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답일까
서울시의회와 충남도의회가 최근 논란이 된 학생인권조례를 전격 폐지했다. 광주광역시에선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요구하는 주민조례 청구 서명인 명부가 시의회에 제출되는 등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사유는 두 가지다. 학생의 인권만을 과도하게 강조해 교권 추락의 주된 원인이 됐다는 것과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 등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차별받지 않을 학생 권리에 포함시켜 학생들에게 동성애 등 잘못된 성 개념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후폭풍은 거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시의회에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고 또다시 의결되면 대법원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도 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하고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한 집행정지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학교 현장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 지역에서 학생 인권 침해 사안에 관해 후속 조치를 못하는 교사들이 도움을 청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과연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게 정답일까. 학생인권조례는 헌법 제31조 등에 따라 학생 인권을 보장함으로써 모든 학생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정됐다. 2010년 전국에서 처음 시행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에는 학교 내 체벌금지, 강제 야간자율학습·보충수업 금지, 두발·복장의 개성 존중, 인권교육 의무화 및 학생인권옹호관 설치 등이 담겨 학교현장에 인권존중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교권과의 균형을 잃은 게 문제였다. 또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등 성소수자의 권리를 차별받지 않을 학생 권리에 포함시켜 ‘학교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기독교계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는 이유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정치적 이슈화가 돼선 안 된다”며 “폐지가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대안으로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해 교육의 3주체인 교사·학생·학부모의 권리와 책임을 명문화하고 학교구성원 간 갈등을 예방·중재하는 ‘교육갈등관리위원회’를 둘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학생 인권 침해 사항을 학내 갈등이나 분쟁 문제로 접근해 기존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학생인권조례의 순기능이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입법과 정책’에 실린 논문 ‘적극적 학생 인권의 달성과 전문적 교권 존중의 관계에서 학생인권조례 효용의 조절효과’에 따르면 학생 인권과 교권은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학생인권조례 시행 지역에서 학생 인권 존중 정도가 커질수록 학생들이 교권을 존중하는 수준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전국 시·도의회가 학생 인권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이어간다면 2026년 지방선거 이후 달라질 정치지형에서 학생인권조례는 부활하고 또 폐지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오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한 야권을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 대신 법률적 기반이 확고한 학생 인권 보장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지금이라도 교육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조례 제정 당시 공감대를 이뤘던 좋은 취지는 살리되 장기적 안목에서 교권과 학생 인권의 조화 등을 보완해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스승의날을 앞두고 지난 13일 서울시의회 앞 거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가진 교사들의 외침은 큰 울림이 있다. “교권보호를 위해서라도 학생인권조례를 다시 돌려놔야 합니다.”
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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