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손흥민 비난했는데...적장은 리스펙 "조던도 실수해, 나였어도 SON에게 맡겼다"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적장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손흥민을 감쌌다.
손흥민이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나온 일대일 찬스를 살리지 못한 걸 두고 아르테타 감독은 농구계의 전설적인 선수 마이클 조던까지 언급하며 그럴 수 있다고 손흥민을 두둔했다.
토트넘 홋스퍼 지난 1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34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엘링 홀란에게 연속골을 실점해 0-2로 패배했다.
승점을 획득하지 못한 토트넘은 리그 5위에 머물렀고,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승점 3점을 획득한 맨시티는 리그 선두를 탈환해 PL 4연패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이날 토트넘을 열렬히 응원했던 아스널도 맨시티에 선두를 내주며 20년 만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빨간불이 켜졌다.
후반 6분 케빈 더 브라위너의 패스를 홀란이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선제골을 내준 토트넘은 로드리고 벤탄쿠르를 불러들이고 데얀 쿨루세브스키를 투입하는 등 여러 전술 변화로 공격에 변화를 줬다.
하지만 리그 선두 맨시티는 절대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주전 골키퍼 에데르송이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충돌해 교체되는 상황에서도 후벵 디아스와 마누엘 아칸지, 로드리 등 수준 높은 중원과 수비진을 앞세워 토트넘의 공격을 막아내며 리드를 지켰다.
그러던 와중 토트넘에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 기회를 잡은 선수는 다름아닌 토트넘의 주장이자 '맨시티 킬러' 손흥민이었다.
후반 41분 브레넌 존슨이 맨시티 센터백 아칸지를 압박해 아칸지의 패스 미스를 유도했고, 존슨과 같은 타이밍에 맨시티 수비라인을 압박하던 손흥민이 높은 위치에서 공을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
손흥민은 공을 몰고 멀지 않은 거리를 질주한 뒤 스테판 오르테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마주했다. 손흥민의 선택은 골키퍼 다리 사이, 혹은 골키퍼의 오른쪽을 노리는 오른발 슈팅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의 슈팅이 오르테가에게 막히면서 토트넘의 공격 기회는 무산됐다.
동점골 기회를 놓친 대가는 컸다. 토트넘은 후반전 추가시간 들어 포로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맨시티의 윙어 제레미 도쿠의 드리블 돌파를 저지하다 페널티킥을 내주고 말았다. 키커로 나선 홀란이 이를 성공시키며 맨시티가 사실상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결국 경기는 토트넘의 0-2 패배로 끝났다.
찬스를 놓친 손흥민에게 질타가 쏟아졌다.
손흥민의 실수를 지적한 건 토트넘 팬도 아닌 아스널 팬들이었다. 아스널 팬들은 손흥민이 득점에 성공했을 경우 아스널의 우승 가능성이 올라갈 수 있었기 때문에 기회를 놓친 손흥민을 두고 분노해 그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영국 '스포츠 바이블'에 따르면 아스널 팬들은 "손흥민은 일부러 그 찬스를 놓쳤다. 그렇지 않으면 그럴 수 없다", "손흥민이 찬스를 놓친 건 고의다. 그는 스퍼스맨이야!", "방금 TV를 차버렸다. 손흥민이 일대일 찬스를 놓쳤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토트넘 팬들도 아닌 토트넘의 라이벌인 아스널 팬들이 손흥민을 비난한 이유는 이번 경기 결과에 따라 아스널이 우승 경쟁에서 앞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토트넘이 맨시티를 잡았다면 아스널은 우승을 확신할 만했고, 무승부만 거둬도 38라운드 득실차가 더 높은 아스널이 조금 더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토트넘이 홈에서 패배하면서 아스널은 38라운드에서 승리하더라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아스널이 역전 우승에 성공하려면 우선 에버턴을 상대로 승리한 뒤 맨시티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비기거나 패배하길 바라야 한다.
심지어 손흥민은 일대일 찬스를 고의로 놓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야 했다. 맨시티와 우승 경쟁을 벌이는 아스널 팬들이 손흥민을 비롯한 토트넘 선수들이 아스널의 우승을 막기 위해 맨시티전에서 패배, 맨시티를 도왔다는 어처구니없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게다가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이 과르디올라 감독과 웃으며 인사하자 아스널 팬들의 의심은 더욱 커졌다. 본인이 찬스를 놓친 데다 소속팀의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좌절된 상황에서 미소를 지으며 적장과 인사를 나눈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손흥민이 사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손흥민이 사과한 대상은 토트넘 팬들이었다.
손흥민은 영국 '이브닝 스탠더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맨시티전 마주했던 일대일 상황에 대해 "나도 사람이다. 골키퍼는 정말 좋은 결정을 내렸다"라면서 "하지만 나는 팀을 위해서 그렇게 좋은 기회에 득점하지 못한 점에 책임을 느낀다. 우리는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좋은 결과를 얻고자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은 "선수로서 우리 모두는 구단과 우리 스스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다른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우리는 우리와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에 집중했다"라며 아스널의 우승을 저지하기 위해 경기에 대충 임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아스널 팬들은 손흥민을 질타했지만, 정작 아스널의 감독인 아르테타 감독은 손흥민을 감쌌다. 손흥민의 말처럼 사람이라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게 아르테타 감독의 말이었다.
아르테타 감독은 에버턴과의 최종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이 맨시티전에 찬스를 놓친 점을 두고 아쉽지 않냐는 질문을 받자 손흥민을 치켜세웠다.
그는 "나도 그 순간에 찬스를 해결해야 하는 선수를 PL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손흥민을 선택했을 것이다. 손흥민이 찬스를 놓쳤을 때 나와 내 가족들은 머리를 감싸고 뛰어다녔다. (손흥민이 기회를 놓치는 걸) 상상이나 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아르테타 감독은 "마이클 조던도 NBA에서 몇 번이나 위닝샷을 넣었겠지만, 조던도 언제나 위닝샷을 성공시키는 건 아니었다. (기회를 놓치는 것도) 스포츠의 아름다움이기 때문에 누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라며 전설적인 농구 선수 조던을 예로 들어 찬스를 놓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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