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반려인·중등 교사 반발…콘텐츠 만들기 어려워진 세상? [기자수첩-연예]
진돗개 혐오 지적받은 '존중 냉장고' 등
드라마·예능 연이은 논란
콘텐츠 속 내용 또는 소재, 설정은 물론, 대사 하나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콘텐츠를 디테일하게 파고들며 분석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콘텐츠를 만들기 어려워졌다”는 호소가 창작자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성장하는 시청자들의 인식을 작품이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도 이어진다.
‘하얀거탑’, ‘밀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등 여러 히트작을 배출한 베테랑 감독 안판석도 최근 특정 장면에 대한 시청자들의 날카로운 지적을 받았다. 스타 강사 서혜진(정려원 분)과 신입 강사로 나타난 제자 이준호(위하준 분)의 이야기를 담는 이 드라마의 첫 회에서는 고등학교 시험 문제를 두고 해석이 나뉘자, 서혜진이 학교를 찾아가 재시험을 요구하고 학교 측은 이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그려졌다.
방송 이후 해당 장면이 공교육을 왜곡하고, 나아가 교권 이미지를 저해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중등교사노조는 유감을 표하는 입장문까지 발표했다. 이들은 “1회 방송 내용 중 ‘고등학교 재시험 요구 사건’과 관련된 내용에 상당한 유감을 표하는 바”라며 “해당 내용에 대한 과도한 극 중 묘사와 설정은 공교육 일선에서 자라나는 세대를 가르치는 임무를 수행하는 교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며,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도 한국 공교육 현장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정적인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에 등장한 하나의 사건이 공교육 전체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극적인 전개 또는 갈등을 조성하기 위한 드라마 속 표현일 뿐’이라고 반응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다만 ‘교권 추락’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도 떠오른 만큼, ‘사교육’을 소재로 한 작품에선 좀 더 신중한 표현이 필요했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이경규는 웹예능 ‘존중냉장고’를 선보였는데, 진돗개 견주를 향해 ‘입마개’ 사용을 강조해 비난을 받았다.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르크크 이경규’에는 ‘반려견 산책 시 존중을 잘하는 사람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영상에서는 출연진이 견주들의 일상을 지켜봤다. 견주들이 자주 찾는 산책로를 관찰하며 ‘매너워터’(반려견 소변 세척용 물), 인식표, 입마개 여부 등 ‘펫티켓’을 잘 지키는 견주들을 물색한 것이다. 이경규는 “반려동물과 외출하고 산책하는 분들이 많고, 시민의식이 높아져 대부분 잘 지킨다”, “저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민들의 존중 대상이 될 수 있는 분들을 찾겠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경규가 입마개를 하지 않는 진돗개를 보며 “아쉽다”며 한숨을 내쉬는 모습 등이 지적의 대상이 됐다. 그는 “솔직히 (모든 개가) 안 해도 된다. (하지만) 입마개를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개가 있다”면서도 “예를 들어 진돗개는 입마개를 안 해도 법적으로 괜찮지만 다른 분이 봤을 때 ‘저거 좀 위협적인데’라고 생각할 수 있어 입마개를 착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분이 존중의 대상”이라고 발언했고, 이 또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법적으로 괜찮다’라고 말하면서, 이를 반복해서 지적한 것은 결국 영상 속 견주를 ‘비매너’로 몰아갈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진돗개 견주들의 날 선 반응은 물론, 해당 영상 속 견주 A씨가 직접 등장해 댓글로 “학대받은 강아지를 보호소에서 입양해 저렇게 멀쩡하게 산책시키기까지 저의 어떠한 노력이 들어간 과정은 싹 무시된 채 그저 입마개 없이 남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무지한 견주로 박제가 돼버렸다”고 분노를 표했다. 설채현 수의사도 SNS를 통해 “입마개를 안 해도 되는 개가 입마개를 안 한 것과 동의도 받지 않고 촬영해서 다수가 보는 영상에서 평가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없는 건지 나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가 “산책할 때 워낙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많아 일부러 사람 없는 시간에 산책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이렇게 산책하는 모습이 촬영돼 진돗개 혐오를 조장하는 도구로 쓰인다니 강아지를 입양하고 가장 힘든 순간”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시청자들도 이경규가 진도 또는 진도믹스를 향해서만 거듭 ‘입마개’를 언급했다며, 해당 견종에 대한 편견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 외에도 아랍 왕자 캐릭터를 등장시키며 이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드라마 ‘킹더랜드’를 향해 해외 시청자들의 항의가 이어진 바 있으며, ‘닥터 차정숙’에서는 크론병 환자에 대한 에피소드를 다룰 때 다소 극단적인 대사로 ‘크론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콘텐츠는 없을 수 있으며, 시청자들의 잣대가 전보다 엄격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웹예능의 영향력도 전보다 커졌으며, 이제는 국내 영화, 드라마가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콘텐츠에 대한 감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논의를 끌어내기도 한다. ‘존중냉장고’의 사례만 보더라도, 시청자들은 이경규의 태도에 대한 분석부터 진돗개가 현실에서 받는 편견 어린 시선까지. 콘텐츠를 다각도로 들여다보며 새로운 논의를 끌어냈던 것이다. 이제는 창작자들도 더욱 발 빠르게 변화를 따라가며 시청자들의 적극성에 응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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