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 중국산 부품 전수조사... "美 수출 불똥 튈라"

편은지 2024. 5. 1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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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계열사 및 협력사에 부품 생산처 조사
무역전쟁 일으킨 트럼프 재선 가능성 대비한 듯
바이든 정부 먼저 中 전기차 관세 4배 높여
ⓒ로이터/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전체 부품 공급망에 대해 중국에서 생산된 부품이 있는지 전수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대처가 늦었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대중국 강경 기조가 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주 조 바이든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 관련 관세 장벽을 크게 높이면서 미중간 2차 무역전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현대차의 대비책 마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부품 계열사 및 협력사에 sub품 등 전 부품에 중국에서 생산된 것이 있는지 전수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가 부품의 '생산지'를 중심으로 조사를 한 것은 최대 판매국이자 핵심 시장인 미국에 깔린 반중(反中) 기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그간 중국산 배터리, 중국산 부품, 중국산 원자재 등이 적용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을 적용해왔다.

이 가운데 특히 반중 기조가 짙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 11월 시행될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할 경우 중국산 모든 제품에 최소 60% 관세를 적용하고, 모든 타국 수입품에 대해 10%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초동 대처를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중 무역전쟁이 트럼프 정부에서 이뤄졌던 것에 대비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연임시에도 현대차의 대응 태세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공약에 이어 바이든 정부도 지난 14일 돌연 강력한 반중 정책을 발표하며 '중국때리기'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100%로 대폭 인상하고,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관세도 25%로, 반도체와 태양 전지의 관세는 50%로 인상하는 등 대중국 관세를 기존의 대략 2~4배 정도로 크게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가 재임 당시 중국에 대한 보호무역 정책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샀던 만큼 바이든 역시 중국 때리기가 표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트럼프는 "그 자는 4년이나 늦었고, 나는 멕시코를 통해 우회로 들어오는 중국산 자동차에 대해서도 200% 세금을 매길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두 후보간 '중국 때리기'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중국 때리기와 관련해선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양 진영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사실이 명확해진 만큼 현대차 역시 대응책 마련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흑연 등 핵심광물은 물론 배터리, 부품 등에 있어 대중 의존도를 완벽히 없애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오히려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 수출국의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FTA를 통해 먹거리를 만들어 성장한 국가이기 때문에 미국, 유럽 등의 자국보호주의가 강화되면 무조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전혀 이점이 없다"며 "현재 미국에 중국산 전기차가 한 대도 못들어가는 상황에서 관세를 높였다는 점은 사실 중국에는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주변국가들에 피해가 더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만든 차에 대한 규제가 커질 것이고,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 외에는 수출에 장벽이 생길 수 있어 우리 기업에도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IRA때 이미 겪었던 만큼 현대차도 이번에는 미리 대처하자는 공감대가 커졌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산 부품에 이어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우려를 앞세워 우려한 커넥티드카 관련 규정에도 적절한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올 하반기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 관련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커넥티드카의 경우 범위가 추상적인 만큼 최근 중국 바이두와 커넥티드카 협력을 맺은 현대차에도 불똥이 튈 우려가 있다.

김 교수는 "커넥티드카라는것이 매우 추상적이어서 코에 걸면 코걸이다. 해석하기 나름이기 때문에 현대차에도 불안감을 키우는 대목"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양쪽 진영이 새로운 정책과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응책을 미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일어나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시행하는 일상적인 조사 수준으로 중국산 부품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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