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전야제' 광주 금남로 추모 열기 절정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2024. 5. 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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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밥 나눔행사 등 행사 다채…시민들로 북적
"오월정신 헌법 수록해야" 민주평화대행진 펼쳐
제44주년 5·18민주화우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서 시민들이 민주평화대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박진형 기자]

44년 전 대한민국 군인이 민주시민에게 무참히 총알을 발사해 유혈이 낭자했던 광주광역시 금남로에 오월 영령을 기리기 위한 추모객들이 몰려들었다.

17일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의 꽃인 전야제를 앞두고 길거리 곳곳에 설치된 천막 부스에서 다양한 사전 행사(해방 광주)가 열리며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수십 개의 체험 부스 중에선 광주의 '대동 정신'을 상징하는 '5·18 주먹밥 나눔 행사' 부스가 눈길을 끌었다. 봉사자들은 대야에 밥을 붓고 참기름, 참깨, 검은깨를 뿌려 김으로 돌돌 말아 정성껏 주먹밥을 만들었다.

"하나씩 드세요." 부스 앞은 긴 대기 줄이 형성되기도 했는데, 5월 투쟁 당시 넥타이 부대로 시위에 참여했던 어르신부터 그들의 값진 희생을 토대로 지켜진 민주주의 제도 속에서 살아가는 젊은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며 '연대 정신'의 상징과도 같은 주먹밥을 곱씹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 등 오월의 노래가 무대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고 북 치고 꽹과리 치는 사물놀이 행진이 힘찬 울림을 만들어 냈다.

김종선(70)씨는 "오월 주먹밥은 광주와 동의어다. 구멍가게 주인, 가정주부들이 나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던 시위대에게 십시일반 나눠주던 광주 공동체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1980년을 전후에 광주에는 날마다 데모가 열렸다. 군부 독재에 벗어나고자 하는 시민의 열망에 군인들이 총검을 휘두르고 총탄을 난사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오월의 주먹밥을 먹으며 순국한 영령의 고귀한 희생에 감사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옛 전남도청 앞 광장 주변 '오월길 어반스케치' 전시 부스에선 5·18 묘역, 5·18민주광장 등 사적지를 스케치한 작품에 형형색색의 사인펜으로 색칠하는 체험이 한창이었다.

전문 작가가 완성해 놓은 밑그림 위에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감을 혼합해 생동감을 표현했다. 오월길을 걸으며 사적지를 관찰하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그림을 그리는 모습에 사뭇 진지함이 느껴졌다.

오종효(74·여)씨는 "매년 5월 이맘때가 되면 달콤한 꽃향기가 넘치는 봄날의 날씨를 뒤로 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열사들이 먼저 떠오른다"며 "그들의 값진 희생정신을 기리며 그림의 공백을 채워 나갔다"고 말했다.

오월민주여성회가 마련한 부스에서는 '평화'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껴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널빤지와 한지를 오려서 풀로 붙이며 환한 미소를 띠는 얼굴 형태를 만드는 미술 활동이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밖에 전시됐는데, 저마다 글귀가 적혀 있는 게 특징이다. "유쾌하게 살아요", "오손도손 살아요", "함박웃음 지으며 살아요" 등 메시지가 드러나 있다.

이날 오후 5시를 전후에 체험 부스는 모두 철거됐고, 그 자리에 신명 나는 장단을 펼치는 풍물놀이패의 퍼포먼스가 화려하게 꽃피었다. 북, 꽹과리 같은 사물 악기를 두드리며 경쾌한 춤사위를 선보이며 흥을 돋웠고, 시민들은 박수갈채를 보내거나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화답했다.

이어서 광주공원과 북동성당에서 출발해 금남로 차 없는 거리로 도착한 민주평화대행진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1980년 5월 14일 전남대 학생의 진출투쟁으로 시작된 가두행진을 재현한 것이다.

이들은 금남로 무대 스피커에서 울려 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 리듬에 맞춰 팔을 힘차게 흔들며 입장했다.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힌 깃발, 손팻말, 대형 현수막을 들며 목소리를 냈다.

행사는 전일빌딩245 앞 특설무대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되는 전야제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언젠가 봄날에 우리 다시 만나리’를 주제로 한 공연이다. 5·18 당시 아들을 잃어버리고 44년 동안 찾아 헤맨 88세 어머니의 이야기로 시작해 5·18 당시 시민들의 항쟁 재현극과 만물이 소생하는 봄처럼 오월의 진실이 찾아간다는 줄거리가 이어진다.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bless4y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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