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 너마저” 고물가 속 원산지 다변화‧메뉴 변경 ‘움직임’

임유정 2024. 5. 17.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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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물가 오름세 지속, 기후플레이션도 문제
냉동야채‧수입산 과일 등으로 빠르게 대체
고물가 장기화에 고객 만족도 등 우려 뒤따라
직장인들이 구내식당에서 식사하고 있는 모습.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CJ프레시웨이

최근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구내식당에서도 고물가를 체감할 수 있게 됐다. 과거만 하더라도 저렴한 금액으로 양질의 음식을 먹을 수 있었지만, 구내식당도 높아진 식재료 값에 백기를 들고 가격 안정화를 위해 원산지 다변화와 같은 자구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3.0%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9%)을 웃돌았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 평균보다 높은 현상은 2021년 6월부터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외식 물가가 오랜 기간 고공 행진을 한 것은 2000년대 이후 처음이다.

외식비가 가파르게 뛰면서 배달 음식 시장 역시 쪼그라드는 추세다. 배달 음식 시장은 작년 12월 2조3812억원에서 올해 1월 2조2152억원으로 줄었고, 2월엔 2조원대 초반으로 내려갔다. 재료비 등 원가 상승분을 반영해 음식 가격을 올리자 소비자들이 이탈한 영향이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이 최근 서로 무료 배달을 앞세우면서 맞붙은 것도 외식 시장 위축과 관련이 깊다. 생존을 위해 출혈 경쟁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쟁이 지속될수록 음식점주들이 음식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문제점으로 손꼽힌다.

직장인들은 조금이라도 값이 싼 음식점을 찾아 나서고 있다. 물가상승으로 점심값 지출이 늘어나자 직장인들이 점심값을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서울 시내 유명 평양냉면 음식점의 냉면 한 그릇 가격은 1만5000~1만6000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구내식당 역시 식재료 값 급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식재료별 평년 대비 도매가격 상승률은 양배추가 123.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달 3일 기준 양배추(8kg) 중도매 판매가는 2만460원으로 1년 전에 비하면 103.9% 올랐다.

이어 사과(120.2%), 토마토(84.9%), 배추(84.4%), 당근(69.6%), 김(68.7%) 등의 가격 상승률도 두세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양배추를 비롯해 이들 품목은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최근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기후플레이션으로 인한 어려움도 새로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최근 작황 부진으로 과일과 채소 가격이 금값이 됐고, 폭염과 가뭄으로 올리브 수확량이 반토막 나면서 올 1분기 국제 올리브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코아, 커피, 설탕 등의 물가도 들썩이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구내식당 식사 가격도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외식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구내식당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으나 구내식당 가격도 오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구내식당 식사비 소비자물가지수는 116.01로 전년 대비 6.9% 올랐다. 지수 상승률은 구내식당 식사비 관련 통계가 있는 2001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이는 2020년 2.6%에서 2021년 4.1%, 2022년 4.2%로 커진 데 이어 지난해 7%에 육박할 정도로 대폭 확대됐다.

유가네닭갈비와 아워홈이 협업해서 나간 특식메뉴.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아워홈

구내식당 업체들은 자구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객사와 1~2년 전 미리 계약한 급식 단가 대비 재료별 상승률이 높아 원가 절감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원가 상승률에 따라 계약 기간 도중 급식 단가를 바꿀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A급식사는 최근 양배추, 배추, 당근, 포도 등 주요 품목에 대해 원산지 대체 또는 냉동 야채 등 대체 사용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양배추의 경우 급식사는 물론 외식업체의 수요까지 중국산으로 몰리면서 중국산 가격도 함께 오르고 있다.

B급식사는 고단가 급식 사업장 같은 경우 과일이 종종 나가는 경우가 많으나 최근 기후 이슈로 인해 과일 가격이 뛰면서 수입과일로 대체해 나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오렌지나 사파이어포도 같은 특색있는 과일 위주로 교체해 고객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영양사가 준비하는 메뉴에 따라 식자재를 발주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므로 식자재 시세에 따라 메뉴나 재료를 유동적으로 배추김치에서 열무김치 이렇게 변경하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는 가격 방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장기적인 부분에 있어 농산물 등 가격 변동 폭이 크거나 장기적으로 현상이 이어지는 카테고리에 대해서는 원산지 다변화를 비롯해 냉동 채소를 사용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노력을 지속해도 물가상승과 기후이슈 등으로 갈수록 식재료 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메뉴를 개발해도 가격 이슈로 인해 풍성한 메뉴를 제공할 수 없게 되는 데다, 이는 곧 고객 만족도와 직결된다는 이유에서 고민이 많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후위기와 불안정한 공급망 이슈가 세트로 나타나다 보니 가격변동이 큰 품목이 점차 늘어나는 것이 걱정”이라며 "사용가능한 식자재가 한정적일수록 메뉴를 다양하게 선보이기 어렵게 될 것이고, 결국 급식 이용객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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