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신이 도왔다, 오늘 우승 최고”

성호준 2024. 5. 20. 00: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경주가 19일 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연장전 끝에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우승 트로피와 생일 케이크를 옆에 두고 활짝 웃는 최경주. [사진 KPGA]

54세의 베테랑 최경주가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 4라운드 3오버파 74타, 합계 3언더파로 박상현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승리해 정상에 올랐다.

18번 홀(파 4)에서 벌어진 연장 첫 홀 경기. 최경주의 두 번째 샷은 빗맞았다. 페어웨이 우드를 잡았는데 그린 앞을 휘도는 개울에 공을 빠뜨린 듯 보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기적처럼 볼은 개울 옆에 있는 작은 섬 위에 내려앉았다. 섬의 크기는 가로 2m, 세로 1.5m 정도였다. 게다가 공이 놓인 자리는 매우 좋았다.

최경주는 “17번 홀부터 허리가 아팠다. 스윙이 부자연스러웠다. 두 번째 샷을 하자마자 공이 물에 들어간 걸로 생각했다. 그러나 갤러리의 반응을 보고 뭔가 좋은 일이 있는 걸로 알았다. 하나님이 좋은 라이를 주셨다”고 말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한 갤러리는 “저 섬은 완도”라고 말했다. 완도 출신인 최경주를 위한 섬이라는 거였다.

최경주는 이 위기에서 파세이브를 하면서 극적으로 회생했다. 최경주는 이 홀에서 두 번째 샷을 우드로 쳐야 할 정도로 티샷이 짧았다. 두 번째 샷도 실수했지만, 운 좋게도 그린 앞의 섬에 공이 멈춰선 덕분에 살아났다. 사기가 오른 최경주는 두 번째 연장전에서 파를 잡아 보기를 한 박상현에게 승리했다.

이날은 최경주의 54세 생일이었다. 이전까지 KPGA 투어 최고령 우승은 2005년 최상호가 매경오픈에서 기록한 만 50세4개월25일이었다. 최경주가 그 기록을 깼다. 미국 PGA 투어의 최고령 우승은 52세10개월8일의 샘 스니드다.

신재민 기자

최경주가 한국에서 마지막 우승한 건 12년 전인 2012년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이었다.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한 건 16년 전인 2008년이 마지막이다. 최경주는 이날 우승으로 KPGA 투어 통산 17승을 기록했다. SK텔레콤 오픈에서는 네 번째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2억3000만원.

최경주는 5타 차 단독 선두로 마지막 날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12번과 13번 홀에서 3퍼트로 보기를 하면서 박상현에게 한 타 차로 쫓겼다. 최경주는 마지막 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가 벙커에 빠지면서 보기를 해 연장전에 끌려갔다. 박상현은 마지막 날 4언더파 67타를 기록하면서 우승 경쟁을 벌였다.

최경주는 우승을 확정한 뒤 눈시울을 붉히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며 울먹였다.

최경주는 이날 우승으로 프로 통산 30승을 기록했다. 한국에서 17승, 미국 PGA 투어 8승, 챔피언스 투어 1승, 일본 2승, 유럽과 아시안 투어 1승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 이전까지 최경주가 거둔 우승은 2021년 9월 챔피언스 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오픈이 마지막이었다.

최경주는 “경기 막판 허리가 아파 몸이 불편했다. 4라운드 18번 홀에서는 두 번째 샷이 239야드나 남아 3번 우드로 쳐야 했고, 결국 보기를 했다. 연장 첫 홀에서도 비슷했다. 힙턴이 안 되니까 손으로만 쳐서 공이 멀리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파세이브하기도 어려웠다. 연장 두 번째 홀에서는 ‘주님, 우승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까요’ 라고 기도했다. 컨트롤이고 뭐고 필요 없다고 생각해 온몸을 돌리면서 스윙했다. 이전보다 50야드쯤 더 나갔고, 5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파를 잡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오늘의 우승이 역대 최고다. 이전엔 철없을 때라 내가 잘난 줄 알았다. 볼이 그 아일랜드에 올라간 건 기적이다.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대회”라며 “18번 홀 그린 앞에 놓인 섬의 이름을 K. J 초이 아일랜드라고 하면 좋겠다”고 했다.

제주=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