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추락 여자배구... 'VNL 30연패'

양형석 2024. 5. 19. 11: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4 VNL] 19일 도미니카 공화국전 0-3 패배, 3연속 셧아웃 패배

[양형석 기자]

한국 여자배구가 VNL 대회에서만 30연패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랑지뉴 체육관에서 열린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발리볼 네이션스리그 1주차 3번째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13-25 19-25 20-25)으로 패했다. 2021년 3연패로 대회를 마무리했던 한국은 2022년, 2023년 연속 12연패에 이어 2024년 대회에서도 개막 후 3연패를 당하면서 VNL 대회에서만 30연패를 기록하게 됐다.

한국은 정지윤이 12득점,강소휘가 9득점, 이다현이 6득점, 이주아가 5득점을 기록하며 분전했다. 하지만 2004년생 아포짓 스파이커 타피아 크루즈와 201cm의 장신 아웃사이드히터 브라옐린 마르티네스(이상 11득점)를 비롯한 도미니카 선수들의 강서브와 탄력 넘치는 공격을 막아내긴 역부족이었다. 3연패로 대회를 시작한 한국 여자배구는 오는 21일 세계랭킹 13위 태국과 대회 4번째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도쿄올림픽 끝난 후 끝없는 추락
 
 모랄레스 감독은 한국 대표팀 감독 부임 후 아직 데뷔 첫 승을 올리지 못했다.
ⓒ 국제배구연맹
 
지난 2021년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폴란드 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2020 도쿄올림픽 직전에 열린 VNL 대회에 출전해 마지막 3경기에서 브라질과 튀르키예,네덜란드에게 패하며 3연패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 여자배구의 VNL 3연패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배구팬은 거의 없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대부분의 팀들이 그랬지만 한국에게도 VNL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치른 '시범경기'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여자배구는 도쿄올림픽에서 케냐와 도미니카,일본을 차례로 꺾고 8강에 진출했고 8강에서 VNL에서 한국에게 패배를 안겼던 튀르키예에게 3-2 승리로 설욕에 성공하며 4강신화를 달성했다. 그렇게 '배구여제' 김연경이 이끌었던 한국 여자배구의 르네상스는 두 번의 올림픽 4강이라는 달콤한 성과와 함께 막을 내렸고 라바리니 감독에 이어 대표팀 코치였던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물려 받았다.

하지만 세자르 감독과 함께 했던 2년은 그야말로 '악몽의 연속'이었다. 도쿄올림픽이 끝난 후 김연경과 김수지,양효진이 차례로 대표팀에서 은퇴하면서 전력이 크게 약해진 한국 여자배구는 세자르 감독 부임 후 첫 국제대회였던 2022 VNL 대회에서 12전 전패를 기록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어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4경기 연속 0-3 패배 후 최종전에서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승리를 따내면서 간신히 국제대회 16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세자르호는 작년에도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한국 여자배구는 작년 VNL 대회에서도 2년 연속 전패와 승점 0점 획득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이어갔다. 그리고 자존심 회복을 위한 마지막 기회였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베트남에게 리버스 스윕을 당하는 등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 17년 만에 노메달에 그치는 굴욕을 당했다. 결국 세자르 감독은 아시안게임 폐막일인 작년 10월8일 한국 대표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모랄레스 감독 부임 후에도 반전 없었다
  
 정지윤은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12득점을 기록했지만 팀을 승리로 이끌진 못했다.
ⓒ 국제배구연맹
 
대한배구협회는 지난 3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공석이었던 여자 대표팀 감독에 푸에르토리코 여자배구 대표팀을 지휘했던 모랄레스 감독을 선임했다. 1984년생의 젊은 지도자인 모랄레스 감독은 다른 클럽 감독을 겸직하지 않고 오직 한국대표팀만 전담하기로 하면서 부진에 빠진 한국 여자배구를 살릴 수 있는 적임자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아무리 유능한 감독도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팀을 바꾸긴 역부족이었다.

V리그 일정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대표팀을 소집해 약 한 달 동안 손발을 맞춘 모랄레스호는 지난 14일 개막한 VNL 대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15일 첫 경기부터 아시아에서 세계랭킹(6위)이 가장 높은 중국을 만난 한국은 중국의 장신군단을 상대로 블로킹에서 6-12로 크게 밀리며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했다. 2020 도쿄올림픽 4강전의 리턴매치로 열린 세계랭킹 2위 브라질과의 맞대결 역시 상대가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0-3 패배).

19일 한국의 세 번째 상대는 중남미의 떠오르는 강호 도미니카였다. 도미니카는 중남미 선수 특유의 탄력과 운동능력을 앞세운 공격은 무섭지만 상대적으로 투박한 배구를 한다고 알려졌고 지난 도쿄올림픽에서도 한국이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한 바 있다. 하지만 세계랭킹 9위에 이미 파리올림픽 본선티켓까지 따낸 도미니카의 전력은 한국보다 몇 수 위였다. 한국은 도미니카에게 8개의 서브득점을 헌납하면서 3경기 연속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올해 VNL에 출전한 16개국 중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가장 세계랭킹이 낮은 팀은 21위의 불가리아다. 사실 베트남(39위)보다 4단계나 낮은 세계랭킹 43위 한국이 출전하기에 VNL은 지나치게 수준이 높은 대회라는 뜻이다. 모랄레스 감독 부임 후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여자배구 앞에 놓인 현실은 VNL 30연패라는 불명예 기록이다. 이제는 '김연경 시대'의 영광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팀을 재건해야 할 시기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