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공세에 우크라 주민 1만명 대피…젤렌스키 “'올림픽 휴전' 러만 유리”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가 있는 북동부 하르키우주(州)에서 러시아군의 집중 공세로 우크라 주민들이 1만명 가까이 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서 10㎞ 이상 진군한 것을 인정하면서 서방의 지원을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 제기된 '파리 올림픽 기간 휴전' 제안은 거부했다.
올레흐 시네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1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현재까지 하르키우 주민 총 9907명이 대피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저녁에도 러시아군의 포격이 이어지면서 3명이 숨지고 유치원 건물이 파손되는 등 민간 부문 피해가 잇따랐다고 시네후보우 주지사는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전날(17일) AFP통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전선과 관련해 “상황이 통제되고 있지만 안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주 국경에서 약 10㎞ 전진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가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우리 영토로 더 깊이 침투하고 있다는 것을 냉정하게 인정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북쪽 지역에서 최대 10㎞ 진군했다고 전한 외신들의 보도를 사실로 인정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공세가 수 차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르키우 방면 공격은 “첫 번째 물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군을 두고 “그들은 짐승과 같다”며 “이 방면 어딘가에서 약점을 포착하면 계속 밀고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러시아의 이번 공격으로 전투 지역이 70㎞가량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중대한 전투가 있을 것이며 적들이 그것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일주일간 하르키우를 중심으로 약 278㎢를 점령했다. 러시아는 지난 10일 이후 12개 마을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00대 가량의 군용기를 보유한 러시아군에 제공권 우위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 등 첨단 항공기 120~130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자국이 현재 확보한 패트리엇 등 미사일 전력이 실제 필요한 것의 25%에 그친다며 서방의 지원을 거듭 호소했다.
프랑스·중국 등이 제안한 파리 올림픽 기간 휴전 제안에 대해선 “러시아에만 유리한 일”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림픽 휴전이 이뤄져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약속대로 철군할 거라 신뢰할 수 없고 러시아가 (휴전 기간) 자신들의 무기와 군대를 아무런 제지 없이 우리 영토로 들여올 위험이 있다”며 “적에게 유리하게 이용될 수 있는 어떤 휴전에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정상회담 직후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 기간에 휴전할 것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공동 제안했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이 올해 들어 최근까지 러시아 벨고로드 등지의 석유 시설을 잇달아 폭격하면서 러시아의 정유 용량 약 14%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미국 국방부 측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로 인해 지난 3월 기준 러시아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20∼30% 뛰었고, 러시아는 국내 수요를 맞추기 위해 9월까지 약 6개월간 휘발유 수출을 금지했다. 러시아는 또 벨라루스에서 정유 제품을 수입하기 시작했으며, 카자흐스탄 제품 수입도 검토 중이다.
지난 3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은 러시아 석유 시설 타격으로 세계 유가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며 들며 우크라이나에 자제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군사적 관점에서 볼 때 에너지 시설은 정당한 목표물”이라고 반박한 뒤 최근까지 관련 시설 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17일에도 러시아 남부 흑해 연안에 위치한 투압세의 정유공장에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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