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장관회의도 하고, 정상회의도 조율 중인데…한중 관계 개선 가능할까

남가희 2024. 5.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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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 의사 타진했지만…신냉전 고리 '끈끈'
전문가들 "한일중 정상회의도 원론적 수준일 것"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6년 반 만에 중국을 방문했다. 조 장관은 외교장관회담을 가지고 한중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거듭 피력했는데 신냉전 흐름 속에서 관계 개선이 가능할지를 두고 시선이 엇갈린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회담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새로운 한중 협력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속도와 규모가 아니라 상호 신뢰 증진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 기반을 다지는 데 더 큰 공을 들여야 할 것"이라며, 상호 존중·호혜·공동이익에 기반해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아울러 조 장관은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어느 한쪽이 아닌 양국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며, 난관이 있더라도 세심하게 관리하는 가운데 협력의 모멘텀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조 장관은 고위급을 포함해 다양한 수준에서 전략적 교류·소통을 강화해 나가는 것을 강조하며 왕 부장을 방한 초청했다.

왕 부장은 "조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 고위급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상호 편리한 시기에 방한하겠다고 화답했다.

양 장관은 또 조만간 한국에서 개최될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지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양 장관은 우크라이나 및 중동 정세, 미중 관계 등 지역 및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한중 외교수장은 6년 6개월 만에 만나 현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회담 성과에 대해 조 장관은 베이징 주중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상호 관심사에 대해 포괄적이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서로 다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가운데 앞으로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서 협력하기로 했고, 그것이 가장 중요한 합의 사항이자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총평했다.

이어 "이번 방중은 한중 관계가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는데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정부는 조만간 열릴 한일중 정상회의를 포함해 다양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며 양국 관계 진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외교부는 이달말 서울 개최 가능성이 큰 한일중 정상회의를 두고 막판 조율에 들어갔다. 정부는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관계를 더욱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中, 북러와 더욱 밀착…실질적 관계 개선은 '글쎄'

그러나 실질적 관계 개선이 가능한지를 두고는 회의적 시선이 나온다. 중국이 러시아와 더욱 밀착하는 등 신냉전의 고리 속에서 지속적으로 '핵심 플레이어(Player)'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꾀해야 할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 또한 중국이 우리나라와 가까워지는 것을 지속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섣불리 우리와의 관계 회복을 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북한 외무성에서 중국을 담당하고 있는 박명호 부상은 지난 1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발표하고 조 장관의 중국 방문에 대해 예민 반응을 보였다.

박 부상은 담화에서 "미국 주도의 반중국 군사동맹권에 솔선 두발을 잠그고 나선 하수인의 신분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에 찾아가 그 무슨 '건설적인 역할'에 대해 운운한 것은 대한민국의 후안무치함과 철면피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이라는 전쟁마부가 미친 듯이 몰아대는 '신냉전' 마차에 사지가 꽁꽁 묶여있는 처지에 과연 수족을 스스로 풀고 뛰어내릴 용기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부상은 또 "조선반도 정세불안정의 악성근원과 주된 병집인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한국이 있는 한 지역의 정세는 언제 가도 안정을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한국 외교관들이 20세기 케케묵은 정객들의 외교방식인 청탁과 구걸외교로 아무리 그 누구에게 건설적 역할을 주문한다고 해도 우리는 자기의 생명과도 같은 주권적 권리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와중에 중국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의를 갖는 등 확실한 밀착 행보를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5기 집권을 시작한 지 9일 만에 첫 해외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 했다.

16일 새벽 베이징에 도착한 푸틴 대통령은 17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숨가쁜 일정을 소화한 뒤 기자회견을 끝으로 이틀 일정을 마무리했다.

푸틴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서로를 '친구'라고 부르며 끈끈한 결속을 자랑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방중 첫날 두 정상은 12시간 이상을 붙어 있기도 했다. 특히 16일 세 번째 일정이었던 비공식 회담은 중국 당정 지도부의 집무실이 있는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열렸는데 두 정상은 공원을 산책한 뒤에 차를 마시는 친밀한 분위기에서 대화했다.

푸틴 대통령의 베이징 일정이 끝난 이후에는 두 정상은 포옹하며 인사를 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의 포옹 장면은 종종 포착되지만 시 주석은 이례적인 수준인데, 그만큼 양국 관계가 공고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단어 7000개 분량의 공동성명에서 "동북아시아의 세력 균형을 바꾸려는 미국의 패권적 행위 시도에 반대한다"며 "양국은 북한과의 대결을 고조시켜 한반도 무력 분쟁과 긴장 고조를 낳을 수 있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의한 군사적 위협 행동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전략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언급하며 "남중국해의 안정 문제에 대한 역외 세력의 간섭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도 관계 개선은 아직까지 요원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는 26~27일로 유력시되고 있는 한일중 정상회의에서도 큰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18일 데일리안에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나 협력이라는 표현은 시기상조라고 본다"라며 "(이번 방중도) 북중러 강화에 대한 균형 차원임과 동시에 한국의 지나친 한미동맹 편향에 대한 관리 정도이지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주재우 경희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조 장관의 이번 방중은 이제야 고위급 회담에 물꼬를 튼 수준이라고 평가해야 한다"며 "한일중 정상회의도 지금은 한중·한일중 간 협력 의제가 없기 때문에 원론적인 이야기 수준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 실질적 협력을 위해서는 협력할 수 있는 의제 발굴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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