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 목전인데…외국인 예능, 진화와 반복 사이 [D:방송 뷰]

장수정 2024. 5. 1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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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기준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50만 7584명으로, 이는 전체 인구의 4.89%에 해당한다. 전체 인구의 5%가 기준인 ‘다문화 사회’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영화, 드라마 또는 아이돌들이 해외에 진출해 중심에서 활약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이 빠르게 위상을 높이는 사이, 외국인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들의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의 외국인 예능들은 그들의 한국 적응기, 또는 한국에서의 삶에 초점을 맞추는 흐름이 ‘대세’다. ‘여권들고 등짝 스매싱’은 내 자식의 한국살이를 궁금해하는 부모님들의 방문기를 다루고 있으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슈처리피 이방인’은 상위 1% 외국인들의 한국 라이프를 들여다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외국인들이 국내를 방문해 여행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와 같은 프로그램도 있지만, 한국 내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프로그램도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여느 외국인 예능처럼 한국 문화에 낯선 이들이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그리기도 하지만, ‘여권들고 등짝 스매싱’ 속 글로벌 부모들의 잔소리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색다른 재미도 선사한다.

유튜브에서는 외국인들이 직접 나서기도 한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한국으로 이민을 온 조나단, 파트리샤 남매가 대표적이다. 2009년 KBS ‘인간극장’을 통해 유명세를 탔던 이들은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며 방송인으로 활약 중인데, 조나단은 웹예능 ‘가장 완벽한 방법’을 통해 다양한 한국 체류 외국인들을 만나고 있다.

멕시코 출신 방송인 크리스티안과 함께 진행하는 콘텐츠로, 한국 체류 외국인을 ‘외노자’(외국인 노동자)라고 표현하며 ‘해방촌에 푹 빠져 한국에 남아버린 외노자들’, ‘천하제일 외노자 유니버스’, ‘아이돌 외노자에 대하여’ 등 다양한 영상을 게재하고 있다. 국제 커플부터 다국적 친구들까지. 다양한 게스트들이 출연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핀란드에서 태어난 핀란드인이지만, 생후 100일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와 이곳에서 자란 레오도 유튜브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해외를 여행하는 모습을 담는가 하면, 국내 여러 맛집을 방문하며 능숙하게 음식을 즐기고, 평가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레오를 처음 본 식당 주인들이 그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놀라는 모습을 능청스럽게 넘기는 레오의 모습이 웃음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그 또한 ‘바지락칼국수 얼큰하게 안 해줘서 발끈하는 수상한 핀란드인’이라는 제목 등을 통해 상황을 역이용하며 유쾌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일상 속 외국인들을 향한 한국인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짚어내는가 하면, 조나단과 크리스티안은 콘텐츠에서 ‘외노자’라는 표현에 대해 고민을 해보며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도 했다. 외국인을 향한 편견의 시선을 다룰 때 한국인들이 지하철의 맨 끝자리로 이동하는 것은 ‘차별’이 아닌 ‘특징’이라며 오해를 바로 잡는 등 유쾌함과 메시지 사이를 능숙하게 오가는 모습도 보여준다.

다만 여전히 일차원적인 전개로 외국인 예능의 ‘한계’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없지 않다. 넷플릭스의 ‘슈퍼리치 이방인’은 “자국에서의 편안한 삶을 버리고 왜 한국에서 살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콘텐츠지만, 부자들의 화려함을 강조하는 일상, 또는 집에 방점이 찍혀 그 의미가 잘 전달이 되지 못했다. 이 가운데, 마지막 회차에서 그들이 김장하는 모습을 통해 ‘한국 사랑’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등 단순한 전개로 재미도, 의미도 모두 놓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외에도 KBS ‘개그콘서트’에서 필리핀 출신 니퉁 캐릭터를 희화화하며 웃음을 끌어내 빈축을 산 최근의 사례까지. 여전히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들을 편견 없이 담아내는 데는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일부 콘텐츠들의 긍정적인 변화 속, 글로벌 플랫폼과 지상파가 남긴 아쉬움은 외국인 예능의 갈 길이 아직도 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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