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리그서도 고전하는 수원... 성적도 레전드도 상실 위기
[이준목 기자]
강등의 아픔을 겪은지 아직 반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2부리그에서도 고전하는게 익숙한 팀이 되어버렸다. 프로축구 K리그 전통의 명가 수원 삼성이 K리그2(2부리그)에서 3연패수렁에 빠지며 혹독한 2부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수원은 5월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부천FC와의 하나은행 K리그2 13라운드 홈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5월 무승에 허덕이고 있는 수원은 지난 5일 성남FC에 1-2, 11일 천안시티FC에 0-1로 무너졌던 수원은 이날 패배까지 더하여 3연패 수렁에 빠졌다.
수원은 이날 전반을 득점 없이 마쳤으나 후반 5분 부천의 역습 상황에서 부천 루페타를 저지하려던 백동규가 거친 태클로 퇴장당하면서 수적열세에 몰렸다. 주심은 처음 경고 카드를 꺼냈지만, 비디오 판독(VAR) 이후 레드카드로 바뀌었다. 부천은 후반 31분 바사니의 코너킥을 이상혁이 헤딩슛으로 연결했는데 손석용의 몸을 맞고 그대로 골문을 가르며 자책골이 되고 말았다.
다급해진 수원은 후반 37분 뮬리치를 투입하여 수적열세 속에서도 총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끝내 만회골을 넣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최근 2경기 연속 무득점 패배다.
수원은 6승 1무5패(승점 19)로 안양(승점 24)과 전남(승점20)에 이은 3위에 자리했다. 부천은 4승4무4패(승점 16)로 6위까지 도약했다. 19일 경기를 치르는 선두 안양이 천안을 잡을 경우, 수원과의 승점차는 8점차까지 벌어진다. 또한 5위 부산(승점16)이 성남을 잡으면 수원은 4위까지 내려가게 될 수도 있다.
K리그1 4회 우승에 빛나는 수원 삼성은 지난 2023시즌 8승 9무 21패, 승점 33점으로 K리그1 12개구단중 최하위에 그치며 다이렉트 강등을 당했다. 수원의 2부리그 강등은 사상 최초였다. 리그에서 가장 충성도와 열정이 높고 명문구단에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강하기로 유명던 수원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절치부심한 수원은 강우영 대표이사, 박경훈 단장체제로 프런트를 재정비했고, 구단의 레전드인 염기훈 감독을 대행에 정식 감독으로 승격시키며 2024시즌을 준비했다. 수원은 2부리그에서 1위로 압도적인 다이렉트 승격을 팬들에게 약속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수원은 개막 3월 2승 2패로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4월들어 5경기에서 4승 1무의 호성적을 거두며 선두권으로 반등했다. 염기훈 감독은 정식 감독 데뷔 두달만에 '4월 이달의 감독상'까지 수상했다. 여기에 수원 팬들은 개막과 동시에 2부리그 최다 관중 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우며 강등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성원을 보내줬다.
하지만 5월들어 수원은 잠깐의 상승세가 무색하게 다시 큰 위기에 빠졌다. 상대가 성남-천안-부천이라는 K리그2에서도 중하위권팀이었음에도 점유율만 높았을뿐, 비효율적인 크로스와 슈팅을 남발하다가 상대의 압박과 역습 한방에 허무하게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성적이 추락하면서 염기훈 감독을 향한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사실 염 감독은 선임 당시부터 수원 팬들 사이에서 자격 여부를 놓고 의문부호가 붙었다. 선수로서는 수원 역사에 손꼽힐 레전드이기는 하지만, 지도자 경험이 부족한데다 지난 시즌 감독대행으로 어쨌든 수원의 강등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지난해 감독 대행시절 7경기 3승 2무 2패(승점 11)를 기록했다.
수원 팬들은 수원의 다음 시즌 1부리그 승격을 이끌기 위해서는 염기훈 같은 초보감독에게 부담을 주는 모험보다는, 경험 많고 검증된 베테랑 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수원 공식 서포터즈 '프렌테 트리콜로'는 염기훈 감독 선임설이 나오자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수원 구단은 결국 염 감독의 선임을 강행했다. 이를 두고 수원 팬들 사이에서는 실패한 '리얼블루' 정책으로의 회귀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리얼 블루는 윤성효, 서정원, 이임생, 박건하, 이병근 전 감독 등 수원 출신 레전들드들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정책이었다. 하지만 큰 성과는 거두지못하고 오히려 레전드들에게 성적 부진의 책임만 뒤집어씌워서 희생양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높았다.
염기훈 감독 개인을 둘러싼 구설수도 끊이지 않았다. 염기훈 감독은 선수시절 전임 감독에게 반기를 들어 몰아냈다는 루머에 휩싸였으나 이를 부인했다. 또한 수원 감독에 선임되고 나서에 프로축구 감독을 위한 필수조건은 P급 자격증을 준비하기 위하여 국내가 아닌 태국에서 취득한 편법도 논란이 되었다. 이로 인하여 염 감독은 구단의 레전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인정과 지지를 전혀 받지못하는 불안정한 위치에서 감독생활을 시작해야했다.
4월까지는 그래도 그럭저럭 성적이 나오면서 불만여론을 무마시킬수 있었지만, 5월 들어 팀의 답답한 경기력과 염기훈 감독의 용병술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으면서, 벌써 퇴진 여론까지 제기될만큼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공격축구를 선언했던 염기훈 감독이지만 수원은 고질적인 골결정력 문제를 드러내며 경기를 풀어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팀득점은 17골로 2부에서도 13개구단중 공동 5위에 불과하다.
급기야 3연패를 당한 부천전 직후에는 성난 홈팬들로부터 '염기훈 나가' 콜이 쏟아지기도 했다. 염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홈 팬 앞에서 패해서 죄송스럽다. 한 명이 퇴장당한 상황에서 골을 넣으려고 한 모습들에서 선수들의 노력에는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결과는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부분"라고 덤덤하게 소감을 전했다.
물론 수원의 성적 부진이 염기훈 감독만의 책임이라고는 할수 없다. 수원은 지난 시즌 강등 이후 고승범, 권창훈, 불투이스 등 많은 핵심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손석용, 김현, 백동규, 툰가라 등이 영입되기는 했지만 냉정히 말해 2부리그에서도 압도적인 전력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팬들은 구단의 구체적인 승격과 전력강화를 위한 청사진이 보이지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 K리그1에서 우승 경력을 지니고도 2부로 강등된 클럽들은 이제 적지 않다. 성남FC나 부산 아이파크는 오랜 시간 승격과 강등을 거듭하며 이제는 2부리그가 더 익숙한 구단들이 되어가고 있다. 수원 역시 지금 이 분위기라면 한 시즌만의 다이렉트 승격은 고사하고 내년 이후에도 2부에 오래오래 머물게 될 가능성도 있다.
왕년의 영광과 추억이 현재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수원으로서는 분발하지 않으면 또다시 팀성적도 잃고, 또 한명의 블루 레전드까지 동시에 잃게 될 수 있는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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