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1~3부 최연소 감독' 된 오범석, 은사 김기동에게 배운 점은?

김희준 기자 2024. 5. 1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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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범석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K3리그 파주시민축구단에 부임하며 K리그1, K리그2, K3리그를 통틀어 최연소 감독이 됐다.

풀백으로서 국가대표 경험까지 있는 오 감독에게 K리그1, 2 구단에서도 코치직을 제안했지만 오 감독은 K3리그행을 선택했다.

오 감독은 파주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제 오 감독은 파주 감독으로서 리그 첫 홈경기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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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범석 파주시민축구단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오범석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K3리그 파주시민축구단에 부임하며 K리그1, K리그2, K3리그를 통틀어 최연소 감독이 됐다. 풀백으로서 국가대표 경험까지 있는 오 감독에게 K리그1, 2 구단에서도 코치직을 제안했지만 오 감독은 K3리그행을 선택했다.


오 감독은 파주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감독의 업무량도 선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K3리그 특성상 인력이 부족해 훈련 및 경기 영상 분석 등도 도맡는다. 파주 감독으로서 파주에서 열린 제70회 경기도체육대회 성화 봉송에 나서는 등 지역사회 활동도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


지난 7일 '풋볼리스트'와 만난 오 감독은 바쁜 만큼 보람이 크다고 했다. "왜 선배님들이 선수 때가 제일 편하다고 얘기했는지 알 것 같다. 감독이 되고 나니까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면서도 "10경기 정도 했는데 경기력이 많이 좋아졌다. 분명 더 좋아질 거고 경기를 치를 때마다 좋아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며 자신의 지휘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팀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 "경험해야만 알 수 있다" K리그1 코치 대신 K3리그 감독을 선택한 이유


오 감독은 은퇴 후 한동안 지도자와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았다. 지난 2년 동안은 K리그 해설위원, 축구 예능, 유튜브 등 방송 활동을 주로 해왔다.


오 감독은 파주 감독으로 경기장 위에 돌아왔다. K리그1, 2에서 코치 제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감독직을 맡았을 때만 알 수 있는, 코치로서는 배우기 힘든 영역이 있다고 생각해 K3리그행을 택했다. 지금은 지휘봉을 직접 잡아 훈련과 경기를 주관하며 결정을 내리는 게 자신에게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K리그1, 2에서 코치를 하라는 제의가 있었다. 만약 가게 됐다면 프로 흐름도 읽고, 감독님을 보좌하면서 많이 배웠을 거다. 그런데 나는 감독 경험을 하고 싶었다. 어쨌든 최종 결정권자는 감독이다. 경기 중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 그에 따른 교체나 전술 변화는 코치로서는 경험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마침 파주에서 감독 제의가 와서 받아들였다."


오 감독에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실패하더라도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으리라 생각했고, 감독직 수행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오 감독은 "큰 위험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아니었다. 실패하더라도 다른 팀에 코치로 가서 배우고 또 다른 길을 찾았을 거다. 여기서 실패한다고 끝이 아니"라며 "일어서서 또 도전하는 정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이 선택을 했다"고 했다.


물론 부족한 점도 많다. 이제 막 지도자로서 첫발을 내디뎠기에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끌어올리는 법, 조직적인 전술을 입히는 법, 선수단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유지하는 법 등 모든 분야가 배움의 연속이다. 파주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천명했던 역동적인 점유 위주 축구도 완전히 입히지 못했다. 오 감독 스스로 '모든 부분에서 아직 부족하다'고 자평한다.


"감독에 재능이 있다고 느낀 적은 아직 없다. 경력이 짧아 늘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어려운 건 선수들이 잘 알아듣도록 설명하는 것이다. 설명을 간단명료하게 해줘야 선수들도 금방 이해하고 실제로 적용할 수 있다. 기술이나 전술을 알려줬을 때 선수들이 이해해서 따라할 수 있게 설명해주는 게 가장 어렵다."


"아직은 한 경기 한 경기 치르면서 내가 뭘 놓쳤는지 고민하고 수정하는 단계다. 그렇게 해도 다음 경기에 나가면 놓친 부분이 보인다. 그걸 또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놓치는 부분이 없게끔 계속 준비를 하는 게 목표다."


오범석(당시 포항스틸러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기동 당시 포항스틸러스 감독. 서형권 기자

▲ "김기동 감독님처럼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오 감독은 선수 시절 많은 감독을 경험했다. 2004년 1군 데뷔 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17년 동안 활약하며 다양한 스타일을 체득하고 이를 지도자가 될 양분으로 삼아왔다.


오 감독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감독은 선수 생활 마지막을 함께했던 김기동 감독이다. 김 감독은 2020년 오 감독을 포항에 돌아오게끔 이끌었다. 오 감독은 당시 포항 주장으로서 김 감독과 2021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 등을 함께했고, 그의 훈련 스타일과 선수단 관리법 등을 어깨 너머로 배웠다.


"선수 생활 마지막을 함께한 김기동 감독님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 당시에 포항이 성적도 좋고, 주장을 하면서 옆에서 감독님을 유심히 지켜볼 수 있었다. 나도 감독이 되면 저렇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선수단 운영, 관리, 훈련 등에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았다."


