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시한 ‘노동법원 설치’...22대 국회서 여야 합의할까 [국회 방청석]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4. 5. 1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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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임기 내 노동법원 설치 공식화
노동장관 “관계부처와 협의 착수”
민주당, 역대 국회서 법안 발의
관건은 ‘정부 추진력’...회의론도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스물다섯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고맙습니다, 함께 보듬는 노동 현장’을 주제로 진행됐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관계부처에 임기 내 노동법원 설치를 깜짝 지시했다. 노동법원 설치는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역대 국회마다 발의했던 법안인 동시에 노동계도 바라는 사안인 만큼, 22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거쳐 설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노동법원 구성과 관련해 찬반 의견이 팽팽해 대통령 임기 내 얼마나 추진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5월 14일 민생토론회에서 “우리 사회도 이제 노동법원 설치가 필요한 단계가 됐다”며 “노동법원이라는 게 노동법 위반 문제나 해고가 공정했냐 아니냐, 정당하냐 아니냐뿐 아니라 노동형법에 위반해서 어떤 민사상의 피해를 입었을 때 하나의 트랙으로 같이 다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부와 법무부가 법을 준비해서 임기 중 노동법원 설치 관련 법안을 낼 수 있게 준비해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5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토론회 후속 브리핑을 열고 노동법원 설치와 관련해 “임기 내 추진될 수 있도록 법무부 등 관계부처는 물론 사법부와 협의도 조속히 착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한 노동법원은 행정법원이나 가정법원처럼 노동 사건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원을 말한다. 현재 부당해고나 부당노동행위와 같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준사법기관인 노동위원회(지방·중앙) 구제 절차를 밟아야 한다.

노동법원 설치 논의는 30여년 전부터 있었다. 노태우정부 시절인 1989년 정부는 노사 관계 안정을 위해 권리분쟁 조정 업무를 전담할 노동법원 설립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2004년 노무현정부 시절에도 노동법원 설치안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정식 안전으로 상정됐었다. 노동계도 노동법원 설치를 줄곧 요구해왔다. 한국노총은 1989년 노동법원 설치를 위한 국회 청원을 한 것을 시작으로 선거 정책 요구안 등에 노동법원 설치를 포함하기도 했다.

국회 역시 노동법원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다.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18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관련 법안이 발의됐을 정도.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약이기도 했다. 하지만 18~20대 법안 모두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국회 임기 만료로 폐지됐다. 지난 2010년 당시 조배숙 민주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나온 노동법원 법안은 노동 분쟁 사건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고려하고 판결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안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 전문성을 갖는 비직업 법관의 참여를 통해 노사 관계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는 사법 참여형 분쟁 해결 제도를 도입, 법원 판결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19대 국회에서는 민주당 최원식 의원, 20대 국회에서는 김병욱 의원, 21대 국회에서는 최강욱 전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5월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약 22대 국회에서 노동법원 설치가 추진된다면 노동 사건 범위 조정, 사법 체계 변화와 직결되는 만큼 여러 법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최 전 의원이 노동법원 설치 법안을 발의할 때 법원 설치법, 공무원·교원 노조법, 노조법, 기간제법, 병역법, 파견근로자법, 법원조직법 등 12개 관련 법안 개정안을 동시에 발의했다. 13개 법안이 모두 논의되고 여야 합의점을 찾아야 노동법원이 설치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노동법원 설치는 찬반 의견이 팽팽한 사안으로 사회적 합의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찬성론자들은 노동 분쟁 해결 절차에 있어 현재 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까지 이어질 경우, 행정법원과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사실상 5심을 거쳐야 해 구제가 늦어진다고 지적한다. 특히 임금 체불 사건의 경우 민사소송까지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 회복이 더욱 늦어진다는 비판도 적잖다. 윤 대통령이 말한 ‘하나의 트랙’도 이를 지적한 것이다. 노동위원회와 일반법원으로 나뉜 노동 분쟁 해결 절차의 신속성을 위해 노동법원을 설치하자는 의미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서민들의 간편하고 신속한 권리 구제를 지원하는 노동위원회 제도가 없어져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현행 노동위원회 절차는 노무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노동 분쟁이 법원까지 가지 않고 노동위에서 마무리되는 종결률도 지난해 95.7%에 달한다. 하지만 노동법원이 도입되면 모든 노동 분쟁 해결에 변호사를 써야 하면서 비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대론자들은 또 법에 따라 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 판정 절차는 각각 60일 안에 끝내게 돼 있기 때문에 구제 기간 장기화는 되레 법원 탓이라고도 주장한다. 고용노동부와 경영계도 기존 절차로 신속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노동법원 도입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이에 노동법원 설치가 현 정부 임기 내 실현되기 위해선 정부가 얼마나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노동 사건의 전문성이 필요하고 처리 기간이 길어지는 문제도 있어서 노동법원 설치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야당이 전부터 요구해온 만큼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면 임기 내 성과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법 제정부터 노동법원 설치까지 노동 약자를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평가한다”면서도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다 경영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는데, 남은 임기가 3년인 데다 노동계 신뢰가 부족한 윤석열정부에서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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