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본.감독.주연’ 최경주, 골프사에 길이 남을 감동 드라마 완성
“‘K J CHOI 아일랜드’로 붙였으면 한다.”
‘탱크’ 최경주(54·SK텔레콤)가 자신의 우승의 결정적 원동력이 된 18번 홀(파4) 그린앞 페널티 구역 내 작은 섬에 붙인 이름이다.
최경주는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CC(파71)에서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대회 마지막날 후배 박상현(41·동아제약)과 연장 승부를 펼친 끝에 극적 우승이었다.
승부는 18번 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 2차전에서 갈렸다. 두 번째샷을 그린에 올린 최경주는 투 퍼트로 홀아웃한 반면 레귤러 온그린에 실패한 박상현이 보기를 범하면서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에 앞서 같은 홀에서 열린 연장 1차전에서 최경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두 번째샷이 미스샷이 되면서 문제의 페널티 구역으로 향한 것. 누가 봐도 페널티 구역 연못행이었다. 최경주도 그렇게 인식하고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러나 갤러리의 반응을 보고 적어도 볼은 살아 있다는 걸 감지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곳에 볼이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누가 일부러 손으로 갖다 놓아도 그런 좋은 라이는 아니었을 것이다”라며 “이번 대회에서 정말 우승하고 싶었다. 몸이 계속 부담이 오고 그래서 더 간절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기도를 했다”고 했다.
최경주의 간절함이 통했던 것일까. 이번에는 그의 세 번째 어프로치 샷이 절묘했다. 최경주는 “공 앞에 돌이 30cm 정도 튀어 나와있었다. 54도 웨지로 샷을 하려고 했는데 돌에 부딪힐 것 같았다. 캐디도 54도 웨지보다는 59도 웨지를 추천했다”라며 “샷을 해서 공을 좀 밀면서 스핀 없이 그린 위에서 굴러가게 의도했다. 다행히 홀에 가깝게 붙여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당시 일명 ‘아일랜드 샷’은 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고 당시 순간을 회상했다.
대회 주최사인 SK텔레콤 창립 40주년에 의미있는 대회 네 번째 우승을 차지한 최경주는 “정말 큰 성원 속에서 이렇게 우승하게 됐는데 기쁘고 이 감정을 설명하기 어렵다”라고 소감을 말한 뒤 “오늘 연장전 1차전 같은 상황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키고 나서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최경주는 “만감이 교차됐다. 아까도 말했듯이 정말 우승하고 싶었다”면서 “후반으로 갈수록 몸 상태는 부담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 홀 한 홀 버텼다. 정말 힘들었다. 그런 것들이 겹치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연장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최경주는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키고 나서 경쟁자인 후배 박상현을 포옹하고서 잠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일단 너무 우리 후배 선수들 너무 고생했다고 이야기했다. 박상현 선수가 내게는 ‘우승 축하한다. 생신도 축하한다’고 이야기했다”라며 “정말 후배 선수들 다 좋은 경기 보여줬고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항상 후배 선수들에게 고맙다. 그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힘이 난다”고 웃어 보였다.
그는 이어 “후배 선수들도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이 코스를 정복하고 싶고 계속 도전하면서 경기했다. 이 도전 속에서 분명 배운 것이 많았을 것”이라며 “나 같은 경우는 PGA투어와 PGA 챔피언스투어를 오가며 쌓은 경험으로 이러한 상황을 끌고 가는 페이스가 분명히 있다. 오늘도 후반에는 쉽지 않았는데 끝까지 할 수 있는 것은 해보자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고 자신의 우승이 후배들에게 선한 영향이 됐으면 하는 바램을 피력했다.
최경주는 내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그는 “이번 주에는 ‘시니어 PGA 챔피언십’ 대회에 출전한다. 이후 격주로 규모가 큰 대회에도 나설 계획”이라며 “전에도 이야기했듯이 올해 목표는 이번 시즌 PGA 챔피언스투어 상금순위 ‘톱10’에 진입하는 것이다. PGA 챔피언스투어도 정말 쉽지 않은 무대다. 열심히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자신의 건강관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경주는 “알코올에 이어 탄산도 끊었다. 7일 전부터는 커피도 안 마신다. 협착증 증세가 있는데 커피가 칼슘을 빼앗아 간다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그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연습과 루틴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해 주었다. 그는 “경기 시작 전 루틴은 일단 40분 정도 가볍게 운동을 한다. 스트레칭도 하고 테라피도 받는다. 이후 샷과 퍼트 연습을 한다. 퍼트 연습 같은 경우는 그린에 꼭 자를 놓고 한다. 자를 두고 퍼트 연습을 하면 경기 중 압박을 받을 때 정말 좋은 효과가 있다. 오늘 18번홀에서도 연습했을 때처럼 퍼트를 했다. 경기를 하지 않을 때는 500개 샷을 한다. 벙커샷부터 아이언샷, 어프로치까지 다 한다. 늘 연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근육이 빠지기 때문이다”고 그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을 롤 모델로 삼는 40~50세 중년 남성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몸 관리 방법도 소개했다. 최경주는 “일단 잘 먹어야 하고 술을 끊어야 한다”고 웃으며 “잠을 잘 자야 한다. 몸에 해가 되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꾸준한 운동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귀포=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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