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 공간 자체가 작품" 까르띠에가 예술로 추앙 받는 이유 [더하이엔드]

이현상 2024. 5. 1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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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시간의 결정(Cartier, Crystallization of Time)’ 전시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중앙일보와 서울디자인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까르띠에가 특별 협력한 전시로 지난 1일에 개막했다.

다이아몬드 브레이슬릿(2014년)과 플래크 드 쿠 초커(1903년)과 . 제작 시기가 100년 이상 다른 작품을 함께 진열했다. ©Victor Picon [사진 까르띠에]


6월 3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2008년 이후 16년 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매머드’급 행사다. 티켓판매사인 인터파크의 전시행사 부문에서 주간∙월간 예매 1위 행진 중이다.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가 열리는 DDP 전경 ©Yuji Ono [사진 까르띠에]


예술품으로 추앙받다
본 전시는 ‘까르띠에 컬렉션’이라 불리는 브랜드 자체 소장품과 아카이브 자료, 평소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는 개인 소장품까지 약 300여 점으로 구성됐다. 까르띠에는 자신들이 과거에 만든 초기 제작품을 1970년대부터 모으기 시작했다. 브랜드 역사를 기록하고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돌며 작품을 수집·관리하는 전담팀을 꾸릴 정도로 작품 수집에 열정을 보였다.

1902년에 제작한 다이아몬드 머리 장식. 까르띠에가 보유한 소장품이다. ©Victor Picon [사진 까르띠에]


주얼리와 시계를 비롯해 액세서리까지 수집 대상엔 제한이 없었다. 이렇게 모인 작품은 1983년부터 까르띠에 컬렉션이라는 이름 아래 전시를 비롯한 여러 행사를 통해 대중에 선보인다. 186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제작한 제품이 주를 이루며 모은 제품 수만 해도 현재 3500여점에 달한다.수집한 작품은 국가 혹은 도시 주도의 공신력 있는 기관이 주최하는 초청 대상이 돼 세계를 누빈다. 그렇게 열린 전시가 지난 35년간 총 41번이다.

예로, 아부다비에서 3월까지 열린 전시 까르띠에, 이슬람 영감과 모던 디자인〉은 루브르 아부다비, 파리 장식미술관, 루브르 박물관이 공동 주최했다. 지난해 여성 고유의 역할과 영향력을 주얼리에 빗댄〈까르띠에와 여성〉 전은 홍콩 고궁박물관의 초청으로 열렸다. 이 밖에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런던 대영 박물관, 파리의 그랑 팔레, 베이징 고궁 박물관 등 명성 있는 기관이 초청 전시를 벌였다. 2008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까르띠에의 예술’ 전시도 같은 맥락이다. 까르띠에의 창작품을 예술 문화 사조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2020년 제작한 네크리스.©Victor Picon [사진 까르띠에]

탐구 정신이 만든 작품의 향연
300여 점의 작품은 ‘소재의 변신과 색채’ ‘형태와 디자인’ ‘범세계적인 호기심’이라는 3가지 큰 줄기로 나뉘어 전시장에 놓인다. ‘시간의 결정’이라는 전시 타이틀에 맞춰 여러 점의 ‘미스터리 클락’으로 전시 포문을 여는 프롤로그 섹션과 까르띠에를 상징하는 동물인 팬더(표범)를 주제로 한 전시 공간도 별도로 마련했다. 나열된 작품의 생김새는 제각각이다. 그러면서도 각 공간의 주제에 잘 들어맞는다.

뚜띠 프루티를 진열한 공간 ©Victor Picon [사진 까르띠에]


예로, 다이아몬드를 비롯해 루비(빨강)∙사파이어(파랑)∙에메랄드(초록) 등 4대 원석을 풍성하게 사용한 뚜띠프루티 네크리스는 ‘소재의 변신과 색채’ 섹션에 배치됐다. 다이아몬드의 반짝임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주얼리 업계 최초로 까르띠에가 사용한 금속인 플래티넘 소재 주얼리 대다수도 같은 섹션에 자리 잡았다. 교통사고로 부서진 시계에서 영감 받아 만든 크래쉬 워치와 젬 스톤이 모여 기하학적 패턴을 이루는 팔찌와 반지 등이 ‘형태와 디자인’ 섹션, 동식물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하거나 아프리카∙고대 이집트의 무덤에서 발견될 법한 주얼리가 ‘범세계적인 호기심’ 섹션에 나열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범세계적인 호기심' 장의 전시 공간. ©Yuji Ono [사진 까르띠에]

전시 공간도 작품의 일부
전시 공간 자체도 볼거리다. 오랜 시간이 쌓인 돌과 나무 등 자연에서 얻은 소재로 공간을 꾸며 몰입도를 높였다. 전시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가 시간인 만큼, 주얼리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소재인 젬 스톤과 지구의 유구한 역사를 어떤 식으로 함께 녹여낼지가 숙제였다.

오래된 돌과 나무로 꾸민 전시장 일부. ©Yuji Ono[사진 까르띠에]


공간을 구성을 위해 일본 아티스트 스기모토히로시와 건축가 사카키다토모유키가 이끄는 건축회사 신소재연구소가 힘을 보탰다. 개막 전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사카키다는 “관람객들이 마치 동굴을 탐험하며 오랜 시간 지구가 영위한 막대한 힘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게 전시장을 꾸몄다"고 말하며 "거칠어 보이는 돌과 까르띠에 젬 스톤을 함께 둔 건 두 오브제에 각각 담긴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기 때문이다”라고 공간 기획 소감을 밝혔다. 1000년 이상 된 나무를 깎아 만든 네크리스 진열대도 시간의 영속성을 표현하는 전시 작품의 일부다.

프레스 컨퍼런스 현장. ©Victor Picon [사진 까르띠에]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전은 5년 전 일본 도쿄에 이은 두 번째 전시다. 전시 장소가 서울인 만큼 한국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데에도 초점을 맞췄다. 중앙화동재단 부설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이 전시 공간을 꾸미는데 동참했다. 온지음은 한국의 전통 소재인 라(羅)를 내세웠다. 촘촘하게 얽어 짠 직물로 이번 전시에 맞물려 복원 과정을 거쳤다. 라는 전시 공간을 수직으로 나누는 데 쓰인다.

한국 전통 직물 소재인 '라'를 활용해 꾸민 전시장 전경. ©Yuji Ono [사진 까르띠에]


온지음과 신소재연구소는 가볍고 투명한 직물의 특성을 활용해 천장에서 바닥까지 길게 매달아 제품을 감싸거나 진열장 사이사이에 두어 한국 고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각 장을 이동할 때마다 등장하는 조선 시대 나전 귀갑 산수문 빗접, 백자 다각병 등의 한국 고미술품도 놓쳐서는 안 될 관전 포인트다.

전시장 내 트레저 피스 파트 전경. 주얼리와 한국과 일본의 고미술품이 함께 놓였다. ©Victor Picon [사진 까르띠에]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은 6월 30일까지 열린다. ©Victor Picon [사진 까르띠에]

「 한국에 오는 까르띠에 궁금하다면
(https://cartier-crystallizationoftime.co.kr/kr)

6월30일까지 동대문 DDP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mobileticket.interpark.com/Goods/GoodsInfo/info?GoodsCode=24006379)

이현상 기자 lee.hyunsa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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