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전세 계약한 국토교통부

최지수 2024. 5. 1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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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대구에서 30대 전세사기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는 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에서 피해자 구제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던 씩씩한 분이었다고 한다.

허울뿐인 구제책이 나왔을 때, 800억 상당의 전세사기를 친 세 모녀 사건의 형량이 겨우 10년이었을 때, 힘없는 피해자들은 사기꾼들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토교통부도 이겨내야 한다는 비참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덜렁덜렁' 계약한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피해가 억울했는지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1월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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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대책에 우는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비수 꽂은 박상우 장관

[최지수 기자]

▲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대구 전세사기 대책위에서 활동하던 전세사기 피해자가 5월 1일 세상을 떠났다.
ⓒ 이정민
지난 1일 대구에서 30대 전세사기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세사기의 여덟 번째 희생자다. 그녀는 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에서 피해자 구제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던 씩씩한 분이었다고 한다.

나도 전세사기를 당하고 옥상 난간 위에 올라서 봤다. 전세사기에 박살난 인생을 포기하려 했지만 못다 이룬 꿈을 포기하지 못해 난간에서 내려왔다. 그 후 내가 경험한 고통을 똑같이 겪을 전세사기 피해자가 한 명이라도 줄어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책을 출판했다. 책을 통해 피해자 구제를 위한 촛불을 켜고 싶었다. 언론과 시민들의 따듯한 관심에 촛불은 횃불이 되었다.

전세사기로 삶이 송두리째 뽑혀버린 나는 살기 위해 싸워야 할 상대가 사기꾼들인 줄 알았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내 책을 전세사기 정책의 기조로 삼겠다고 말했을 때, 내 역할은 끝난 줄 알았다. 국가에서 피해자들의 편에 서서 정의의 이름으로 사기꾼들을 심판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실질적인 구제 방안을 마련해줄 수 있는 정부와 국토부의 싸늘한 반응에 내 촛불은 꺼져버렸다.

허울뿐인 구제책이 나왔을 때, 800억 상당의 전세사기를 친 세 모녀 사건의 형량이 겨우 10년이었을 때, 힘없는 피해자들은 사기꾼들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토교통부도 이겨내야 한다는 비참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박 장관의 말에, 수장당한 기분이 들었다
 
▲ '전세 사기' 관련 차담회 갖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5월 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 기자들과 '전세 사기' 관련 차담회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세를 얻은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사기꾼이었던 국가'공인'중개사의 거짓말을 믿고 전세를 계약한 내 잘못이라고 박상우 장관에게 꾸짖음을 당했다. 나는 전세사기 이후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어떻게든 삶을 이어나가 보려고 원양상선에 승선하여 바다의 은혜를 입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에 배수진에 서 있던 나는 수장당한 기분이 들었다.

박상우 장관님의 업적이 궁금해서 기사를 찾아봤다. 기사는 장관님께서 사외이사로 있었던 신영부동산 신탁 회사에서 전세사기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어진 기사의 내용에 장관님의 대답은 예상대로 '몰랐다'였다.

박 장관님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으로 근무할 때 보고받은 '베트남 산업단지 개발사업 활성화 연구용역'을 퇴임 후 수주하였다. 또한 경기도 산본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실거래가보다 신고를 낮게 했다. 세금을 줄이기 위해 다운계약서를 작성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이에 대해 그는 "공인중개사에게 부동산매매계약서 작성을 맡긴 결과로,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대구'의 항공교통본부 직원 관사로 쓰던 다가구주택이 경매에 넘어가 전세금을 받지 못했다. '덜렁덜렁' 계약한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피해가 억울했는지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1월 승소했다.

이 소식을 접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과연 뭐라고 이야기 했을지 궁금한 건 나뿐일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지수는 <전세지옥> 저자이자 원양상선 선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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