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끝내 시즌 OUT…수술 뒤 재활한다,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로'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끝내 수술대에 오른다. 5월 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부상을 당해 많은 걱정과 여러가지 관측이 있었지만 가장 바라지 않았던 상황이 현실로 닥쳤다.
올 시즌 더는 이정후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18일(한국시간) "이정후가 로스앤젤레스에서 닐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났고, 어깨 수술을 권유받았다"며 "이정후는 몇주 내 왼쪽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는다. 2024년에는 그라운드에 서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시즌 아웃을 못 박았다.
이정후는 최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진행했는데 이정후 왼쪽 어깨에 구조적인 손상(structural damage)이 발견됐고, 이정후는 17일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해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났다.
엘라트라체 박사는 '류현진 집도의'로도 잘 알려진 세계적인 스포츠 분야 수술 전문 의사다. 그는 류현진의 어깨, 팔꿈치 수술을 집도한 이로 유명하다. MLB는 물론 다른 종목의 전 세계 스포츠 스타 다수가 어깨 등을 다치면 로스앤젤레스로 건너와 엘라트라체 박사에게 수술을 맡긴다.
지난해엔 MLB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엘라트라체 박사에게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이정후의 충격적인 시즌 아웃 소식은 지난 13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 경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정후는 이날 1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1회초 외야 수비 중 부상을 당하면서 한 타석도 소화하지 못한 채 교체됐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경기 종료 후 미국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이정후의 어깨 상태에 대해 "좋지 않다(Not Great). 일단 내일(5월 14일) MRI 검진을 해봐야겠지만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라며 심상치 않은 기류를 알렸다.
이정후는 이날 샌프란시스코가 0-0으로 팽팽히 맞선 1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신시내티 타자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홈런성 타구를 쫓아가 공을 잡으려고 점프했다. 하지만 포구하지 못한 채 펜스에 강하게 부딪힌 뒤 쓰러졌다.
이정후는 어깨 통증을 호소하면서 더는 게임을 뛸 수 없었다. 샌프란시스코도 선수 보호 차원에서 이정후를 곧바로 타일러 피츠제럴드와 교체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이정후는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 샌프란시스코 구단 스석 트레이너 데이브 그로슈너에게 부축을 받을 때 왼팔을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보도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어깨를 '분리된(separated)' 것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구단 관계자가 '탈구된(dislocated)' 어깨라고 명확하게 표현하면서 단순 부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였고 이런 걱정은 5일 만에 수술 결정으로 실제 상황이 됐다.
이정후는 어깨 수술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시절(2017-2023)에도 왼쪽 어깨 부상으로 고생했던 전례가 있다. 2년차였던 2018시즌 6월1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왼쪽 어깨 관절와순 파열 진단을 받았다. 주루 중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과정에서 부상을 입으면서 1개월 동안 1군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이정후는 2018시즌 11월 포스트시즌 기간 또 한 번 왼쪽 어깨 부상으로 신음했다.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외야 수비 중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왼쪽 어깨를 다친 것이다.
결국 2018년 11월 7일 왼쪽 어깨 전하방 관절와순 봉합수술을 받았다. 키움은 이정후의 이탈 속에서도 준플레이오프에서 한화 이글스를 3승 1패로 제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정후의 공백을 실감하면서 2승 3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당시엔 이정후가 괴력을 발휘했다. 2018년 11월 수술 직후 재활 기간이 6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고 키움 구단도 이정후의 복귀 시점을 처음엔 2019년 5월로 설정했지만 예상보다 빠른, 엄청난 회복 속도를 보였다.
이정후는 재활 기간을 무려 2개월이나 단축했다. 2019년 3월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성공적으로 돌아온 뒤 맹타를 휘두르며 소속팀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견인했다.
이정후는 2019 시즌부터 2022 시즌까지 큰 부상 없이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다. 한국에서 마지막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왼쪽 발목 힘줄을 감싸는 막인 신전지대 봉합수술을 받기는 했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이정후는 빠른 회복세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10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고척스카이돔 경기에서 1타석을 소화했다. 키움팬들을 위한 작별 인사 성격이 강하기는 했지만 초인적인 회복력을 또 한 번 과시했다.
이번에도 이정후가 세계적인 명의 엘라트라체 박사에게 수술을 받는 등 빠른 조치를 단행했고, 선수 본인이 재활에 워낙 성실하기 때문에 빠른 복귀를 기대할 수도 있다.
다만 불안한 점은 이정후의 이번 부상 부위가 6년 전 수술을 했던 왼쪽 어깨라는 점이다. 일단 올시즌 이정후는 재활을 충실히 소화하면서 다음 시즌 준비에 일찌감치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5월 들어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을 때라 아쉽다. 이정후는 이번 시즌 올해 MLB 37경기에서 타율 0.262(145타수 38안타), 2홈런, 8타점, 2도루, OPS 0.641를 올렸다. 클래식 기록은 만족할 수준이 아니었지만, 상위 1%의 헛스윙 비율(9.6%)과 삼진 비율(8.2%)을 찍으며 샌프란시스코가 기대한 선구안을 과시했다.
타구 속력은 시속 89.1마일(143.3㎞)로 MLB 평균 88.5마일(142.4㎞)보다 조금 높았다. 특히 지난 4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부터 6경기 연속 안타로 상승세를 탔다. 5월 성적만 놓고 보면 37타수 10안타 타율 0.270 1타점으로 준수했다. 빅리그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기분 좋은 시점에 충격적인 부상을 입었고 수술대로 향했다.
지난 2023년까지 KBO리그에서 활약하며 통산 타율 0.340을 찍은 이정후는 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1532억원)의 대형 계약을 하며 빅리그에 입성했다.
샌프란시스코는 현재 '부상병동'이다.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가 오른쪽 허벅지 뒤 근육 부상, 포수 패트릭 베일리는 바이러스성 질병, 외야수 호르헤 솔레르는 오른쪽 어깨 염좌, 포수 톰 머피는 왼쪽 무릎 염좌, 내야수 닉 아메드는 왼쪽 손목 염좌, 외야수 오스틴 슬레이터 뇌진탕 등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정후까지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시즌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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