"주장을 맡았을 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도 나가고 일정이 타이트했다. 그래서 김기동 감독님과 소통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미팅을 하고, 어떤 전술을 쓰고, 이를 위해 어떻게 훈련하는지 많이 배웠다. 감독이 되면 잘 활용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오 감독이 배우고 싶은 건 선수단에 동기부여를 하는 비법이었다. 김 감독은 전술적 역량도 인정 받지만, 적절한 동기부여와 유머 섞인 입담을 통해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게 하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다.


"딱 하나를 짚어 말하기는 모호하지만, 김기동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하는 걸 잘했다. 그것도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나 역시도 그런 식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가고 편하게 대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그걸 잘하는지는 스스로 알 수 없다. 결과적으로 선수들이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오 감독은 김기동 감독 외에도 중국 항저우 뤼청에서 사제관계의 연을 맺었던 홍명보 울산HD 감독, 고등학교 은사였던 김병수 충주FC 총감독에게도 지도자로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오범석 파주시민축구단 감독. 서형권 기자

▲ "프로에 갈 선수들이 생길 것 같다" 파주와 K3리그에 심고 싶은 '건강한 경쟁 문화'


오 감독은 3월 경주한수원과 리그 개막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감독 경력을 시작했다.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는 없다. 파주는 코리아컵 2라운드에서 경남FC에 패배를 맛봤고, 리그에서는 8경기 3승 2무 3패로 10위에 머물러있다. 성적에 비해 긍정적인 요소는 5월 초에 파주시에서 열린 경기도체육대회 때문에 홈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는 점과 최근 3경기 무패(2승 1무)로 상승세라는 점이다.


이는 파주 선수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오 감독은 파주 선수들이 접해보지 못한 축구를 하며 적응 기간을 거치고 있고, 서서히 기량이 올라오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잠재력을 온전히 펼친다면 K리그1, 2와 같은 프로리그에 도전할 만한 재목도 보인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에 수비를 많이 했으니까 수비 조직력, 자세, 위치, 몸싸움을 설명한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안 해본 걸 하는 거라 고쳐지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 그래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실제로 영상 보면 가끔씩 내가 알려준 대로 수비를 잘하는 친구들이 보인다. 그럴 때마다 뿌듯하다."


"잠재력은 좋은데 그걸 다 표출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몇 명 있다. 그 선수들의 잠재력을 어떤 식으로 꺼내줘야 할지 고민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현재 모습은 K리그1이나 K리그2에서 뛸 만한 선수는 없다. 하지만 경기를 치르면서 더 발전할 것이고, 프로에 갈 수 있는 선수들이 생길 것 같다."


오 감독이 파주에서 궁극적으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건강한 경쟁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프로리그 진입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도 훈련에서부터 모든 걸 쏟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매 경기 선발 명단에 한두 자리씩 변화가 생긴 것도 이러한 경쟁을 통해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와 컨디션을 끌어올린 선수가 나왔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에 여러 조합을 가동했다. 선수들도 매번 본인이 가진 걸 운동장에서 100% 쏟고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비슷한 실력의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조금씩 틀이 잡히고 있다. 건강한 경쟁을 통해 건강한 팀을 만들고 싶어서 매 경기 선발 명단에 변화가 있었다."


"건강한 경쟁 속에서 선수들이 서로 발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작년에는 팀에서 나이 많은 선수들의 비중이 높았다. 그러다 보니 나이 많은 선수들 쪽으로 팀 분위기가 쏠리는 경향이 있어 어린 선수들이 힘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늘 선수들에게 운동장 안에서는 선후배가 없다는 말을 강조한다."


"처음 왔을 때는 선수들이 훈련을 설렁설렁하는 느낌이었다. 선수들에게 훈련에서 120%를 해야 경기에서 100%가 나온다고 얘기했다. 훈련할 때도 더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래도 지금은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훈련에 참여한다. K리그1 팀들이 갖고 있는 문화들을 K3리그 선수들도 받아들이고, 그런 식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계속 가르쳐주고 있다."


건강한 경쟁이 뿌리내리려면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다. K3리그 특성상 매년 선수단 변동도 심할뿐더러 구단 문화를 경기장 바깥에서 이어나갈 팬층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오 감독도 "그런 문화 유지에 있어 감독과 코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인정했다.


오범석 파주시민축구단 감독. 서형권 기자

이제 오 감독은 파주 감독으로서 리그 첫 홈경기를 앞두고 있다. 파주는 오는 18일 양평FC와 K3리그 10라운드를 치른다. 오 감독은 장기적으로 파주 시민들이 파주시민축구단과 함께 주말을 즐기는 모습을 그린다.


"파주시민축구단은 시민들을 위해 있다. 경기 당일에는 무료 입장을 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소풍 왔다 생각하고 와주셨으면 좋겠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뛰고 있다. 파주시민축구단이 승리하는 모습과 골 넣는 모습을 보고 좋아하고, 가족들끼리 즐기다 가는 그림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려면 축구가 더 재밌어야 한다. 나도 선수들과 재밌는 경기를 만들어서 파주 시민들이 주말에 '축구장이나 가자'고 얘기하게끔 만들겠다."


사진= 풋볼리스트, 파주시민축구단 인스타그램 캡처,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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