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보수공시]달라진 현실 반영 못하는 임원 보수 공시…금융당국 손본다

김민영 2024. 5.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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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자본연에 임원보수 공시 개편 용역 의뢰
현재 5억 이상 상장기업 등기이사 연봉 개별 공시
공시 기준 '근로소득', 정확한 보수 파악 어려워

금융당국이 상장기업의 대주주와 이사 등 임원들이 받는 보수 공시 제도와 관련해 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등 본격적인 제도 손질에 나섰다. 현행법상 연봉이 5억원 이상인 상장기업 등기이사의 경우 연봉을 개별공시하고 있지만, 과세 대상이 되는 근로소득 기준으로 연봉을 공개하고 있는 데다, 주식 보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담기지 않아 경영진의 정확한 보수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에 임원 보수 공시 개편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임원 보수 문제에 대해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 살펴보고 있지만 개선 방향성이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았다"면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estricted Stock Unit, 이하 RSU) 관련해선 긍정적인 부분은 살리되 문제라고 지적되는 부분은 보완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참고사례로 삼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1934년 증권법과 1934년 증권거래법에서 임원 보수 공시 규제가 도입됐다.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보수 공시에 관한 규정을 구체화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드 프랭크법'이 제정되면서 임원 보수 공시 내용을 보다 정확하게 상세하게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수와 성과와의 관계, 직원과 보수격차 비율 등을 해당 공시에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사업보고서에 공시되는 임원 보수의 경우 연봉이 5억원 이상인 등기이사의 경우 연봉을 개별 공시하도록 했고, 2018년부터는 별도로 미등기 전체 임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을 공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공시 기준이 소득세법상 소득이다 보니, 주식으로 지급되는 성과급 등은 행사 차익이 발생하는 연도의 공시에 소득(연봉)으로 잡힌다. 즉 해당연도의 실제 연봉과 공시 사이에 시차가 발생하는 셈이다. 또 임원의 보수와 성과의 상관관계도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복수 계열사의 보수 수령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회사의 임원이 다른 회사의 임원으로 있는 경우 다른 회사 겸직 현황에 대한 사실을 공시해야 하는데, 비상장계열사를 비롯한 다른 회사에서 수령하는 보수는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

현금 지급 방식뿐 아니라 주식으로 성과를 보상해주는 보상 체계가 확대되면서 주식 보상 공시 관리도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최근 논란이 된 주식 관련 성과보상제도는 바로 RSU이다. 통상 RSU의 의무 보유 기간은 3~10년이다. 연말·연초 당장 현금으로 주는 기존 성과급 제도와 달리 최대 10년간 보유해야 주식을 지급하는 장기 성과보상 제도의 성격을 띤다. 당장 현금성 보상 대신 회사의 미래 가치를 담보로 주식을 주겠다는 얘기다.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스톡옵션과 유사해 보이지만 RSU는 회사 주식을 직접 지급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다만 RSU의 경우 부여 대상, 수량 제한이 없어 경영세습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법상 지배주주에게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주지 못하게 돼 있으나 성격이 유사한 RSU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율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RSU의 순기능은 살리되 제도가 본래 취지에 맞게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상법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RSU를 제도화하는 상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상장사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 RSU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스톡옵션처럼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이를 지급하도록 절차를 마련하라는 것이 골자다. 금감원은 이러한 지적을 반영해 지난해 말 공시 서식을 개정해 주식 기준 보상 관련 정보가 투자자에게 충분히 공시될 수 있도록 의무화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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