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미세먼지 1㎍/㎥ 실화?…먼지·산불 역대급 줄었다, '많은 비' 역설

정은혜 2024. 5. 1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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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청명한 날씨를 보인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시민들 뒤로 파란하늘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최근 잦은 비로 인해 휴일마다 궂은 날이 많았지만,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예년보다 많은 양의 비가 봄의 불청객인 초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고, 큰 산불을 방지했으며, 기온 조절에 기여해 쾌적한 봄 날씨를 선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봄철 미세먼지 농도 10년래 최저


석가탄신일에 내린 비가 그치고 16일 전국의 대기질은 이달 들어 가장 청정한 상태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서울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3㎍/㎥로 역대급으로 깨끗한 상태를 보였다. 마포구와 강북구·성동구·광진구 등 여러 자치구에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1㎍/㎥로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4월 13일 강원 강릉시 경포호 일원에 벚꽃과 튤립이 활짝 펴 관광객들이 초여름 같은 봄 날씨를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1~5월 서울 초미세먼지 농도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크게 개선됐고, 지난해보다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피해가 가장 심한 1~4월 서울 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22.8㎍/㎥로, 2019년 1~4월(34.8㎍/㎥)보다 34%나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27.5㎍/㎥)과 비교해도 17% 적다.

무엇보다 비의 세정 효과가 미세먼지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예년보다 비가 자주 내리면서 대기 중에 축적된 미세먼지를 씻어낸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국 강수량은 280.3㎜로 지난 10년 평균(213.6㎜)보다 31% 정도 많았다.

3월에는 황사가 평년보다 자주 발원해 역대 10위를 기록했지만 동시에 비도 많이 내려 황사 영향이 오래가지 않았다. 3월 하순인 17~19일, 28~31일 두 차례 내몽골 지역에서 발원한 황사가 유입돼 29일 서울은 황사 농도가 568㎍/㎥를 기록했다. 하지만 3월 하순은 평년보다 3배 이상 강수량이 많은 56.5㎜의 비가 내렸다. 3월 하순 기록으로는 역대 2위였다.

5월에도 상반기까지 서울 초미세먼지 수치는 평균 14㎍/㎥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월말까지 이런 수준이 유지된다면 지난 10년래 가장 대기질이 좋은 5월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5~2019년까지 5월 서울 초미세먼지 농도는 22~29㎍/㎥ 수준이었고 코로나 이후인 2020~2023년 5월은 17~20㎍/㎥였다.


산불 피해 면적, 역대 2번째로 작아


김영옥 기자
산불 피해도 줄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산불은 전국에서 169건 발생했는데, 이는 10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피해면적(49ha)도 1986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2번째로 낮았다.

산림 당국은 올 초 강수량이 많은 덕분에 산불 예방 효과가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김만주 산림청 산불방지과장은 “올해 초 눈과 비가 자주 오면서 산불이 크게 번지지 않았고 산불 예방 정책이 큰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기온 높아졌지만, 비 올 때마다 평년 수준으로 뚝↓


봄비가 내린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있다. 뉴스1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올봄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크게 높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4월 전국 평균 기온(14.9도)은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하지만, 잦은 비가 열기를 식혀주면서 고온 현상에 대한 체감 강도는 낮았다. 비가 올 때마다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기온이 높을 때와 낮을 때의 진폭이 컸고, 기온이 떨어진 뒤 며칠 간은 평년 수준의 기온을 유지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덕분에 봄철 사과 작황도 우려했던 것보다는 나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북 예천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최효열 과수전문상담사는 “올해는 사과 꽃이 필 즈음에 기온이 높지 않았고 단비도 자주 내린 덕에 사과꽃은 적게 폈지만, 착과율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권순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센터 연구원은 “부사 품종 사과의 착과 상황이 좋은 건 아니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저온 피해가 작았다”고 했다.


여름철 많은 강수량은 우려 사항


어린이날인 5일 쏟아진 호우로 경남 합천군 대양면의 한 마을이 집중호우로 물에 잠겼다. 사진 경남소방본부
잦은 봄비는 결과적으로 ‘단비’의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여름철 많은 강수량은 홍수 위험을 키운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환경부는 이날 여름철 홍수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 여름 강수량이 평년(622.7~790.5㎜)과 비슷하거나 많고, 지역차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저기압 발달 강도와 대기 불안정의 영향으로 강수 강도와 양의 편차가 클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를 강화한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집중 호우로 도시침수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도시침수 지도를 제작해 공개했고, 하천 범람 가능성과 도시 침수 경보를 실시간으로 국민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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