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 변신한 윤석민 “골프 좋아하는 야구인으로 남고 싶다”
은퇴 1개월 만에 첫 싱글
프로 합격 1주일 뒤 4언더파
“골프하며 정신적으로 회복”
“골프를 아주 좋아하는 야구인으로 살아갈 것이다.”
지난 4월 24일 2024 제1차 KPGA 프로선발전에서 합격해 준회원 자격을 획득한 ‘프로 골퍼’ 윤석민(37)이 밝힌 향후 자신의 진로다. 지난 15일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 오픈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SK텔레콤 채리티 오픈에 출전한 윤석민을 만나 골프인과 야구인 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봤다.
그는 “골프 좋아하는 야구인으로 남고 싶다”며 “이제는 야구 쪽 일에 집중해서 해볼 생각이다”고 답했다. 윤석민은 현재 프로야구 해설자로 활동 중이다.
윤석민은 6전 7기 만에 공동 20위로 프로 합격증을 손에 넣었다.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 6차례나 프로 선발전에 응시했다가 낙방했다. 2021년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과 2022년 SK텔레콤 오픈 등 2차례 KPGA투어 대회에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했으나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한 채 컷 탈락했다. 또 2부 투어인 KPGA 챌린지투어 예선에도 7차례나 출전했으나 모두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윤석민은 야구 명가 KIA 타이거즈에서 활동했던 대투수다. 2005년부터 2019년 은퇴까지 77승 75패 86세이브의 빼어난 기록을 갖고 있다. 또 여러 차례 국가대표에 발탁돼 맹활약했다. 정통파 우완 투수로 일대를 풍미했던 그는 예기치 않았던 어깨충돌증후군 부상으로 2019년 시즌을 마친 뒤 은퇴했다.
힘든 시기에 그에게 위안이 되었던 것이 골프였다. 윤석민은 “지인의 추천으로 현역이던 2011년에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하지만 시즌 중에는 골프를 칠 수 없어 시즌이 끝난 겨울에 4~5회 정도 필드에 나가는 게 전부였다”며 “골프를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한 것은 은퇴 이후였다. 그로부터 1년 만에 첫 싱글 스코어를 기록했다”고 했다.
골프채를 처음 잡은 지 꼭 11년 만이었다. 내친김에 더 큰 목표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프로 테스트였다. 그는 ”다행히 골프 스윙은 어깨 회전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상하 움직임이어서 통증 없이 칠 수 있었다”며 “다만 부상 후유증으로 백스윙 때 오른쪽 팔꿈치가 약간 치킨 윙이 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페이드 구질을 친다”고 귀띔했다.
타자가 아닌 투수 출신인 것도 골프에 큰 도움이 됐다. 그는 “타자는 스윙 때 손은 앞쪽, 배트 끝은 뒤에 남아 있어야 한다. 타자는 골프 칠 때도 그 습성이 남아 있다. 반면 투수는 그런 움직임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유리하다”면서 “야구와 골프의 차이점은 결국엔 멈춰 있는 공을 칠 때 손이 나가느냐 그러지 않느냐의 차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골프가 쉽다는 건 결코 아니다. 그는 하면 할수록 더 한계에 부딪히는 게 골프라고 했다. 윤석민은 “골프와 야구가 다른 점은 야구공은 날아오면서 변화가 있긴 하지만 90도 이내의 필드에 볼을 보내면 된다. 반면 골프는 바람, 날씨, 아웃인 궤도,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힘들다. 쉽게 조절할 수가 없다. 아무리 연습해도 매일 같이 똑같은 구질이 나오기가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윤석민의 이른바 ‘라베(라이프 베스트)’는 4언더파 68타다. 그것도 프로에 합격한 뒤 1주일 지나 코스 난도가 꽤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강원도 홍천 카스카디아CC에서 기록했다.
프로테스트 합격은 윤석민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는 “성취감이다. 은퇴하고 힘들게 보낸 시기에 사업도 하고 코치 제안도 있었지만, 골프를 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회복됐다”면서 “막연하게 시작해 ‘기왕 이렇게 된 것 프로 한 번 도전 해보자’는 마음으로 도전했는데 그 목표 이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회원 도전 여부를 묻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윤석민은 “정회원 도전 계획은 없다. 골프만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골프만 하는 친구들 많아 내가 가진 연습량으로는 거기까지는 힘들 것 같다”면서 “준회원도 운 좋게 됐다고 생각한다. 전지훈련도 한번 못 갔다. 앞으로도 이대로 계속 갈 것 같다”는 속마음을 밝혔다.
윤석민은 “골프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18홀 내내 일관성 있게 치는 것이었다”라며 “앞으로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간에 골프가 내게 준 교훈을 잘 새기면서 살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서귀포=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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