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의 돈의 세계] 빈집 팔기의 설움

2024. 5. 1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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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이탈리아의 중세 그리스와 비잔틴의 초기 정착촌은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다. 그런 집이 1유로에 팔렸다. 로마에서 200여㎞ 떨어진 이 마을에 거주할 사람이 모자랐다. 당국은 버려진 집을 외지인에게 상징적인 가격만 받고 팔았다. 스페인은 합계출산율 1.1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 다음으로 저출산 현상이 심하다. 스페인에는 인구가 적은 시골 마을이 즐비하다. 빈집 때문에 한 마을을 10만 달러로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놀랍다. 스페인의 주요 도전 과제와 대응을 분석한 ‘스페인 2050’ 보고서의 경고를 보자. 2050년 농어촌 지역 인구 절반이 도시로 이주한다고 한다. 전 국민의 88%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했다.

돈의 세계

65세 이상 인구가 29.1%로 초고령 사회인 일본에서도 빈집 때문에 난리다. 지난달 일본 총무성은 전체 주택 중에서 빈집 비율이 13.8%로 역대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 농어촌정비법 개정안을 7월부터 시행한다. 빈집을 철거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1년에 2회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인구문제 전담부서 설치와 인구감소지역 부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1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인구감소지역 내 주택 한 채를 추가로 취득할 경우에 세제 혜택을 늘리겠다고 했다. 소위 ‘세컨드홈(별장처럼 쓰는 두 번째 집)’을 신규로 취득한 경우에 내야 할 재산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를 줄여 주겠다는 것이다. 적용 지역은 국가균형발전법에 따라 연평균 인구감소율, 청년 이탈률, 고령화 비율 같은 지표를 적용한다. 83곳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세제 혜택을 주어서라도 빈집이 팍팍 줄어들면 얼마나 좋겠나. 세컨드홈을 사면 신규주택 청약자격은 그대로일까? 건강보험료는 혹시 더 내는 게 아닐까? 세컨드홈은 차라리 주택으로 보지 않도록 해야 그 수요가 늘어날 건 아닌지 자못 궁금하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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