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보고서]관두고 시작하면 늦는다…'사짜 전쟁' 뛰어드는 직장인들
회사원도 직장 병행하며 준비하기도
서울의 한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2년 차 직장인 김모씨(28)는 1년 전부터 세무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했다. 그는 "화장품을 좋아해서 관련 회사에 다니게 됐는데, 내가 상상했던 것과 현실이 달랐다"며 "반복되는 야근에 월급도 적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일을 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다른 회사로의 이직도 고려해봤지만, 전문성도 쌓이지 않을 것 같고 성취감도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아 전문직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현재 오후 6시 회사 퇴근 후 집 근처 독서실에서 자정까지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최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청년들의 취업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공무원의 인기는 떨어진 반면 전문직 시험에 대한 관심은 커지면서 일부 직장인들까지 뛰어드는 모습이다.
공무원 인기 꺾이자 전문직 인기 ↑
올해 세무사 1차 시험 지원자는 역대 최대급인 2만명을 돌파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제61회 세무사 1차 시험 지원자는 2만3377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6560명 증가한 수치다. 세무사 1차 시험 지원자는 2021년 1만2494명, 2022년 1만4728명, 2023년 1만6817명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공인회계사 지원자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공인회계사 1차 시험 응시원서 접수 결과 1만6914명이 응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전년도(1만5940명)와 비교해 6.1%(974명) 증가했다. 다만 경쟁률은 5.64대 1로 전년(6.13대1) 대비 하락했다. 올해 1차 시험 예상 합격 인원이 3000명으로 전년도 대비 400명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올해 공인회계사 최소 선발인원을 1250명으로 전년보다 150명 늘렸다. 이외에도 감정평가사, 법무사 시험 등의 지원자 수도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반면 공무원 시험 지원자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 경쟁 채용시험 평균 경쟁률은 21.8대 1로 집계됐다. 이는 1992년(19.3대 1) 이후 32년 만에 최저치다. 최근 5년간의 경쟁률을 보면 2020년 37.2대 1, 2021년 35.0대 1, 2022년 29.2대 1, 지난해 22.8대 1, 올해 21.8대 1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올해 지원자 수도 작년(12만1526명)과 비교하면 1만7929명 급감했다.
전문직 인기 요인…직업 안정성·높은 연봉 등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년보장 등 높은 직업 안정성 ▲대기업·공기업의 문과생 수요 감소 ▲비교적 높은 수준의 연봉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결국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은 배로 들지만, 일반 기업과는 달리 직업 안정성이 보장되고 연봉도 비교적 높은 수준이라는 인식에서 전문직 선호 현상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기 불황으로 기업 채용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했다. 감정평가사 시험 준비를 3년째 하는 이모씨(27)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부터 감평사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며 "취업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있고, 취업한다 해도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것 같아서 전문직을 택했다"고 말했다.
일부 2030세대 젊은 직장인들도 전문직 공부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직장을 무턱대고 그만두기보다는 퇴근 후 독서실을 가는 식으로 직장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남들보다 자격증 취득이 오래 걸릴지라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생업을 그만두지 않는 셈이다.
회계사·세무사 커뮤니티에서도 관련 글들은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세무사 공부를 직장 일과 병행한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직장 워라밸이 괜찮아서 이럴 때 전문직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비전공자라 오랜 기간 잡고 공부하고 있다.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빛을 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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