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망가뜨린 이 세상, 인간이 회복시킬 수 있을까
[설미현 기자]
20세기 말에 전지구적으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화두였다면, 이제 21세기에 접어들면서부터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화두가 되었다. 두 용어 모두 전지구적으로 위기에 놓인 환경을 살리자는 세계적 합의가 만들어낸 새로운 조어라 할 수 있다.
지속성 자체에 방점을 두지 않고, 지속할 수 있도록 그 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둔 것이 지속가능성이다. 이를 테면 산림을 환경친화적으로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고, 보전하면서 인간과 자연에 유리하게 경영도 해 나가는 것이 지속가능성의 개념이다. 안타깝지만 아직 지킬 것이 남아 있던 때의 이야기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세계는 우리의 지구가 훼손되었고 지속력을 잃었다는 데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게 됐다. 그렇게 대안적 개념으로 등장한 개념이 회복탄력성이다. 여기서의 의미는 회복(Recovery) 자체와는 조금 다르다. 회복이 주로 충격 이후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과정을 강조한다면, 회복탄력성은 회복 과정에서 탄성 혹은 유연성을 획득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
재난과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있어서 우리는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도 있고 심지어 더 나은 상태로 재탄생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회복탄력성은 회복할 수 있는 힘, 즉 회복력이라고도 말할 수 있으며, 이는 "단순히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과정을 통해 더 강해지고 더 나은 상태로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하게 된다. 이는 자연생태계 뿐만 아니라, 갈등에 대처하는 개인이나 위기 극복를 하는 기업들에게도 넓게 적용될 수 있다.
책 <기후 돌봄: 거친 파도를 다 같이 넘어가는 법(신지혜 외 4인 저, 산현글방 펴냄)>에서는 이 회복탄력성을 회복력이라 일컬으며 돌봄의 기본 요소이자 동시에 획득 목표로 다루고 있다.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해 다친 자들, 기후의 공격에 속절없이 무너진 자들, 코로나 등 기후변화로 인해 자신의 설 자리를 잃은 안타까운 이들 모두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취약한 자들'이고, 취약한 모든 사람들은 다 무차별적으로 돌봄의 대상이 된다.
돌봄은 일방적이지 않고, 누군가를 돌본 사람이 내일은 다른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을 수도 있다. 돌봄은 무한히, 탄력 있게 뻗어나가는 것이며, 사회 속 네트워크를 타고 체계적으로 발산될 필요가 있다. 노인과 아동, 남성과 여성, 심지어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마저 넘으면서, 세상 모든 약한 자들은 돌봄을 받아야 한다.
2022년 강남에서 발생한 물난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현상이었다. 갑작스럽게 폭우가 내렸고 단 몇 시간 만에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줄을 이었다. 반지하방에 살고 있던 가족들이 삽시간에 물이 차는 바람에 안타깝게 집에서 운명을 달리한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나아가 영화 '기생충'에서 나온 것처럼 폭우는 누군가의 목숨을 가져갔지만, 한강이 보이는 높은 마천루에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그저 한강물이 평소보다 불어난 별난 날로 여겨졌을 수도 있다.
사회적 시스템을 통해 이런 환경적 부조리를 극복하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태어난 것이 바로 이 '기후 돌봄' 책이다. 책은 그냥 탁상공론으로 쓰여지지 않았고, 저자들은 워크샵과 세미나 등을 개최하면서 시민사회와 함께 의견을 모으려고 애썼다. 지역사회가 다함께 참여하는 돌봄 네트워크를 통해 그 어떤 사람도, 동물도, 나무도 낙오되는 일 없이 다 골고루 돌봄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인간이 다치게 한 이 세상, 인류세에서 인간의 노력으로 다시 세상이 회복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 염원을 지성적으로 담았다. 부디 우리 모두 돌봄으로 기후변화가 초래한 이 난관을 돌파하여 우리 사회를 회복시키길, 그리하여 인류세가 다른 세처럼 멸망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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