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일제강점기 미주서 활약한 전남 출신 독립운동가 마지막까지 찾는다

김영균 2024. 5. 1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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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호 전남도의원(사진, 전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


전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미국 하와이를 비롯 LA 등 미주 독립운동 유적지 답사를 다녀왔다. 미주지역에서 활약한 전남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실태 파악과 추가 발굴해 선양 방안에 관한 정책 수립에 도움을 얻기 위함이었다.

남도인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지역사 교육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필자의 소명으로 생각하고 있다. 전남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이순신 조선수군재건길 답사’, 미주지역 독립운동사, 전남독립운동사 편찬 등을 제안하고 참여해 왔다.

지역사 교육은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요소로, 글로컬(Glocal) 사회를 지향하는 전남에 매우 중요한 화두이기 때문이다. 동학, 의병, 학생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한 가문의 내력도 역사에 관심을 두게 된 또 다른 이유이다.

전남은 한말 의병전쟁의 60%를 차지하고, 학생 독립운동 및 노동·농민운동의 중심지이다. 하지만 전남 출신 기서훈자는 1,327명으로 전국 서훈자의 7.4%에 불과하다. 우리 지역 독립운동의 실체 파악이 미진하였다는 방증이다.

전남도가 2021년부터 1, 2단계로 나누어 미서훈 독립운동가를 발굴하여 서훈 신청 용역을 추진한 것은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려는 안타까움의 발로였다.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최초로 시도한 전남도의 뜻깊은 사업의 출발은 필자가 증액 편성한 3.1운동 판결문 번역 사업이었다. 3.1운동 관련 미서훈자를 찾는 1단계 용역에서 80명이 서훈 신청(현재 18명 서훈 확정)되었고, 지난 4월 25일 보훈부에 제출된 2단계 용역에서 1,023명이 서훈 신청되었다.

필자는 2022년 10월 2단계 용역이 시작될 무렵, 미주 지역에서 활동한 전남 출신 독립운동가 발굴에도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도정 질문을 통해 촉구하였다.

일본이나 만주지역에서 활동한 독립운동에 비해, 미주지역 독립운동에 대한 연구와 서훈은 상대적으로 미진하였다. 미주에서 활동한 전남출신 기서훈자가 단 4명에 불과하였다는 현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2단계 용역에서 무려 38명이 서훈 신청되었다. 발굴된 숫자는 100명이 훨씬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빛나는 선열들의 독립운동을 우리는 그동안 모르고 있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미안하였다.

1930년 미주지역에서 광주학생들을 돕자는 캠페인이 조직적으로 전개되었다. 미주지역 전남출신 독립운동가들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라는 심증이 들었다.

이번 서훈 신청된 분 가운데, 1902년 12월 22일 제물포항을 출발한 하와이 이민선 1진의 통역관으로 함께 떠난 목포 출신 정인수 선생이 있다. 당시 17세의 어린 나이였다. 그는 하와이와 미본토에서 독립운동 단체 조직 및 독립운동 후원 등에 평생을 바쳤다. 그의 삶은 미주 한인의 개척사이고 장엄한 독립운동의 서사시이다. 하지만 우리는 ‘정인수’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그의 묘역은 물론 후손도 알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확인된 38명의 애국지사들을 이기회에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필자는, 하와이 미본토 등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 사적지 및 대한인국민회 등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단체와 더불어 선양 사업에 필요한 여러 정책 방향 수립에 도움을 얻고자 하였다. 답사가 추진된 배경이다.

하와이 다이아몬드헤드 묘지의 무명독립운동가 묘지에 묻힌 한인들 대부분은 독립운동에 헌신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발굴된 정인수 선생처럼 독립운동에 헌신한 전남인의 발자취를 찾아 기억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다. 동료의원들과 함께 묘지석을 붙잡고 빛나는 삶을 꼭 밝히겠다고 다짐하였다.

미 본토로 건너간 필자 일행은 LA총영사관을 방문한 데 이어, 독립운동 총본산 역할을 한 LA의 대한인국민회 본부를 찾아 미주지역 독립운동 및 선양 실태를 확인하였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중심이 되어 독립운동을 전개한 곳으로 미주 한인 독립운동의 중요한 거점인 LA 리버사이드를 찾은 것은 큰 보람이었다. 광장에 우뚝 선 안창호 선생의 동상을 보며 수 차례 투옥되어 갖은 고문으로 옥중 순국한 선생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눈물이 쏟아졌다. 리버사이드 시청을 방문하여 자치단체 간의 협력 및 독립운동 유적 보존 및 선양 방안을 의논한 것은 큰 성과였다.

이번 답사의 또 하나의 성과는 LA총영사관, 대한인국민회 등 미주지역 독립운동 단체, 리버사이드 시청 등 여러 기관 단체와 전남도가 직접 교류할 수 있는 통로를 구축하였다는 점이다. 우리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상을 발굴하는 경로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번 답사를 통해 미주지역에서 활약한 전남 출신 독립운동가 발굴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분명해졌다. 그리고 그들의 행적을 선양하는 사업도 펼쳐야 한다.

특히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정체성을 찾게 하는 사업은 시급하다. 미주 독립운동 사적지를 자랑스런 전남 청소년들의 순례길로 개척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글로컬 인재 양성을 지양하는 전남 교육의 방향성과 부합하기 때문이다.

무안=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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