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정리 앱에서 채용 플랫폼 강자로 ‘우뚝’ [천억클럽]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4. 5. 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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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리멤버

고객과의 미팅이 잦은 직장인 휴대폰에 필수적으로 깔려 있는 앱이 있다. ‘리멤버(REMEMBER)’다.

드라마앤컴퍼니가 운영하는 리멤버는 명함 관리 앱으로 출발했다. 딜로이트컨설팅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6년간 컨설턴트로 일했던 최재호 대표는 미국 출장길에서 비즈니스 인맥·채용 플랫폼 링크드인을 보고 영감을 얻어 리멤버 서비스를 만들었다. 최 대표는 “링크드인이 이력서를 통해 미국인들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장악했다면, 구직·구인 활동 공개를 꺼리는 국내 정서에 맞게 명함을 매개로 이를 실현해보자는 구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리멤버 앱에서 종이 형태 명함을 휴대폰으로 찍으면 자동으로 앱에 네트워크 정보가 쌓인다. 명함 형태가 워낙 다양한 터라 정보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리멤버는 손이 많이 가지만 가장 정확할 수 있는, 원초적인(?) 방식을 도입했다. 타이피스트가 직접 명함을 입력하는 식이다.

최 대표는 “처음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는 명함 관리 앱이 20개가 넘게 있었지만 이용자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며 “광학문자인식(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기술이 당시 정교하지 않아 입력을 해도 일일이 변경하고 수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멤버는 ‘명함 관리 비서’가 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며 “3000명이 넘는 타이피스트들과 함께 무료로 이용자들의 명함을 수기로 입력해주기 시작했고,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명함 정리 앱으로 시작한 리멤버는 명함 정보를 토대로 네트워크 서비스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사진은 리멤버 앱 메인 화면.
리멤버가 단순한 명함 관리 서비스에서 한 단계 진화한 것은 2021년 12월 사모투자펀드(PEF) 아크앤파트너스(이하 아크)가 인수하면서다. 아크는 특수목적법인(SPC) ‘루비콘제1호’를 설립해 드라마앤컴퍼니 지분 47%를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때 투자받은 금액이 1600억원(시리즈D)이다. 아크가 1대 주주로 올라섰고, 기존 주주인 라인플러스와 사람인이 2·3대 주주가 됐다.
450만명 DB가 최대 자산

채용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

리멤버는 지속적인 볼트온(Bolt-on·유사 업체나 연관 업종 기업을 인수하며 규모의 경제를 노림) 전략을 통해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왔다.

신입 채용 플랫폼 자소설닷컴과 슈퍼루키, 전문가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 이안손앤컴퍼니, 임원 채용 업체 브리스캔영, 서치펌 유니코써치 등을 잇따라 볼트온했다. 이를 통해 단순한 명함 보관 앱을 넘어서 450만명에 이르는 전문가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프로페셔널 네트워크 서비스 플랫폼’으로 커졌다. 한마디로 채용, 리서치, 네트워크를 아우르는 ‘직장인 슈퍼앱’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처럼 리멤버는 스타트업 가운데 비즈니스 모델이 뚜렷한 기업으로 꼽힌다. 아크는 물론 여러 VC에서 2000억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받은 비결이기도 하다.

특히 채용 부문에서 강점이 뚜렷하다. 기업 채용 담당자들은 리멤버에 채용 공고를 올리는 동시에, 리멤버를 다이렉트 소싱 플랫폼으로도 활용한다. 다이렉트 소싱은 기업에서 인재를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다가가서 소싱하는 방식이다. 리멤버 앱 이용자가 직무나 경력 사항 등 간단한 정보만 입력해두면 채용 담당자들은 원하는 업종, 회사, 직무, 직급의 인재들을 쉽게 검색해 스카우트 제안을 보낼 수 있다. 리멤버 관계자는 “리멤버는 신입보다는 경력직 채용에 특화됐다”며 “명함 관리 서비스를 기반으로 성장하다 보니 전 산업과 직무를 아우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얹었다. 리멤버는 다이렉트 소싱을 더 잘 돕기 위한 일환으로 지난해 5월 AI 채용 비서도 출시했다. 채용 공고의 직무기술서 내용을 붙여넣기 하면 적합한 인재를 AI가 대신 찾아주고, 제안 메시지 작성까지 해주는 서비스다.

리멤버에서 발송된 스카우트 제안이 누적 500만건으로 구인구직 사업은 순항하고 있다. 최 대표는 “경력직은 신입 채용보다 큰 시장이지만, 주로 오프라인에서 알음알음 진행되고 있었다”며 “평생직장 개념이 없어지고 기업에서도 수시 채용을 하려다 보니, 구직자와 채용 담당자 간 장을 열어주면 훨씬 큰 거래가 일어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매출은 늘고 영업손실 크게 줄여

지난해 4분기 EBITDA 30억원 실현

흑자전환에도 청신호가 울렸다. 지난해 7월 월간 단위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한 리멤버는 지난해 매출 400억원, 4분기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3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5배 이상 성장했다. 아크가 투자했던 2021년 12월 당시 연간 매출 58억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2년 사이 7배 가까운 성장세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21억원으로 1년 전 영업손실 136억원과 비교해 115억원가량의 이익 개선을 이뤄냈다. 스톡옵션 보상비용 등 비현금·일회성 비용 요인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영업손익은 연간 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EBITDA는 지난해 4분기에만 3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하반기 통틀어서는 약 45억원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수익화 구간에 접어들었다. 기업 간 거래(B2B) 수익 모델인 ▲경력직 채용 지원 ‘채용 솔루션’ ▲직군별 타깃 광고 ‘광고 솔루션’ ▲직장인 대상 설문 의뢰 등 ‘리서치 솔루션’ 등 세 부문이 모두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이 가운데 1등 공신은 채용 사업이다. 지난해 매출 75%가량이 B2B 채용 사업(HR Network Service)에서 발생했다. 특히 IT, 금융, 제조업 등 특정 산업에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분포된 인재풀 덕분에 하루에도 1만건이 넘는 스카우트 제안이 진행될 만큼 경력직 구인구직 시장을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채용 사업 이외에도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 또한 매출의 한 축으로 커졌다. 전문가 인터뷰 서비스부터 다양한 리서치와 서베이를 수행하는 ‘리멤버 서베이’ 사업(Expert Network Service)도 기대주다. 리멤버는 리서치와 광고 사업에서도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선보인 ‘리멤버 선물하기’도 점차 입소문을 타고 있어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 정교한 타기팅이 가능한 ‘리멤버 광고’도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 일본 사업도 수익을 내는 중이다.

최재호 대표는 “리멤버가 그동안 플랫폼 파워를 키우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매출 성장을 통한 이익 창출의 단계에 본격 돌입했다”며 “내년에는 올해 대비 100% 이상 성장한 연매출 1000억원 돌파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9호 (2024.05.15~2024.05.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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