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수수료 인하 옥죄자…할부 혜택 줄고 '알짜'는 사라졌다

오효정 2024. 5. 1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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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이미지. 연합뉴스


올해 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을 앞두고, 카드업계는 벌써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전통시장을 들러 상인들이 요구한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의 수수료 인하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한 게 불씨가 됐다. 카드사들은 자칫 수수료율 추가 인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줄이는 등 비용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7개 카드사(신한ㆍ삼성ㆍKB국민ㆍ현대ㆍ롯데ㆍ우리ㆍ하나카드)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 합계는 5조3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카드사가 벌어들인 전체 수익(영업수익 등)의 23.2% 수준이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전체 수익의 30.5%를 차지했던 2018년과 비교하면 6년 새 7.3%포인트 줄었다. 수수료 수익이 쪼그라든 가장 큰 원인은 가맹점 수수료율이 꾸준히 인하되면서다.

신용카드 수수료율 변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위원회]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2012년 이후 3년마다 적격비용(가맹점이 부담하는 것이 합당한 비용)을 산정해 수수료율을 조정한다. 이후 수수료율은 14차례 인하됐다. 2012년 1.5~2.12% 수준이었던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은 현재 0.5~1.5%까지 하락했다. 연매출액이 3억원을 넘지 않는 영세 가맹점에는 0.5%가 적용되고, 10억~30억원 규모의 가맹점에는 1.5%가 적용된다.

올해 말 재산정 주기를 앞두고 카드업계에선 “더는 인하는 어렵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고금리 장기화로 조달비용이 많이 증가하고 연체율이 높아지는 등 업황이 나빠진 상황에서 주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를 더 깎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의 90% 이상이 부가가치세 세액공제 등을 고려하면 0%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며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 상품 설계 과정 등에 쓰이는 주된 수익원인데도 정치권의 선심성 대책으로 인하가 반복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도 “말 그대로 적격한 비용을 산출한다면, 현재로썬 수수료율이 인상되는 게 맞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그동안 “재산정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늘려달라”고 금융당국에 요구해왔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 2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2년 넘게 개선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 중이지만 올 상반기에도 결론이 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엔 ‘OO페이’ 등 간편결제가 온ㆍ오프라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카드사와의 수수료 체계 형평성 문제도 나온다. 카드사와 달리 간편결제사는 수수료율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간편결제사도 규제 대상에 넣거나 카드사 규제를 없애 형평성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만일 규제를 남긴다면 비용 산정 방식과 내용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익이 줄어든 카드업계가 ‘비용 줄이기’에 나서면서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 2022년까지만 해도 대부분 카드사가 12개월까지 무이자 할부를 지원했다면, 최근에는 3~6개월로 축소하는 추세다. 다양한 혜택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던 ‘알짜카드’도 대거 단종됐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개(BC카드 포함) 카드사에서 단종된 신용ㆍ체크카드는 458종으로 전년(116종)보다 크게 늘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악화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기는 힘든 상황”이라면서 “올 1분기 카드사들의 실적이 대부분 반등한 것도 비용을 줄이면서 이뤄낸 ‘불황형’ 실적”이라고 말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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