 결국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상승세를 탄 이예원은 파5의 15번 홀에서 세컨드 샷을 그린 옆에 붙인 뒤 어프로치를 컵 옆에 바짝 붙여 버디를 잡았다. 이 홀에서 파를 기록한 박현경은 1홀 차 역전을 허용하면서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박현경은 다시 힘을 냈다. 17번 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18번 홀에서 2m 조금 안 되는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주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제패했던 이예원은 2주 연속 우승 목전에서 물러났다.
후배 이예원과 절친한 사이인 박현경은 “최근 들어 (이)예원이가 워낙 샷 감각이 좋아서 3홀 차로 앞선 상황에서도 따라잡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긴장해서 경기 중반에는 퍼트 스트로크도 많이 흔들렸다”며 “다음 주 US여자오픈에 도전한다. 좋은 성적을 안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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