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우리는 매일 자란다

2024. 5. 17.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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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자전거를 탔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줄 테니 걱정 말고 페달을 굴러 보라고 했다.

비틀비틀 페달을 구르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엄마가 양손을 흔들며 깔깔 웃고 있었다.

엄마가 손을 뗀 것을 알아차린 순간, 자전거가 옆으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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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처음 자전거를 탔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줄 테니 걱정 말고 페달을 굴러 보라고 했다. 나는 넘어질까 봐 불안했다. 엄마는 뒤돌아보지 말고 멀리 앞을 보라고 했다. 비틀비틀 페달을 구르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엄마가 양손을 흔들며 깔깔 웃고 있었다. 엄마가 손을 뗀 것을 알아차린 순간, 자전거가 옆으로 쓰러졌다. 무릎에 흙을 털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다. 자신의 힘과 균형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가끔 엄마가 해준 말을 떠올린다.

최근 출간된 안미옥 시인의 첫 산문집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창비)를 읽으며 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 ‘나무’가 용감하게 진료실에 들어가기로 다짐하며 힘을 내는 순간, 나무의 곁에서 묵묵히 응원했을 시인을 떠올렸다. ‘나무’는 말을 배워가면서 감정의 복잡함과 신비를 알아가는 중이다. 시인 또한 아파서 차가워진 ‘나무’의 발을 보며 어린 날 맨발로 걸었던 추운 골목길을 떠올린다. 그 순간을 고스란히 모아 웅숭깊고도 침착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삶도 빛과 그늘이 공존한다는 간명한 사실을 간과할 때가 많다. 그래서 유독 인생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고 느낄 때, 어른도 아이처럼 크게 운다. 어른이 되어서도 ‘크느라 아프다’라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어쩌면 사랑은 누군가 울 때, 그 울음을 듣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내가 아팠을 때 엄마는 심심하고도 따뜻한 미음을 떠먹여 주었다. 그때처럼 식도를 타고 부드럽게 내려가는 문장에 위로받은 기분이다. 서툴러도 괜찮다고,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 마음을 기울여 본다. 오늘도 우리는 저마다의 속도로 한 걸음씩 나아간다. 매일 자란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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