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40㎝ 폭설·석굴암 위협하는 폭우…지구가 열 받았다 [위기의 기후③]

장정욱 2024. 5.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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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강원도 대설주의보…향로봉 7.2㎝
경주 석굴암 일대 폭우에 산사태 위험
잦아진 폭설·폭우, 지구온난화가 원인
“기후재난, 기후위기 핵심 대책 설정해야”
16일 오전 강원도 설악산 소청대비소에 폭설이 내린 모습.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이날 소청대피소에는 40cm의 눈이 쌓였다. ⓒ국립공원공단

5월 중순에 강원도 일대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 하루 사이 기온이 12℃ 이상 떨어지면서 설악산 소청대피소에는 40㎝의 눈이 쌓였다. 경상북도 경주시 토함산에는 집중호우에 24곳에서 산사태가 발생, 국보인 석굴암이 위험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열 받은’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장이라고 해석한다.

지난 15일 기상청은 강원도 일대에 대설주의보를 발령했다. 부처님 오신 날 대관령을 비롯한 강원 산간에는 최대 7㎝ 내외 눈이 쌓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설악산 향로봉에는 7.2㎝의 눈이 쌓였다. 국립공원공단 자체 조사에서는 설악산 소청대피소에 40㎝가 쌓이기도 했다.

5월 중순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1996년 자료 관측을 시작한 이래 5월 대설주의보는 두 번째다. 하루 사이 기온이 12℃ 이상 떨어지면서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오후 7시 20분께 인근 지역 주민에게 눈 치우기 동참, 차량 운행 자제, 등을 당부하는 재난 문자를 보냈다. 5월 중순 날아든 대설주의보 문자에 해당 지역 주민들은 ‘오발송’을 의심할 만큼 당혹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진다.

경북 경주시 토함산 일대도 최근 위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16일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에 따르면 석굴암이 있는 토함산 일대는 지난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산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해발고도 400~700m 지대를 중심으로 현재까지 24곳 정도에서 산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석굴암 바로 인근 2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지금도 석굴암으로 이어지는 계곡과 경사면으로 토석이 흘러내리는 중이다. 비가 오거나 지진이 발생하면 석굴암이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불국사도 위험권 안에 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토함산 정상 능선을 기준으로 서쪽에 불국사를 향해서도 산사태가 10곳 발생했다. 아직까진 불국사 경내에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피해를 줄 수 있는 산사태가 진행 중이라는 게 녹색연합 설명이다.

16일 오전 강원도 설악산 소청대비소에 폭설이 내린 모습.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이날 소청대피소에는 40cm의 눈이 쌓였다. ⓒ국립공원공단

때아닌 폭설·폭우, 달궈진 온도 때문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내린 5월 폭설과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는 기후 위기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한다. 지구온난화가 진행할수록 폭설과 혹한이 더욱 심해지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2021년 발간한 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가 심화하면 과거와 현재 기후에서는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복합적인 극한 현상이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 그 위력도 전례 없을 정도로 강한 극한 현상의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지구온난화로 뜨거워진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는다. 여기에 바다 수온이 오르고, 따듯해진 바다는 대기에 수증기를 더욱 많이 공급한다. 달궈진 바다는 겨울에 폭설, 여름에 태풍 위력을 키운다. 토함산에 씻기 힘든 상처를 남긴 태풍 힌남노가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북극의 온난화 영향을 많이 받는다. 북극 온난화는 성층권의 ‘극 소용돌이’를 느슨하게 만든다. 차가운 공기를 감싸고 회전하는 극 소용돌이가 느슨해지면 찬 공기가 북미와 아시아 지역으로 남하한다. 그 결과는 폭설과 혹한이다.

녹색연합은 이번 토함산 사태를 근거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녹색연합은 “기후 위기로 폭우의 양상이 바뀌고 있으며, 집중호우 위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경주와 포항 일대는 지진도 수시로 발생한다”며 “포항, 경주, 울산의 가운데 위치한 경주 국립공원 토함산의 산사태 종합 대책이 시급하다. 재난은 국립공원을 피해 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2020년 여름부터 기후 위기로 산사태가 돌변하고 있다. 발생 건수도 많아졌고 수시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기후재난을 기후 위기 적응 핵심 대책으로 설정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좋은 물건보다 착한 물건…기업, 생존 위한 ‘저탄소’[위기의 기후④]에서 계속됩니다.



석굴암이 있는 경상북도 경주시 토함산 일대 산사태 모습.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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