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칼럼]저출생 시대…그럼에도 육아를 한다는 것

2024. 5. 1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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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BS 다큐멘터리 '저 너머의 출산'은 우리나라의 심각한 저출생 현상을 다루었다.

최근 10년 대만은 집값이 2배 올랐고, 우리나라와 함께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에 우리나라가 오버랩되는 건 아무래도 우리나라도 부동산값이 폭등한 무렵과 맞물려 대만보다도 더 낮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하는 초저출산 국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가고 사랑하는 일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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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불안정, 출산 안하는 청년들
아이 있는 삶의 가치 생각해야

최근 KBS 다큐멘터리 ‘저 너머의 출산’은 우리나라의 심각한 저출생 현상을 다루었다. 특히 1부에서는 대만,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사례와 2부에서는 헝가리, 프랑스 등 해외 사례를 풍부하게 다루어 인상 깊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중에서도 1부에서 취재한 대만의 청년 부부가 유독 기억에 남았다.

그들은 직장까지 1시간 정도 거리에 출퇴근하면서, 작은 원룸 같은 곳에서 천 커튼으로 공간을 구분해놓고 살고 있었다. 열심히 살아가지만 월 100만원대의 월급을 받고 있었고, 그런 상태로 안정적인 주거를 갖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라 믿고 있었다. 최근 10년 대만은 집값이 2배 올랐고, 우리나라와 함께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대만 사람들의 거의 80%가 집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두세 채씩 집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대만 부동산 중개사에 따르면 사회초년생인 청년들은 집을 살 수 없다고 한다. 대부분 중년층 이상이 계속 집에 투자하고 구매하면서 집값은 계속 상승하기 때문이다. 부동산값은 계속 올라가는데, 청년들에게는 끝없이 멀어지기만 하고, 결국 이들은 다다를 수 없는 무한한 어떤 지옥에 갇혀 있다. 주거 안정이 불가능하다고 믿으니, 출산도 무한하게 멀어지는 ‘저 너머’의 일이 된다.

대만의 경우에 우리나라가 오버랩되는 건 아무래도 우리나라도 부동산값이 폭등한 무렵과 맞물려 대만보다도 더 낮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하는 초저출산 국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살인적인 사교육 경쟁으로 점철된 어린 시절, 퇴근 이후 집에 돌아오면 아이를 돌보긴커녕 자기를 돌보는 시간도 부족한 여러 현상이 우리 사회를 세상에서 가장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로 만들고 있다.

나 또한 그런 입장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얼마 전 ‘그럼에도 육아’라는 책을 출간했다. 세상이 온통 육아의 불가능성을 말하고 있고, 이번 KBS 다큐멘터리를 포함한 여러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진단들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말해야 한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삶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우리가 택한 삶에 대한 긍정을 잃어서는 안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삶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가치가 있다. 나는 여기에서 ‘그럼에도’에 방점을 찍고 싶다. 우리는 언제나 ‘그래서’를 믿으며 살아간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가 그럴 만한 사람이어서, 그럴 만한 조건을 갖추어서, 그럴만한 능력이 있어서, ‘그래서’ 사랑한다. 그러나 내가 믿는 사랑은 언제나 ‘그럼에도’ 사랑하는 일이었던 것 같다.

원래 나를 위하는 게 당연했던 시간을 아이에게 쓰면서, 나는 그 시간이 우리를 위하고, 나아가 더 진정으로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걸 경험하곤 한다. 공원이나 갯벌, 놀이터를 달리는 아이의 웃음에서, 그것이 정확히 나를 덜어낸 만큼 얻은 행복이라는 걸 이해한다. 나를 위한 시간을 아끼는 대신, 아이에게 시간을 쓰며, 아이의 웃음과 함께 오히려 더 큰 행복을 돌려받는다. 역시 나는 이런 시대에, 그런 시간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믿는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시대를 건너면서도 기꺼이 아이를 끌어안기로 택한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다. 나아가 절망을 딛고 일어나 우리가 모두 이 세상을 보다 잘 건널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가고 사랑하는 일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길 바란다.

정지우 변호사·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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