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꼬대도 치매 초기 신호…혹시 부모님 이런 행동 하나요 [건강한 가족]

이민영 2024. 5. 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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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수면행동장애 대처법

모님이나 배우자가 심한 잠꼬대를 반복해 놀란 적이 여러 번 있다면 단순히 피로·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넘길 게 아니다. 예기치 못한 부상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뇌 문제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정기영 교수는 “잠꼬대는 연령이 특히 중요한데, 청소년기까지의 일반적 잠꼬대는 대개 일시적이며 나이 들면 없어진다. 하지만 50대 이후에 생긴 습관성 잠꼬대는 치매·파킨슨병이 발병하기 전, 퇴행성 질환의 아주 초기 증상이 나타난 단계로 본다”고 말했다.

노인성 잠꼬대(렘수면행동장애)의 특징은 꿈에서의 움직임이 현실에서 말·행동으로 고스란히 표현되는 것이다. 가끔 간단히 소리만 내는 경우엔 크게 주목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증상이 자주 나타나고 소리뿐 아닌 말소리에 더해 팔다리 움직임까지 동반하면 경각심이 필요하다.

정 교수는 “대개의 꿈이 싸우거나 쫓기는 과격하고 원초적인 내용이어서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부상을 경험하고, 배우자까지 다친다. 전광석화처럼 짧고 강하게 움직이는 탓에 뇌출혈·골절 같은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고, TV·거울이 깨지거나 발길질을 하다 발가락뼈가 부러지며 침대에서 떨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새벽에 느닷없이 ‘악’ 소리를 질러 다른 방에서 자던 가족이 놀라 달려오고,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도 꽤 있다. 꿈 속성상 심각한 악몽이 아니면 대다수의 환자는 아침에 잠꼬대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수면 무호흡증 동반 치료해야


노인성 잠꼬대에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렘수면 단계에서 정상적인 생체반응은 근육 마비다. 꿈에서 소리를 지르고 뛰어도 빠른 안구 운동이 나타날 뿐 팔다리는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렘수면행동장애일 땐 근육 마비가 풀려버린다. 정 교수는 “렘수면을 조절하는 뇌간 부위의 신경세포가 퇴행해 일찍 죽으면서 기능이 떨어져 근육 마비가 풀리는 것”이라며 “렘수면 장애 환자를 10년 정도 추적 관찰해 보면 80% 정도에서 치매·파킨슨병으로 발전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연령이 증가하면서 퇴행성 뇌 질환이 발생할 위험을 10% 미만으로 본다.

최근 국제학술지 ‘수면(SLEEP)’에 실린 정기영 교수팀의 ‘렘수면행동장애 환자의 뇌파를 활용한 신경 퇴행성 질환 발병 시기와 유형 예측 머신러닝 모델’ 연구에서는 수면다원검사를 받은 환자 233명을 최장 9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뇌파가 느릴수록 신경 퇴행성 변화로 빨리 진행하고, 파킨슨보다는 치매가 먼저 올 관련이 더 높았다. 연구팀은 뇌파를 활용해 환자의 예후를 파악함으로써 치료가 필요한 대상을 선별할 수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질병 종류와 시기가 예측되면 환자·보호자가 삶에 대비할 수 있다.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치료제가 나오면 우선으로 써야 하는 대상군으로서 근거가 되는 예측 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약물치료도 증상 억제 도움


렘수면 장애가 의심되는 심한 잠꼬대는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억제하는 게 삶의 질에 도움되기도 한다. 수면다원검사로 렘수면 중 근육 마비가 풀려 꿈에서의 행동이 실제 나타나는지 확인해 확진한다. 정 교수는 “증상이 언제 갑자기 나타날지 모른다. 그래서 환자에게 안전한 수면 환경을 무엇보다 강조한다”고 했다. 부상 예방을 위한 수면 환경으로 가급적 침대 높이는 낮게 하고, 가능하면 바닥에 매트를 깔고 자는 게 안전하다. 같은 방에서 부부가 잘 땐 침대를 따로 쓰거나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게 낫다. 벽에서 좀 떨어진 위치에서 자고, 방 안은 단순한 게 좋다. 거울이나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에 부딪치면 크게 다친다.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대에서 심한 잠꼬대는 신경 퇴행성이 원인이 아닌 이차성인 경우가 많다. 뇌종양이나 뇌염 후유증, 일부 항우울제 같은 약물이 원인이다. 이 밖에 수면 무호흡증 때문에 렘수면 장애처럼 보이는 환자도 있다. 숨이 막혀 행동이 과격해지고 소리를 지른다. 이럴 땐 수면 무호흡증을 치료해 주면 행동이 조절된다.

심한 잠꼬대가 잘 나타나는 날이 있다. 술 먹은 날과 스트레스 많이 받은 날. 격투기처럼 시각 자극이 강한 영상을 자기 전에 시청한 경우다. 정 교수는 “술·스트레스와 자극적 영상 같은 생활 습관적 관련 요소를 교정하면 상당 부분 증상이 완화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조언했다. 특히 노인 환자의 심한 코골이는 수면 무호흡증 동반이 많으므로 이를 함께 치료해야 위험한 잠꼬대 증상이 완화한다. 정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는 퇴행성 뇌 질환의 강력한 바이오마커로 결코 가벼운 질환이 아니다. 뇌 전체를 정밀하게 보고 지속적인 추적 관찰을 해야 한다”며 “뇌·수면 전문가인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고, 자칫 위험한 상황까지 갈 수 있으므로 병을 잘 진단해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권했다.

■ 이런 잠꼬대 위험해요

「 이런 잠꼬대 위험해요

● 50·60 대 이후 발생
● 소리 지르고 몸부림
● 수면무호흡증 동반

대처
● 수면 전문 신경과 의사 찾고
● 필요하면 약물치료
● 낮은 침대나 매트리스 쓰 고
● 방 안 구조는 단순히
● 음주·스트레스 관리하고
● 자기 전 과격한 영상 시청 자제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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